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선약수(上善若水)
상선약수(上善若水)
  • 편집부
  • 승인 2015.04.22 20:02
  • 호수 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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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홍복

얼마 전의 일이다. 제자 중의 한 사람이 찾아와 아들이 결혼을 하는데 주례를 서 주었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받았다.  교직을 퇴직한지도 오래 되었고, 지금은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면서 살고 있는 터라 사양을 했지만 극구 부탁을 해서 어쩔 수 없이 승낙을 하고 나니 무엇을 이야기 해주는 것이 좋을지 걱정이 되었다.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가 주례사의 주제를 상선약수(上善若水)로 정했다. 그리고 나서 주례이야기도 하고 선물도 겸해서 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에서 붓글씨를 써서 표구한 액자를 하나 만들었다.  

액자 안의 붓글씨는 주제를'上善若水(상선약수)'라 쓰고 협서로 水善利萬物而不爭(수선리만물이부쟁) 處衆人之所惡(처중인지소오) 故幾於道(고기어도)라 적었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글귀다. '지극히 착한 것은 마치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아니하고,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자리로 흘러간다. 그러하기에 도에 가깝다.'라는 뜻이다. 높은 자리보다는 낮은 자리, 채움보다는 비움, 직선보다는 곡선, 강함보다는 부드러움의 가치를 마음속에 간직하고 살면 부부의 생활은 물론, 가정과 사회의 생활이 원만해질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비우기, 기다리기, 버리기를 통해 진정한 삶의 행복을 찾아보라는 뜻을 전해 주고 싶었던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인생은 물처럼 사는 것이다. 불은 아래에서 위로 훨훨 타 올라가지만 물은 위에서 아래로 제 자신을 겸손하게 낮춘다. 항상 위에서 아래로 자신을 낮추지만 드높은 하늘의 구름 속에도, 높은 산꼭대기의 바위 속에도, 훨훨 타오르는 불속에까지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러면서도 바위를 만나면 돌아가는 지혜를 발현한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겸손함과 막히면 돌아가는 지혜, 흙탕물이나 더러운 구정물까지도 받아주는 포용력, 그 어떤 그릇에도 담기면 모양을 바꾸는 융통성, 바위에도 구멍을 뚫는 인내와 끈기, 높은 폭포의 바위 위에서도 떨어지는 용기를 갖고 있다. 이 세상 최고의 신의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 물이다. 물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존재이다. 음식을 만드는 데에도, 더러운 것을 씻는 데에도, 에너지를 만드는 데에도 물은 필요하다.

그렇게 물은 필요한 존재이면서 최고의 능력을 소유한 만물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우리도 물처럼 몸을 낮추어 겸손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 삶이 바로 나와 나의 이웃에게 이로움을 주는 삶이 된다는 사실도 깨달았으면 좋겠다.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삶, 물처럼 살아가는 우리의 삶, 이처럼 사람의 삶을 진지하게 표현하는 말도 없다. 우리는 흘러가는 강물처럼 부딪히는 모든 것들과 소통하며 살아간다. 그러면서 씻기고, 비우고, 채우고, 깨우치면서 바다로 흘러가는 강물처럼 살아간다. 물처럼 살다가 물처럼 가는 것이 인생이라면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우리의 몸도, 우리가 사는 지구도 모두 70% 이상이 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물은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어있다. 물이 이 세상에 없다면 존재할 수 있는 생명체는 아무것도 없다. 물은 곧 생명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물은 생명을 파괴시키기도 하고,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면 또 하나의 새로운 존재의 세계를 만들기도 한다.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겸손하고, 언제나 부드러운 표정으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에게서 우리는 인생 삶의 진리를 배워야 한다. 그대여 맑은 물 한 잔의 존재를 진정 아는가? 우리 모두가 물의 철학을 따르면서 세상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물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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