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 다잉(well-dying) 그리고 호스피스
웰 다잉(well-dying) 그리고 호스피스
  • 편집부
  • 승인 2016.02.18 09:45
  • 호수 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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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광 태 (행정학 박사 / 노인문제연구소장)

죽음이란 인간이 태어난 날부터 시작된다. 태어나면서 시작되는 늙음, 그리고 병이 들고 죽어야 하는 생로병사의 과정은 많이 가진 자나 적게 가진 자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죽음을 비켜갈 수가 없다. 그리고 언젠가는 세상을 떠나야만 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필연적인 죽음을 알면서도 나만은 죽지 않을 것처럼 탐욕을 버리지 못하고 발버둥 치며 살다가 막상 자신의 죽음 앞에선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 한도 끝도 없는 인간의 욕망이다.

영원히 늙지 않고 영원히 죽지 않으려는 불노불사(不老不死)를 꿈꾸었던 진시황도 불로초를 구하지 못하고 2500년 전 50세의 나이로 일찍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우리는 삶의 과정을 영위하면서 늘 죽음과 가까이 하고 있다.

그 죽음이란?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 그리고 누구와 동행하지 않고 혼자서 죽는다.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하고 빈손으로 떠난다. 이 세 가지는 우리가 알고 있는 죽음이지만, 어느 날 어디에서 어떻게 죽을지 누구도 알 수 없는 미래가 늘 우리 주위를 옥죄이며 맴돌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더 오래 살까에 대한 욕심만 부렸지 어떻게 하면 잘 늙어갈지, 그리고 어떻게 삶을 마무리 할지에 대하여는 무관심해왔다. 이제부터 우리는 갑자기 당하는 죽음보다도, 맞이하는 죽음을 준비하여 후회 없는 삶을 마감해야 한다. 바로 이 개념이 웰다잉이다.

웰다잉이란? 아름다운 죽음, 준비된 죽음을 말한다. 자신의 일생을 정리하고 사람답게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위를 지니면서 죽을 수 있게 해주는 행위를 말한다. 죽음을 향한 환자에게 최선을 다했음에도 회복이 불능한 상태가 되었다면 무의미한 인명치료는 중단하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호스피스 치료'가 웰다잉의 첫걸음이다.

지난달 초에 웰다잉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2018년부터 시행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제 소생할 가망이 없는 환자와 그 가족이 결정하면, 심폐소생술과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부착을 중단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 연명치료를 중단했던 의사가 살인방조죄로 처벌된 지 18년 만에 이루어진 뜻 깊은 입법이다.

그동안 의사들은 범죄자로 몰릴까봐 그리고 자식 된 도리를 다 하지 못했다는 죄의식에 빠질까봐 무의미한 줄 알면서도 연명치료를 계속해야만 했었다. 앞으로 소생가망이 없는 환자는 호스피스를 통한 완화치료로 고통을 해소해 주어야 한다. 신체적 치료와 더불어 정신적 치료까지 의료진이 제공하여 환자를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의료서비스가 바로 호스피스 치료다.

작년 7월부터 의료보험이 적용되어 환자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지만, 완화전문의료 병원이 60군데에 1009개의 병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병상이 턱없이 모자라 환자들을 다 수용할 수가 없어 완화치료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예산을 확보하여 현재 보다 배 이상의 병상을 하루빨리 확보해야 된다는 것이 의료전문가들의 요구사항이기도 하다.

현대 의학으로 회복불능 상태가 진행된다면 사전의료 의향서를 미리 작성하여 두었다가 최후의 순간까지 인간존엄을 지켜주는 호스피스의 완화치료로 삶의 마지막을 고통 없이 보내주어야 할 일이 살아있는 사람들의 임무이며 배려다.

앞으로 웰다잉을 통한 사전의료 의향서, 연명치료, 호스피스에 대한 사전계도와 교육을 통하여 온 국민이 동참한 가운데 죽음을 이해하고 죽음에 대한 올바른 준비를 통하여 자는 듯 편안한 죽음을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역량이야 말로 정부가 해야 할 몫이 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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