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에 드러난 정부의 무능
'메르스'에 드러난 정부의 무능
  • 편집부
  • 승인 2015.06.10 21:27
  • 호수 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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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구

'MEROS'(메르스), 우리말로 하면, '중동호흡기증후군'이다. 지난 5월 20일경 중동을 방문하고 돌아온 사람에 의해 온 나라가 패닉상태에 빠져가고 있는 중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을 모르는 이 없을 만큼, 초기대응의 중요성에 대해 조상대대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건만, 지난해 세월호의 비극을 겪으면서도 우리 정부는 위기 대처능력에 한 걸음도 진보하지 못한 꼴이 되었다.

헌법 34조 6항에 보면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것은 국가의 기본이다. 세계에서 경제능력이 열손가락 안에 든다고 하는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이런 기본적인 국가의 의무까지 언급하는 것은 이미 그 국가가 그 기본적인 능력도 가지지 못했다는 반증이 된다. 그러면서도 법조항을 제시하면서까지 국가를 향해 비명을 지르듯이 외쳐대는 건, 국민으로서 안전하게 살고 싶다는 것이며, 더 이상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도 모르는 이 나라를 제대로 좀 지켜달라는 생존권의 요구인 것이다.

필자는 이 지면을 빌어 도덕성보다 능력이 우선이라는 지난 MB정부와 현 박근혜정부의 통치이념에 대해 여러 차례 비판했다. 능력이 있다면 누구든지 저지를 수 있는 자질구레한 도덕적인 결함들은 덮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남보다 조금 더 잘 살겠다고 땅 투기를 하였다든지, 주소지와 거주지가 달랐다든지 혹은 세금을 덜 내기 위해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든지 하는 이런 것들은 다 눈감아 줄 수 있다. 도덕성을 기대하는 것은 이미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 국민들은 알고 있다.

그래도 국민들은 10원 단위까지 계산기로 두드리면서 철저하게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 하고 있는 것은 국가가 우리를 지켜주는 것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로지 나와 내 가족의 생명을 지켜준다는 그것 하나만이라도 보장해 준다면, 이제는 일상화되고 보편화되어버린 고위 공직자들의 '애교스런(?)' 부정 정도는 눈감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어느새 우리의 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도대체가 도덕성은 말할 것도 없고, 능력조차도 없는 사람들이 권력을 나누어 갖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도덕성은 커녕 법대로 따지자면 이미 감옥에 갔어도 여러 번 갔었어야 할 위인들인데다, 그렇게도 능력을 자랑스럽게 내세우기에 능력은 어느 정도 있는 관리인 줄로만 알았던 고관대작들이 위기에 대처하는 꼬락서니를 보면, 하는 일마다 시골 면장은 고사하고 이장만큼도 안 되는 사람들이 고위 관직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례로,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표되는 날에 메르스와 최전선에서 싸워야할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 전 직원들은 운동장에서 족구대회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차라리 우리 마을 이장을 그 자리에 앉히면 더 잘 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불평과 비난들이 넘쳐나고 있는 게다.

좋다. 지금은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메르스라고 하는 보도 듣도 못했던 이상한 놈을 빨리 퇴치하는 게 우선이라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없다. 정부가 무능한 사람들로 구성되었다느니, 대통령이 골든타임을 놓쳤다느니 보건복지부 장관을 쫓아내야 한다느니 하는 것은 메르스로부터 우리 국민의 안전이 보장되었을 때 할 일이다.

 지금은 비난의 때가 아니라 협동의 때이다. 지난 IMF를 극복하기 위해 전 국민의 금모으기를 하던 때 이불장 밑에 손수건에 싸서 꼭꼭 숨겨놓았던 결혼반지까지 서슴없이 내놓았던 70대 할머니의 모습처럼, 그리고 2003년에 온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사스'를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빠르게 퇴치하여 국제적인 모범국이 되었던 때처럼, 지금은 온 국민이 '나를 넘어 우리를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개인은 개인의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고, 감염의 기운이 느껴지는 사람은 즉시 보건소에 신고하여 후속 조치를 따라야 할 것이며, 감염자로 확진되었을지라도 절대 좌절하거나 흥분하지 말고 세계적으로 수준 높은 의료기술로 인정받은 우리 대한민국의 의료진들의 도움을 받아 우리 몸 안에 들어온 메르스 바이러스를 적극적으로 쫓아내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어떤 매스컴에서도 보도되지 않은 것으로 놓치지 말고 생각하여야할 것 하나가 있다. 바로 격리자들이나 확진환자들이 겪는 공포와 고통과 외로움이다. 감염자들이 겪는 고통은 고통의 단계를 0~10으로 볼 때 8이나 9의 단계에 이를 정도라고 한다. 이 정도면 말기암환자가 죽음을 앞두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단계보다도 더 높다.

그러한 고통 중에 가족들의 손길이 얼마나 그리울까. 가족들이 얼마나 보고 싶을까. 치료약도 없이 그저 진통제와 해열제, 그리고 듣지도 않는 항생제들로 우연한 치료를 기대하면서 보내야 하는 그 지옥 같은 날들 동안, 면회조차 통제된 채 사랑하는 가족들의 이름을 부르며 고통 속에 참아야 할 그들, 필자는 그들이 절규하는 외로움과 그리움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며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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