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족안분 (知足安分)
지족안분 (知足安分)
  • 편집부
  • 승인 2016.01.07 13:28
  • 호수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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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풀이 많다. 150평 정원이 모두 풀과 나무로 뒤덮여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90평의 비닐하우스에도 풀이요, 30평의 온실에도 풀이다. 집안이 온통 풀이다. 그래서 서예를 지도해 주시는 평거 김선기 선생님께서 아호를 초당(草堂)이라고 지어 주셨다.

풀이 많은 집, 그게 우리 집이다. 그게 내 생활이기도 하다. 그래서 힘이 많이 든다. 그렇지만 귀찮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남들은 지저분하다고 이야기할 테지만 나는 그 것을 받아들이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다.

화단에 심겨져 있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우리는 그들에게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가 왜 그곳에 살고 있는지, 그가 무엇을 하는지, 그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볼품없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이지만 그들은 겨울을 만나 다 죽었지 싶어도 봄이 오면 새싹을 틔우면서 새로운 생명의 용트림을 시작하곤 한다. 생명은 위대한 것이다. 그래서 그 생명에는 철학이 있다.

나는 우리 집 화단의 변화를 보면서 생활 공부를 한다. 새 봄에 돋아나는 파릇 파릇한 새 싹에서 마음의 희망을, 한 여름의 푸르름에서 생활의 활력을, 가을의 낙엽을 보면서 성숙함을, 겨울의 추위 속에서 기다림을 배운다. 움직일 수 없는 자리에 머물러 자연 조건에 따라 자라는 풀과 나무들, 그들에게서 나는 지족안분의 생활철학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지족안분(知足安分), '지족'은 만족할 줄 아는 것이요, '안분'은 자기의 분수를 지킨다는 뜻이다. 우리는 자기의 분수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만족하지 않고 불만을 품는다면 마음이 편안할 수가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분수에 만족함을 알 때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약간 부족함이 있더라도 족하다고 생각하면 언제나 여유가 생겨 행복을 느낄 수가 있고, 족하지만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항상 부족함을 느껴 불행을 지초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자기의 마음가짐에 따라서 행과 불행이 결정된다. 인생을 행복하게 살려면 자기 분수에 만족할 줄 아는 그런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자기 분수에 만족할 줄 안다는 것,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 만족감을 의미한다. 족함을 알고 분수를 지키는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제가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알아야하고, 자기가 있는 자리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하며 자기 자신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섬 가진 사람이 100섬을 채우기 위해서 1섬 가진 사람의 재물을 노린다.'는 말이 있다. 그것은 욕심이다. 그 욕심 때문에 불행을 자초하게 되는 것이다. 산을 오르는 등산객의 발에 밟히는 풀 한 포기, 숙명적인 자리에 나 있지만 누구에게 불평 한마디 없이 자기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보다 더 깊은 곳으로 뿌리를 내리려 애쓰고, 꽃을 피워 자손을 퍼뜨리려 노력한다. 그런 노력을 보면서 자기의 분수에 만족할 줄 아는 삶을 배운다.

그뿐만이 아니다. 비록 이름 없는 풀 한 포기이지만 다른 화려한 꽃을 피우는 초목들을 부러워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의 삶을 유지하는 그의 삶에서 자기 자신에 만족할 줄 아는 지혜를 배우기도 한다.

요즈음 부정부패가 연일 터지고 있는 우리 한국의 사회, 풀 한포기의 철학을 배워야 할 것 같다. 자기의 분수를 알고 만족할 줄 아는 지혜, 그 지혜가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우리는 자신의 생각이나 능력, 재산이나 소유에 대한 분수를 지켜야 하고, 자기가 있는 자리에 만족할 줄도 알아야한다.

우리 모두 지족안분(知足安分)의 철학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고, 숙명을 개척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그런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서 홍 복

- 속리산면 문화마을

- 전 동광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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