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雜說
잡설雜說
  • 편집부
  • 승인 2016.02.25 14:12
  • 호수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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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이 돌아 왔다. 권력을 잡기위해 배반하고 뭉치고 대한민국의 정당정치는 해방 이후 지금까지 지난 반세기에 걸쳐 엄청난 변화를 겪어왔다. 그러나 한국 정당은 아직도 자기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해서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다. 아직도 국가와 시민사회를 연결시키는 매개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 학자 윤기(1741∼1826) 선생의 '무명자집(無名子集)'에 들어 있는 '잡설雜說' 중 한 편을 소개하려 한다.

어떤 사람이 강아지 한 마리를 얻어 기르게 되었다. 강아지가 작고 귀여운 데다 새로 데려왔기에 먹을 것을 자꾸 주고 늘 예뻐하면서 쓰다듬어 주었다. 그 집에는 원래 늙은 개가 한 마리 있었는데 주인의 이런 행동에 대해 속으로는 한을 품으면서도 겉으로는 자기도 그 강아지를 사랑하는 척하여, 볼 때마다 핥아 주고 품어 주면서 이나 벼룩, 파리 등 물것들을 잡아 주니 주인은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며칠 후 밤에 주인이 깊이 잠든 틈을 타 늙은 개가 강아지의 목을 물어 죽이고는 물어다 대문 밖에 내다 버렸다. 아침이 되어 주인이 일어나자 늙은 개는 주인의 옷을 물고 강아지 사체가 있는 곳으로 끌고 와서는 슬피 울면서 그것을 가리켰다.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늙은 개가 겉으로는 강아지를 사랑하는 척 주인을 안심시켜 놓더니 밤중에 몰래 목을 물어 죽이는 참으로 무서운 짓을 저지른 것이다. 강아지 때문에 먹이도 관심도 줄어들었을 테니, 자신에게 오던 사랑을 몽땅 가로챈 강아지가 미운 것이야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건지. 음모와 배신, 교활한 술수 등이 버무려진 한 편의 막장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라 가슴이 서늘해진다.

아아, 속으로는 죽여 없애려는 마음을 품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사랑하는 척하여 주인이 의심하지 않도록 하고, 악독한 계교를 실행한 뒤에는 강아지가 죽은 게 자기 때문이 아닌 것처럼 행동하니 참으로 교활하구나. 개도 또한 그러하거늘 하물며 사람이야 더 말해 무엇 하랴.

이것이 우화인 게 차라리 다행이다. 그렇지만 우화는 인간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라니 안심할 일도 아니다. 드라마도 현실도 그저 무서운 세상이다. 나뿐 사람을 욕을 할 때 흔히 '개 같은 사람' '개만도 못한 누구'도 있고 심지어는 '개보다 더한 누구'도 있다. 누가 더 나쁜지 살짝 헷갈려도 개한테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다.

다방면에 걸친 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면서도 왜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정당이 건전한 정책중심의 정당으로 육성, 발전되지 못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정당지도자들은 정치철학과 비전이 없고 오직 당권과 정권에 집착하는 자세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는 보스 중심의 사당적 성격의 정당이라 할 수 있다. 선거철에는 당선을 위해 이당 저당 옮겨 다니고, 당선 후에는 개인적인 사익을 위해 몸담았던 당을 떠나 이당 저당으로 옮겨 다니는 정객과 국회의원들이 너무나 많아 철새정치인이라는 단어가 무섭지도 않은가보다. 입만 열면 '대화'니 '소통'이니 하면서 현재 19대 식물국회를 보면, 대한민국의 입법부는 마비됐다. 아아 20대국회에 희망을 걸으란 말인가?

장 은 수

탄부 장암 출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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