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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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부
  • 승인 2015.07.01 21:06
  • 호수 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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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5일 목요일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뒷동산으로 운동을 가고 있는데 길가 울타리에 콩 줄기가 주렁주렁 달렸다. 얼마 전만 해도 시름시름하더니 비가 와서 콩잎이 활짝 웃고 있다. 나도 기분이 좋았다.
앞서 동내 할머니들이 걷고 있는 것을 보았다.
한 할머니는 다리가 아픈지 지팡이를 짚고 걷고 있었다.
나는 그 할머니를 보니 나는 마음이 너무 안돼보였다. 나도 조금만 있으면 저럭케 다리도 아파할 것 같다.
장금순(69, 보은 교사, 흙사랑 한글학교)


6월 23일 화요일
오늘 아침 다섯 시에 일어나서 밖에 나가 보니 상추와 고추가 다 말라서 물도 주고 또 체육관을 올라가서 운동도 하고 집에 와서 아침을 해먹었다.
그리고 학교나 가야지 하고 가방을 들고 나섰는데 어린 시절이 너무 그립다. 그래도 이 나이에 학교에 간다는 마음이 얼마나 좋은지 시간만 되면 그래도 열심히 해봐야지 하다가도 머릿속에는 안들어온다.
왜 그리 안되는지 너무너무 야속하다. 선생님들은 얼마나 속이 터질까 그걸 알면서도 안되니 어찌할까요?
이옥순(73, 보은 교사, 흙사랑 한글학교)


6월 9일 화요일
오늘은 아들 친구가 중티(산외면) 사는데 누전으로 불이 나서 기계도 저러케 많은 걸 태우고 손해를 얼마나 봤는지 몰라요.
작년에 콩농사 진 것 하나두 안내고 나눴다가 다 태우고 얼마나 속이 아플까
홍삼도 많은걸 태우고
친구들이 갔다 왔다.
우리도 돈을 주고 있다.
미련 곰탱이지 머하러 작년 콩을 여지까지 내비두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장종남(84, 산외 동화, 흙사랑 한글학교)


이제는 죽는 게 걱정이네요
젊어서는 자식들 굶길까봐 낮인지 밤인지 모르고 동동 걸음을 치면서 살다보니 어느새 팔십 줄에 들었다.
그런데 내 꿈은 한 번도 펴보지 못했다.
이제는 눈 뜨자마자 내 걱정이 죽는 게 걱정이 된다.
자나 깨나 자식들 걱정을 했는데 이제는 내 걱정이다.
지금은 평균 수명이 길다고 해서 자식들한테 짐이 되면 어떻게 하나 하고 우리 부부는 밥상에 마주 앉아 어떡하면 저녁 잘 먹고 자는 것처럼 죽을까 하는 생각뿐이다.
그러나 죽음이 마음대로 되면 얼마나 좋을까?
자식들 서운하다 할 때 죽어야 자식들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늙어서 거동 못하면 영원한 집으로 가면 좋은데….
임재선(73, 수한 질신, 흙사랑 한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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