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을 가다② … 연인 섬 키스하다
베트남을 가다② … 연인 섬 키스하다
  • 편집부
  • 승인 2015.06.03 21:51
  • 호수 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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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수

베트남을 침입한 수많은 적 함대를 무찌르기 위해, 어린 용, 어미용은 하늘에서 급히 내려와 바다에 진주를 내뿜었는데, 이때 용의 입에서 뿜어진 진주들이 바다표면에 닿자마자 모두 거대한 산과 섬으로 변해 적 함대들이 갑자기 나타난 바위섬들에 부딪쳐 모두 부셔져 버렸다는 것이다.

꿈속처럼 끝없이 이어져 보이는 섬과 섬, 물속에도 산이 있고 섬이 있으며, 섬 뒤에 또 다른 섬이 숨어 있는 곳. 바다인데도 파도가 없고, 갈매기도 없고, 짠 내음이 없어 3무(無)이고, 곰이 많고 '다금바리' 고기가 많다고 해서 2다(多)로 불리는 하롱베이는 이상하리만치 갈매기를 비롯한 바닷새들이 전혀 안 보인다.

계속 이어지는 절경에 감탄사는 물론이지만 아쉽다면 뿌옇게 흐린 날씨다. 하롱베이의 수많은 섬들은 월남전 당시 베트남 공산군들의 은신처로도 유명했는데, 석회암 섬 곳곳에는 동굴도 엄청나게 많아 한번 숨어들면 미군들이 접근을 못할 정도로 요새였다는 것이다.

그 당시 미군들은 비행기에 폭탄을 가득 싣고 이곳에 왔다 하롱베이 공격 명령이 수차례 떨어졌으나 공군 조종사들이 하늘에서 본 하롱베이는 너무도 아름다웠다 전쟁이 끝나고 먼 훗날 돌아올 세계적인 비난이 두려워 공격 명령도 어긴 채 도저히 폭격을 할 수가 없다면서 되돌아갔다고 한다.

꼬꼬바위, 하롱베이의 연인 섬, 혹은 키스 섬으로 불리는 섬이다. 두 마리의 새(鳥)가 서로 바라보는 듯 그러나 방향이 바뀜에 따라 키스하는 연인으로 보이는 섬. 지금은 두 마리의 새가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배가 서서히 바위를 안고 돌자 어느새 키스하는 장면으로 바뀌고 점점 키스가 너무 찐해져 바짝 달아올라서 뒤엉켜 버렸다

하롱베이에는 없는 3가지가 있다. 하롱베이에는 파도와 갈매기, 그리고 비린내가 없다고 한다. 분명히 바다인데 잔잔하기가 호수 같아서 파도가 없으니 당연 뱃멀미가 없으며, 크고 작은 섬마다 맹금류가 많이 살아서인지 갈매기가 안보이고 석회석 지질의 특징 때문인지 어떤지 여느 바다에서든 맡을 수 있는 비린내가 없다. 그래서 하롱베이 여행 내내 커다란 호수를 유람하는 것 같은 착각을 했다.

영화 '인도차이나'와 '007'에 소개되어 찬사를 받은 곳, 얼마 전 모 국내항공사 CF 배경으로 나와서 많은 사람들을 설레게 한 곳 하롱베이. 텅 빈 여백의 아름다움을 느껴볼 수 있는 하롱베이의 푸른 바다, 그동안 답답하게 꽉 차있었던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것 같았다.

드디어 앞에 승솥동굴이 보인다. 거대한 석회암 동굴인데 소위 말하는 죽은 동굴이다. 즉, 석회암이 더 이상 자라지 않으며, 동굴 안에는 물이 전혀 없다. 이 동굴은 원숭이를 쫓던 외국인이 번번이 이 앞에서 원숭이를 놓치는 걸 이상하게 여긴 끝에 발견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천궁동굴이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 동굴의 입구에서 바다의 전경을 바라보면 이런 천혜의 요새가 곳곳에 있으니 미국이 아니라 제아무리 좋은 무기를 가진 자인들 왜소하고 날렵한 베트남인들의 게릴라 전법에 당해낼 재간이 있을까? 생각이 된다.

이곳의 석회암들은 석회의 함량이 매우 많아서 물이 쫙쫙 빠져 버리기 때문에 게릴라들이 은신하기엔 딱 일거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안으로 들어가자 내부가 얼마나 넓은지 1개 대대가 숨어들어도 충분할 것 같았다.

천혜의 지리여건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현지인들을 무슨 수로 미국이 잡을 수 있었겠는가? 동굴을 나와서 밖을 내려다보니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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