그래도 세상은 아름답다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다
  • 편집부
  • 승인 2016.03.17 12:59
  • 호수 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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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아내가 이런 말을 했었다. "대학 시절 교수님이 '제 아들의 이름이 다울이에요. 사람답게, 나답게, ○○답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다울이라고 지었어요.' 그 뜻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문득 생각이 나네." 아내는 내게 뜻이 좋다며 동조해주기를 은근히 바라는 눈치였다. 순우리말 이름이라는 것 외에는 그다지 와 닿지 않았다. 순우리말 이름이 유행일 때이고, 더 예쁘고 좋은 뜻을 가진 이름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내는 '다울'이라는 이름의 뜻이 좋다며 높이 평가했다. 요즘 '다울'이라는 뜻이 얼마나 좋은 의미가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고, 아내가 이름의 뜻을 높이 평가한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요즘 들어 마음 불편한 뉴스가 많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드는 언어들이 많다.

아이와 죽음이 얼마나 많은 연관성이 있을까?

대소변을 잘 가리지 못해서, 말을 듣지 않아서, 울고 보챈다는 아이와 연관성이 더 많아 보이는 이유로 폭행과 학대로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부모의 뉴스를 접하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아이는 '아이답게' 대소변을 잘 가리지 못했고, 울고 보챘으며, 말을 잘 듣지 않았을 뿐이다. '아이답게' 굴었을 뿐이다. 부모는 대소변을 잘 가리지 못하는 아이에게 대소변 가리는 방법에 대해 가르치고, 울고 보채면 달래고, 말을 듣지 않으면 잘 듣도록 타이르는 게 '부모답게' 행동하는 것이다. 거기에 폭력이나 학대가 들어갈 이유는 없다. 아이는 아이다웠는데 부모는 부모답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답게' 할 수 있는 사회인지도 되돌아봐야 할 필요도 있다.

'아이답게'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혹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는 보았는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어른이라는 이유 하나로 아이들은 이런 공간이 필요한 거야. 아이들은 이런 것을 원할 거야. 아이들의 생각을 넘겨짚어 '아이답게' 생각할 시간을 뺏는 '어른답지' 않게 행동했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또 '부모답게' 할 수 있는 여건은 얼마나 만들어 주었는지, 아이를 키우는 건 부모의 문제야. 혹은 그건 너희 가정사라고 쉽게 생각해 우리 사회가 외면하고 남 일인 것처럼 '사람답지' 않게 행동했는지 곰곰이 생각 봐야 한다.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다.

폐지가 가득 실린 손수레를 할머니 대신 끌어준 학생, 소아마비 제자를 자전거에 태워 등교하는 선생님, 나이 든 할머니를 업어서 내려준 버스 기사 등 우리 주위에는 서로의 이해관계 속에서 개인의 이익만 챙길 생각에 빠진 사람들 말고 '아름답게' 땀 흘리며 '사람답게' 살아가는 더 많은 사람이 있다. 그 아름다운 사람들의 땀은 논에서, 밭에서, 공장에서, 사무실에서, 수많은 일터에서 흐르고 있다. 그 땀이 '땀답게' 여겨지는 사회이기를 바란다.

곧 있으면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다. 국회의원은 '국회의원답게'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고 '아이답게' '부모답게' 살 수 있는 '사회답게'가 만들어질 수 있는가를 판단하고 '유권자답게' 선택해야 한다.

노 정 옥

마로 소여 /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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