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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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부
  • 승인 2016.03.03 13:39
  • 호수 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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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016년 2월 21일 일요일

나는 마을회관에 운동을 갔다.

그런데 동네 할머니들이 잡곡밥을 하시겠다고 하셨다. 나는 나이가 많아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나는 그 할머니들을 보면 항상 기분이 좋다. 밤이나 낮이나 항상 웃고 있는 형님들을 오랫동안 보고 살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맛있게 밥을 먹고 집으로 오는 길에 전화가 왔다. 동생이 석굴을 사왔다고 술 한 잔 먹자고 했다.

언니와 나는 동생에게 해준 것도 없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행복하다.

왜냐하면 작년에도 올해도 용돈을 주고 있다. 정말 멋진 내동생이다.

장금순(70, 보은 교사, 흙사랑 한글학교)

2016년 2월 17일 수요일

오늘은 손녀딸 졸업식을 하는 날이라서 삼산초등학교를 갔더니 지난 생각이 나더라구요.

손자손녀 열 한명이 삼산초등학교를 다 나왔으니 이제는 국민학교(초등학교)는 올리도 없겠지 하는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만치 세월이 갔으니 내가 그만치 늙었다는 것이 드러나는 것이지요.

이제는 아무것도 안 바라고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살다가면 좋겠어요.

2016년 2월 21일 일요일

오늘은 예전 어른들 말씀에 개보름날(보름 전 날)이라고 하더라구요. 저녁을 일찍 찰밥도 하고 나물도 골고루 장만해서 놓고 애들한테 밥먹으러 오라고 해서 모두들 같이 밥을 먹었어요. 밥을 먹고 앉았다가 다 가고 나만 혼자 앉아 생각하면 뭘 잃어버린 것 같다.

마음은 항상 같이 살고 싶은 생각이다. 그런데 그게 내 맘대로 안되더라구요. 내가 맘이 허전한가 봐요.

욕심이 너무 많은가 봐요.

2016년 3월 1일 화요일

오늘은 경로당에서 여행을 간다고 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해먹고 준비해가지고 차를 타러 갔더니 아주머니들이 많이 나왔더라구요. 그래서 차를 타고 갔는데 아주머니들이 아침부터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군산을 가서 바다도 보고 배도 많이 보고 점심에 회를 사주어서 맛있게 잘 먹었다. 오다가 내장산을 가라하는데 근력이 부족해서 못가고 입구만 구경하고 왔다오는데 차에서 어찌 잘 노는지 백세인생 해도 되겠다 생각이나더라구요.

이옥순(74. 보은 교사, 흙사랑 한글학교)

2016년 2월 23일 화요일

오늘은 흙사랑학교에 가서 새로 오신 선생님이 가르치셨다. 새로 오신 선생님은 찬찬히 잘 가르쳐주시는데도 못하니 눈이 잘 안보여서 글씨도 잘 못 쓴다. 눈이 잘 보여도 잘 못하는데 눈이 안보이니까 쓴 것을 또 쓴다. 흙사랑 학교에서 공부하고 12시차를 타려고 했는데 신협 갔다 오느라고 차를 놓쳤다. 그래서 식당가서 점심을 먹고 1시차를 타고 왔다. 집에 와서 콩 가리다가 굵은 콩이면 그래도 괜찮은데 콩나물 콩을 가리다 보면 눈도 안 보인다. 장사꾼이 안 가져가니 농사 진 걸 내 버릴 수가 없어서 가려서 내야지.

장종남(85, 산외 동화, 흙사랑한글학교)

2016년 3월 1일 화요일

오늘은 동네에서 관광을 갔습니다. 목적지는 어딘지 모르지만 서커스 구경을 간다고 아침 일찍이 나섰는데 가다가 기사님이 서커스 하는데 전화를 하더니 지금 수리중이라고 거기 못가고 방향을 돌려가지고 서천식물원에 가서 구경을 하고 군산에 가서 점심을 먹고 오다가 목욕하고 집에 왔습니다.

나도 이런 일이 있습니다. 흙사랑학교에 다니지 않았으면 9988 일자리 선출을 어디라도 마음을 먹겠습니까. 그것도 할라면 보은읍사무소로 오라고 해서 갔더니 무엇을 쓰라고 해서 쓰는데 손이 벌벌 떨려서 겨우 쓰고 나니까 그대도 다행히 합격이 됐다고 하더군요.

김문자(73, 탄부 상장, 흙사랑 한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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