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와의 전쟁
메르스와의 전쟁
  • 편집부
  • 승인 2015.06.24 19:16
  • 호수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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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홍복

9년 전 개봉해 1천200만 관객을 불러들인 봉준호 감독의 '괴물'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역병에 대한 풍문으로 서울 도심은 공포로 가득하고, 마스크를 쓴 사람들 여럿이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데 누군가가 비가 온 거리의 물웅덩이에 가래를 내뱉자 사람들은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지나가는 자동차가 물을 튀기자 기겁을 하며 도망가는 장면들이 공교롭게도 메르스에 사로잡힌 지금 우리의 현실과 닮아도 너무 닮았다. 영화 '괴물' 이 지금의 메르스를 예상했던 것은 아니지만 병균 확산 방지에 대한 정부의 병적인 대응 방법이 만들어낸 스크린의 행동 장면들이 지금의 메르스 사태를 안이하게 대응하여 어려움울 격고 있는 장면과 상통하는 점이 많다. 메르스가 '괴물'을 떠 올리게 하는 것이다.

메르스는 코로나바이러스(MERS-CoV) 감염으로 인한 중증급성호흡기질환의 이름이다. 2012년부터 중동지역 아라비아 반도를 중심으로 나타난 메르스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단봉낙타 접촉에 의한 감염전파가 보고되고 있어, 낙타에서 사람으로 전염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변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원인인 사스(SARS)보다 전염성은 떨어지지만 치사율은 30~40%로 더 높다는 것이다. 서울과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했던 메리스가 점차 지방으로 확산되면서 종식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중소기업청이 실시한 '메르스로 인한 중소기업·소상공인 분야 긴급 모니터링'을 한 결과를 보면 71.5%가 메르스 발생 이전보다 국내 체감경기가 악화됐다고 답했고 매출액도 4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특히 학원등록 및 수련회 취소 등의 영향으로 교육 서비스업에서 피해가 두드러졌고, 음식점업과 PC방을 포함한 스포츠와 오락관련 서비스업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고 했다. 전통시장의 경우 대부분의 지역에서 방문객과 매출액이 50~80% 감소했고 임시휴업을 결정한 전통시장도 3개나 있다고 한다.  세월호 사고 당시와 비교해 메르스가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응답도 50.4%를 차지했다고 하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방문을 연기했겠는가?

특히, 해외 관광객 감소에 따른 정부의 외국인 관광객 대처가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6월 15일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외국인 관광객 감소 현상을 차단하기 위해 한국 관광 중 메르스에 감염될 경우 치료비는 물론 여행 경비를 전액 보상해주고, 방한 기간 동안 메르스 확진 시 보상금을 지원하는 안심보험을 개발해 관광객 입국과 동시에 정부 부담으로 자동 가입되도록 한다고 발표했다. 나라의 체면은 생각지도 않고 놀라운 발상을 한 것처럼 이야기 하는 것을 보니 우습기도하다. 보험금 타러 메르스 감염도 좋다고 한국여행 오겠는가? 경제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사람은 그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메르스 때문에 어려워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사명감 하나로 최전방에서 애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메르스와 사투 중인 의료진이 그들이다. 이들은 입고 벗는 데만 한 시간이 걸리는 보호복을 입고 음압병실에 들어간다. 의료진들이 입은 보호복 장비는 공기가 통할 수 없기 때문에 조금만 움직여도 땀에 흠뻑 젖는다고 한다. 에볼라바이러스 진료 자원봉사에 투입됐던 한 의사는 보호복을 입고 치료하는 동안 몸무게가 5kg 넘게 빠졌다고 했다. 그들은 격리병동에서 매끼 일회용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자녀와 가정이 있지만 상당 기간 생이별을 감수하고 있다. 진료는 물론, 예방, 관리, 대처 등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싸우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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