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문화
젓가락문화
  • 편집부
  • 승인 2015.12.24 10:04
  • 호수 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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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어느 날 아침, 보은도서관으로 그림공부를 하러 갔었다. 그런데 한 여자 회원님께서 같이 공부하는 동료들에게 빼빼로 과자를 나누어 주는 것이었다. "이게 어찌된 과자예요?"라고 물었더니 오늘이 빼빼로 데이라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오늘이 11월 11일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빼빼로 데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몸에 배어있지 못한 처지인지라 잊고 있었던 것이다. 과자를 먹으면서 "빼빼로 데이 보다는 우리의 젓가락의 날이 더 알려졌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지난 10월 31일 KBS 1TV의 <이어령의 100년 서재>라는 프로그램에서 이어령 선생님으로부터 젓가락문화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11월 11일 오후에는 청주시에서 개최하는 '젓가락의 날'행사에 구경을 갔었다. 청주시는 한·중·일 3국과 함께 11월 11일을 '젓가락의 날'로 선포하고 청주국민생활관 일원에서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하였다. 아시아인이 주로 사용하는 젓가락, 이 젓가락문화를 주제로 하는 축제를 마련한 것이다. 젓가락의 날 행사는 세계에서 처음 개최하는 행사라고 했다.
우리는 음식을 먹을 때 젓가락을 사용한다. 한국·중국·일본·베트남·타이·싱가포르 등 주로 아시아 국가에서 젓가락을 사용하는데 이번에 출품한 일본의 젓가락 중에 1억 원을 호가하는 젓가락이 있어서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기도 하였다. 중국과 일본은 나무젓가락을 쓰지만 우리는 쇠붙이 젓가락을 쓴다. 우리가 쇠붙이 젓가락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고구려 장군총 유물에 황동젓가락이 나온 사실로 보아 청동기시대부터인 것으로 추정된다. 젓가락은 하늘(천:天)과 땅(지:地), 양(陽)과 음(陰)의 정신적 기운의 조화와 협동심을 강조한다. 짝을 잃은 한 개의 젓가락은 젓가락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다. 아무리 훌륭한 물건이라도 짝을 잃으면 기능성을 상실 하는 것, 그 것이 바로 젓가락의 상징적 존재이다.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이 두뇌발달을 촉진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젓가락을 사용하게 되면 30여 개의 관절과 60여개의 근육이 움직이게 되고, 이런 움직임들이 대뇌를 자극하여 뇌세포를 발달시킬 뿐만 아니라 협응력, 근육 조절 능력과 집중력 등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우리 민족의 손기술이 우수한 것이 젓가락 사용을 잘하기 때문이란다.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우리 젓가락 문화의 모습은 매우 자랑할 만하다. 193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대지'의 작가 펄 벅 여사가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어느 식당에서 어린 아이가 젓가락으로 콩자반과 도토리묵을 집어 먹는 모습을 보고 '밥상 위의 서커스를 보는 것 같다'라고 하면서 감탄했다고 한다. 또, 2011년 미국 애리조나 총기사고로 피격된 지포드 하원의원의 뇌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한국계 피터 리 박사였는데 병원장이 "우리병원에서 피터 리 박사에게 집도를 의뢰한 것은 그의 의술도 뛰어나지만, 한국 민들이 갖는 손가락 놀림은 어떤 민족도 따를 수 없는 능력을 갖고 있기에 복잡한 신경계 수술 집도를 그에게 맡겼다"라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야기했다고 한다. 우리 젓가락문화의 우수성을 인정한 사례들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 아이들 중 젓가락질을 제대로 하는 아이들은 25%에 불과하다고 한다. 우리는 젓가락으로 밥알이나 콩자반을 거뜬히 집어내는 손기술을 가졌고, 젓가락질로 줄기세포를 만드는 섬세한 기술을 가진 민족이다. 단순히 밥을 먹기 위한 젓가락질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살려주는 젓가락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우리의 젓가락 문화는 조상의 얼이 담긴 사랑의 문화이며 생명 공감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서 홍 복
- 속리산면 문화마을
- 전 동광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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