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자득 (靜觀自得)
정관자득 (靜觀自得)
  • 편집부
  • 승인 2016.02.04 10:57
  • 호수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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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홍복

며칠전 KBS 1 TV에서 소비자리포트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매년 정월이 되면 전국의 무속인들이 남해안에 있는 문무대왕릉을 찾아와 기를 받는 무속행사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중년 여성이 무속인으로부터 사기를 당했다고 제보를 해왔다고 했다. 자기 가족 중의 한 사람이 신내리는 굿을 받고 정신장애를 이르켜 지금은 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굿의 비용으로 4,000만원의 비용 때문에 지금은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는 처지가 되었다는 것이다.

새 해를 맞아 신수나 한번 보자는 마음으로 점집을 들렸더니 신기가 있으니 이를 풀어줘야 한다는 말을 듣고 점집의 무속인이 시키는 대로 굿을 여러번 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기동도 하지 못하고 누워만 있는 환자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우리들은 누구나 부정적인 시사점을 주면 그 불안함을 떨쳐 버리기 위해서 권하는 대로 따라 하게 된다. 큰 병을 당하게 된다거나 사업의 실패, 가족 중에 누군가가 죽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나 그 악재로부터 벗어나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마련이고, 그 벗어남을 위한 행동을 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심리를 이용하는 사기 행각에 넘어가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런 위험적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그 것은 바로 건강한 정신, 합리적인 생각, 올바른 판단력으로 바라보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중국 북송의 유학자 정호 정명도의 추일우성(秋日偶成)이란 수행시 중에 만물정관개자득 (萬物靜觀皆自得)이란 시구가 나온다. 정관자득 (靜觀自得)이란 말은 이 시구에서 인용된 말이다. 정관(靜觀)은'차분한 마음으로 사물을 본다.'는 뜻이고, 자득(自得)이란'스스로 그 답을 얻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정관자득이란 '모든 사물의 이치를 깨우치고 싶을 때 고요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그 사물을 바라보면 스스로 그 진리를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흔들리지 않고 고요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면 스스로 이치를 알게 된다는 의미로 바른 생각을 갖으라는 뜻이기도 하고, 여유를 갖으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무속인의 말을 듣고 정관(靜觀)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고 판단을 했더라면 무속인의 허황된 말에 속지는 않았을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스에 '무엇인가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신화가 있다. 지중해에 위치한 옛 키프로스에 피그말리온이란 젊은 조각가가 살았는데 그는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하고 난 후, 시간이 지나면서 여인상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어 매일 신에게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기를 간청했다고 한다.

이런 간청을 들은 여신 아프로디테는 그의 열렬한 기도에 감동하여 조각상에 생명을 주었다. 생명을 얻은 조각상은 아름다운 여인으로 환생하여 피그말리온의 아내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한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우리의 속담이 바로 그런 것이다. 자성적 예언, 자기충족적 예언 또한 그런 것이다.

이제 며칠 있으면 병신년 새해가 다가오고 있다. 모든 일을 조용히, 바로 보면서 관조하는 우리의 생활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지난 해 잘못된 일이 있으면 모두 떨쳐 버리고, 새 해에는 남의 말에 흔들리지 말고 정관하는 자세로 생활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보이지 않으면 눈을 감고 보면 된다. 귀를 기울여도 들리지 않으면 마음으로 들으면 된다. 그러나 정관하는 자세, 그리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열심히 원하면 될 수가 있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 처럼. 이 글을 읽는'보은사람들'독자 여러분, 병신년 새 해에는 피그말리온 효과처럼 소망이 성취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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