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우회 속리산에서 시산제 지내
속리산우회 속리산에서 시산제 지내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0.04.15 09:15
  • 호수 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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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신님 안전산행 기원하니 굽어 살피소서"

재경 보은중학교 촐신 등 수도권에 거주하며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재경속리산우회(회장 박용국) 회원들이 지난 11일 속리산을 찾아 안전산행을 기원하는 산신제를 올렸다.

매년 4월 둘째 주 일요일은 속리산을 등반하고 시산제를 올리는 날로 고정된 가운데 속리산우회 회원들은 어김없이 4월둘째 주 일요일에 문장대를 등반하고 하산하면서 용바위골 휴게소에 제물을 차리고 산신께 무사산행을 기원했다.

초헌관 박용국 회장과 이병길 전 회장 등에 이어 회원들이 차례로 잔을 올리고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도록 정성껏 기원했다.

장은수 시인은 축문에서 "나무같고 풀같은 소박한 사람들이 엎드렸다"며 "조용히 우리발걸음을 지켜보시며 오로지 무사안전한 산행이 되도록 우리 발걸음을 보살펴달라"는 간절한 소원을 담아 낭독했다.

회원 모두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서로의 안전을 빌었고 회원들의 정성에 산신도 탄복해 올해 실시하는 모든 산행도 아무 일 없이 잘 치러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회원들의 마음속에 가득했다.

산신제를 마친 회원들은 보은 이평식당에서 준비한 올갱이국에 묵무침, 겉절이 등 군침이 도는 고향의 상차림에 어머니의 손맛을 추억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또 안재수 총무 등 힘 꽤나 쓰는 뽀빠이 회원들이 산 정상까지 지고 올라갔다가 지고 내려온 막걸리와 용바위골 휴게소 표 동동주로 수차례 건배를 하며 우의를 다졌다.

내려오는 길에 회원들은 속살까지 훤히 드려다 보이는 계곡에서 물살을 가르며 노니는 물고기 떼에 탄복하기도 하고, 고즈넉한 천년고찰 법주사에서 무색무취, 무상에 빠지기도 했다.
그리고 4월 속리산 산행은 속세를 떠난 산 이름처럼 비움의 철학을 깨닫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

다음은 축문 전문이다.

산신축 (장은수 시인 작)

유세차-

단기 4343년 서기 2010년 4월11일 오늘

여기 대한민국 충청북도 보은 속리산에서 속리산우회 회장 박용국 외 회원일동은 삼가 무릎 꿇어

이 땅의 모든 산하를 굽어보시며 그 속의 모든 생육들을 지켜주시는 산신전에 고하나이다. 

산을 배우고 산을 닮으며 그 속에서 하나가 되고자 모인 우리가 전국 산천을 매달 한 번 씩,

 오늘이 136차 산행이오니 산을 오를 때마다 산과 하나가 되는 기쁨으로 아무 낙오자도 없이 앉ㄴ하게 산행을 하게 해주신 것은 산령님의 자애로우신 보살핌의 덕이 아니었다고 어찌 감히 말할 수 있으리오.

나무같고 풀같은 소박한 사람들이 엎드렸나이다.

아름다운 조화로 가득한 산과 골짜기를 걸을 때마다 조용히 우리의 발걸음을 지켜보시며 오로지 무사안전한 산행이 되도록 우리의 발걸음을 보살펴주신 신령이시여 !

아무쪼록 바라오니,  속리산우회 회원들은 서로 간의 우정을 다지고 기쁨과 슬픔을 같이 나누며 살아가고자 함이니 무거운 배낭을 둘러맨 우리의 어깨가 굳건하도록 살펴주시고 험한 산과 골짜기를 넘나드는 우리의 두 다리가 지치지 않도록 힘을 주시고 천지간 모든 생육들은 저마다 아름다운 뜻이 있나니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라도 함부로 하지 않으며 그 터전을 파괴하거나 더럽히지도 않으며

새 한 마리, 다람쥐 한 마리와도 벗하며 지나고 추한 것은 덮어주고 아름다운 것은 그윽한 마음으로 즐기며

산을 사랑하는 속리산우회원들은 삼을 닮은 좋은 사람들이 되고 싶나이다.

거듭 비옵건대 경인년 한 해도 서로 화합과 사랑이 넘치게 해 주시옵고

무사한 산행이 되도록 엎드려 고하나니

천지신명이시여

오늘 우리가 준비한 술과 음식은 우리의 정성이오니 어여삐 여기시고 즐거이 받아거두시고

올 한해 우리의 산행 길을 굽어살펴주시길

절과 함께 한 순배 크게 올리나이다.

이 한 잔술을 흠향하여 주옵소서.

단기 4343년 서기 2010년 4월11일

산을 사랑하는 속리산우회

박용국회장외 회원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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