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을 가다 ①오토바이 묘기
베트남을 가다 ①오토바이 묘기
  • 편집부
  • 승인 2015.04.29 19:28
  • 호수 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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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수

베트남에서는 오토바이에 엄청난 양의 물건을 싣고 달리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깨지기 쉬운 계란부터 살아있는 물고기까지 오토바이에 못 싣는 것이 없다. 그 많은 물건을 싣고 내 앞으로 끊임없이 지나가는데 하나같이 무슨 곡예를 보는 것 같았다. 가족 전체가 타고 가기도 하고, 정장을 입은 아가씨가 오토바이에 앉아서 화장을 하기도 한다.

프랑스와 전쟁을 하다가 프랑스가 베트남에 밀리자 미국에 수없이 S.O.S를 보냈으나 베트남과 싸워봐야 이득은 프랑스가 다 취하고 이겨도 이득이 없을 거라고 판단한 미국이 베트남 남쪽 앞바다에 전함을 주둔 시키고 눈치만 보고 있던 와중에 베트남군이 쏜 대포 한방으로 전함 한구석이 약간 망가지자, 베트남을 향해 포를 날리게 된 사소한 계기로 결국 프랑스는 빠지고 미국과의 전쟁을 치른 베트남은 세계사에 유일하게 미국을 상대로 승리를 차지한 4천3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중국과 라오스, 미얀마, 인도차이나 반도 등으로 둘러싸인 나라답게 무려 3,600여회나 외세 침략을 받아왔다.

외세 침략을 많이 받다보니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무리 친한 사람도 쉽게 믿질 않으며 작고 왜소한 체격으로 적과 싸워서 이기려면 절대로 정면승부를 하지 말라고 어려서부터 배우며 자란다. 그래서 그런지 베트남인들은 남을 절대로 믿질 않는다. 심지어 가족들까지도 믿지 않을 정도로 의심이 많은 탓에 베트남인들은 돈도 은행에 맏기질 않고 집안 어딘가에 감춰놓기 때문에 은행은 영업이 안 된다고 한다.

베트남은 우리나라 지형과 비슷해서 70퍼센트가 산이고 나머지가 평야란다 하지만 일 년 내내 농사를 지을 수가 있어서 전 세계에 쌀 수출국으로 알려졌다. 천혜의 관광지다. 물 안에 있는 도시 하노이답게 호수가 참 아름다웠다. 이런 곳에 물고기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저만치 앞에서 무언가가 팔딱거리고 들어가곤 하는 것을 보아 고기도 많이 서식을 하나보다. 호수엔 물소들도 한가로이 낮잠을 자고 있다.

하롱베이 선착장에는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을 태울 나무로 만든 유람선들이 수백 척이 떠있다. 베트남이 개방된 이후 세계에서 몰려드는 관광수입이 베트남 전체 예산을 웃돈다고 한다. 그런데도 관광객을 위한 편의시설 등에 대한 투자는 도무지 하질 않는다. 그래서 전쟁 중에 민주주의가 약간 물들었던 사이공. 즉 호치민시와의 경제력은 하노이와 열배정도 차이가 난다한다.

우리 일행이 배에 올라타자 어디서 왔는지 작은 배한척이 달려와 두세 살 정도 되보이는 꼬마하나가 배로 훌쩍 오르더니 바나나 한 송이를 가지고 투 딸라~ 투 딸라~ 하고 외친다. 즉 2달러에 사달라는 것이다. 엄마는 더 작은 젖먹이를 안고 투 딸라를 외치고, 아버지는 배에서 멍하니 서있고, 아마도 우리들의 감성을 이용하는 상술로 보인다.

노를 젓는 아낙네가 한국말로 독수리바위, 독수리바위 하기에 쳐다봤더니 정말로 독수리 바위다. 아마도 한국 관광객들이 가르쳐준 말일게다. 날씨가 희뿌여서 조망은 별로지만 그래도 요즘 같은 날씨 치고는 좋은 날씨란다. 노 젓는 아낙이 박수를 치라는 둥 분위기를 돋우더니 '소양강 처녀'를 유창하게 불러 팁을 받기도 했다.

신비한 바다의 정원이라 불리는 하롱베이는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만 같이 우중충한 날씨에 조망은 별로였다. 1994년에는 그 아름다운 경관으로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록되었다. 하룡은 한문으로 하룡(下龍), 즉 용이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뜻이다. 전설에 따르면 적의 침입에 위험해진 나라 베트남을 구하기 위해 어린 용들을 데리고 어미용이 세상에 내려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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