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명상
선거철 명상
  • 편집부
  • 승인 2016.01.28 10:39
  • 호수 33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민들은 선거의 역사에 대해 좋은 추억이 별로 없는 국민이다. 어떻게 보면 시민이 누릴 가장 큰 권한인 투표로 얻어지는 행복을 마음껏 누려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불쌍한 생각도 든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후 맞은 총선거에서 정작 투표권자들이 선택하여 만든 것도 아닌 우파와 좌파로 나눠지면서 첫 투표는 어둡게 끝나고 말았다.

권세자들의 정치관과 도덕성이 무너져버린 후에 나타나는 정치와 사회적인 타락은 오늘날까지도 쉽게 뽑아낼 수 없이 깊게 뿌리내려 있다. 이른바 부정선거와 부정투표가 그것이다. 이 작은 지역인 보은군 내의 각종 선거에서도 심심찮게 들려오는 무성한 소문 중의 하나도 누가 얼마의 돈봉투를 만들어 돌렸고, 또 누구는 얼마를 선거에 투자(?)하여 간신히 성공을 하였다는 우울한 소문들은 이 작은 지역만이라도 깨끗하고 공명한 선거를 꿈꾸며 소망하는 많은 유권자들에게 큰 상심을 안겨주었다. 물론, 나는 깨끗하게 선거를 치렀다고 자부할 수 있는 후보나 당선자도 있었을 것이지만, 어떤 당선자는 떳떳하게 얼굴을 들 수 없는 사람도 있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이 작은 보은군 안에서의 투표도 그러할진대, 국정을 논하는 국회의원 선거에는 그 얼마나 많은 어두운 손과 부끄러운 손들이 맞잡고 있을 것인가. 당선만 하면 부정은 얼마든지 감출 수 있다는 안일하고도 무서운 생각으로 상대방보다 더 많은 부정을 저지르는 것을 응당 당연한 행위로 인식하고 있는 저 높으신 나으리(?)들의 철면피는 그 두께가 두꺼울수록 당선 경력이 많을지도 모른다.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정가가 혼란스럽다. 다른 지역은 차치하고 우리 지역도 선거구 획정 문제부터 시작하여 이 지역 국회의원도 한 때 어떤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것이 선거와 관련되었는지 권한 남용의 문제와 관련되었는지, 그 국회의원께서도 법정에 출두하였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필자는 일전에 본란을 통해 '능력 있는 범죄인'이 당선되는 것보다 '능력이 모자란 모범인'의 당선이 더욱 가치 있다고 피력하였다. 어차피 우리나라의 정치 구조상 국회의원 한 사람의 능력에 의해 정책이 입안되거나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정당의 정치적인 목적과 정치철학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 지역의 한 국회의원의 능력에 우리 보은의 발전이나 미래가 달려 있는 것이 아닐 것이고, 설사 능력이 하늘을 찌를듯하여 보은을 한국의 최고의 도시로 발전시켜줄 수 있다고 할지라도 필자는 도덕성을 그 정치가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을 것이다.

이번 총선부터는 우리 보은군민들의 정치적 소양이 함양되어 선택하는 후보가 어떤 이유에서건 법정에 출두하였던 전력이 있는 사람은 절대로 나라의 일을 맡기지 않는 현명하고도 무서운 선택을 하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전과 몇 범인 후보가 보은에서 출마하였다는 부끄러운 소식은 적어도 듣지 않을 것이다.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 국민은 선거에 대한 아픈 추억이 있다. 그래서 선거철만 되면 그 아픔이 질병으로 돋아 나와서는 '그 놈이 그 놈이여, 어떤 놈은 깨끗햐?'라는 패배적인 생각에 함부로 투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후보들이 바뀌지 않으면 유권자가 바뀌어야 한다. 과거 부정의 전력이 있는 후보나 홍보원이 추천하는 후보에게는 절대 표를 주지 않아야 한다. 그들이 은밀하게 건네주는 돈 봉투나 물건들은 바로 신고하자,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되로 주고 말로 거둬들일 것이다.

야당은 분열로 실망을 주고 있고, 여당은 3분의 2를 당선시킬 수 있다는 자만감에 빠져 있다. 어느 것에도 마음을 주고 싶은 곳이 없다. 그래서 더욱 우리 국민들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따져보니 다 부족하다. 다 맘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그래도 포기하지는 말아야 한다. 언젠가는 정의롭고 행복한 나라가 될 것이고, 우리의 대가 아니면 우리 자식의 대에서라도 선거가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 될 것이라는 소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

맘에 꼭 드는 후보가 없다면, 덜 싫은 사람을 뽑자. 여당이든 야당이든 마음에 들지 않아도, 좀 덜 밉고, 덜 부정적인 당에게 표를 주자. 그러면 다음 선거에는 후보들이 유권자들의 마음에 들고자 더 착해질 것이고 더 열심히 일할 것이다.

선거철에만 악수하는 후보가 아닌, 어느 때라도 만나고 차 한 잔 나눌 수 있는 후보를 우리 보은의 대표로 뽑자. 보은 유권자들이 그렇게 무섭다는 것을 보여주자. 꼭 그랬으면 좋겠다.

송 병 구

- 충남대 인문과학 연구소 철학박사

- 전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특별연구원

- 현 회남면 용호리 예을교회 목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매옥 2016-01-29 13:01:05
"어떤 놈은 깨끗햐?'라는, 후보를 후리 보은의" 오타 수정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