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법자연 (道法自然)
도법자연 (道法自然)
  • 편집부
  • 승인 2015.05.27 21:05
  • 호수 29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홍복

오랜만에 서예실에 있던 작품 몇 점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해 정리를 하다 보니 도법자연(道法自然)이라고 쓴 작품도 함께 옮기게 되었다. 나에게 서예의 꿈을 심어주신 평거 김선기 선생님께서 체본해 주신 것을 연습해서 만든 것으로 보은문화원 문화교실 작품전에 출품했던 것이었다. 그 때는 그저 글씨 모양만 임서하는 것만을 생각했던 터라 무슨 뜻이었는지도 몰랐는데 지금 다시 대하고 보니 새로운 감회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선생님께서 나에게 삶의 지표를 생각해보라고 이 글귀를 주신 것 같아 고맙다는 생각도 하였다.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 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 (인법지, 지법천, 천법도, 도법자연)이란 글귀가 있다.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스스로 그러함을 본받는다'는 뜻이다. 바로 도의 본 모습은 자연이라는 것이며 사람 또한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억지로 꾸미지 않으면 자연스러워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상사 모든 일이 억지로 되는 일은 없다. 억지로 만들기 위해서 애쓰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때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는 가르침을 주는 글귀이다.

'인간은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먹고, 입고, 잠자는 모든 것을 자연에서 구하고, 숨 쉬는 공기도 자연에서 얻는다. 우리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 그러니 옛날부터 자연을 숭배하는 사상이 생겨난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지금 도시화로 인하여 시멘트 위에서 사느라고 흙을 밟고 살지 못하면서 땅을 잊고, 자연을 잊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지금부터 50년전만 하여도 시골에서는 흐르는 산골짜기의 물을 그대로 먹고 살았다. 그 때의 금수강산, 지금도 그럴까? 서양에서 물을 사먹고 있을 때 우리도 물을 사먹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제 우리도 물을 사서 먹고 있는 형편이 되고 보니 앞으로 공기도 사서 마시어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은 나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우리 모두의 문제로 다가서고 있다.

옛부터 우리 선조들은 자연과 호흡하며 살아왔다. 의식주에 필요한 모든 것을 자연에서 얻었고, 자연을 벗 삼아 호연지기를 키우면서 살아왔다. 자연의 이치에서 삶의 방법을 터득했고,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사실도 배웠다. 자연 속에서 자연과 교감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그런 삶을 살아오면서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삶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왔다. 이 같은 선조들의 사상은 지금도 우리의 몸속에는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세상 모든 것은 변화의 흐름을 따른다. 봄이면 새싹 돋고, 여름이면 녹음이 우거지고, 가을에는 열매 맺고, 겨울에는 새 싹의 눈을 보존하는 식물의 무리들이나 커다란 바위가 작은 모래알과 흙으로 변하는 풍화작용 등 그 모두가 자연의 변화이다. 자연(自然)은 말 그대로 '스스로 그러한' 것이며, 스스로 다른 무엇과 조화롭게 견디어 나가는 것이다.

만약 자연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면 그 순간 조화는 깨지고 무너진다. 조화가 깨지면 죽음이 찾아온다. 그런데 그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하기에 자연은 늘 스스로 안정된 조화로움을 찾아 쉼 없이 변화한다. 자연의 순리는 우리들의 삶의 지평을 설정해 주기도 하고, 삶의 변화를 안내해 주기도 한다. 자연과 함께 하는 삶, 자연 속에 우리의 몸을 맡기고 자연과 교감하면서 마음을 정화시키는 삶, 우리들 모두 그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면서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그런 삶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