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남은 시간이 일 년뿐이라면
당신에게 남은 시간이 일 년뿐이라면
  • 편집부
  • 승인 2015.04.15 18:50
  • 호수 2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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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

삼라만상이 약동하는 봄이다. 흐드러지게 피고 있는 아름다운 꽃들과 파란 새싹이 움트는 생명의 계절 속에 사월은 깊어가고 있다.

이달은 조상의 음덕을 기리기 위해 산소를 찾아 성묘를 하며 사초도 하고 묘를 둘러보는 청명과 한식의 날도 있다. 먼저 영면하신 조상들의 얼을 되새겨보는 기회의 시간이기도 한 달이다.

우리 인생은 출생과 더불어 생로병사(生老病死)라는 피할 수 없는 길을 밟으며 늙고 병들고 죽음에 이루는 시간들을 비켜갈 수가 없는 생자필멸(生者必滅)로 생애기간이 죽음으로 마감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죽음에 대하여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세 가지가 있다.

사람은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다. 혼자서 죽으며,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하는 것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세 가지이며,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것이 세 가지다. 삶의 마지막은 누구도 모른다. 준비 없는 죽음은 떠난 자와 남은 자에게 큰 통증을 안겨준다.

이제는 갑자기 맞이하는 죽음이 아니라, 죽음을 준비해 후회 없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 웰다잉이라고 한다. 부모노릇 다하고 비명횡사하지 않고 편안하게 적절한 수명을 살고 자식을 먼저 보내지 않고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작별인사하고 고통 없이 편안하게 죽는 것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바라는 좋은 죽음이다.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면서 나만은 영원히 죽지 않고 천만년 살 것같이 몸부림치고 발버둥 치며 살고 있지만, 죽음 앞에선 재산이 무슨 소용이며 높은 지위가 무슨 필요가 있는가? 이웃에게 배려하고 덕을 베풀어가며 살아있는 동안 자기 모습을 가끔 뒤돌아보며 남은 날들을 소중히 쓰겠다는 아름답고 의미 있는 마무리를 위한 삶의 지혜를 가져보자.

지난 4월 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8년간 표류하던 존엄사법이 국회에 법안이 제출되어 금년 중에 처리된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존엄사란 의학적으로 사망단계에 임박했을 때 기계호흡이나 심폐소생술을 거치지 않고 환자 자신이나 가족들이 죽음을 선택하는 보장 받아야 할 권리라는 개념으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이지만, 그 과정을 어디까지 인정하고 존엄사할 것인가는 지금까지 제도적 측면이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표류하다가 금년에야 합법 처리된다고 하니 다행이다.

존엄사가 인정되어야만 환자 자신은 물론 가족의 고통을 줄여주고 의료계의 혼란이 정비 될 것이다. 시한부 죽음을 앞둔 삶의 끝자락에서 의학적인 연명치료가 환자나 가족들에게 어떤 의미와 가치를 주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때다.  평소에 잘 모시지 않던 자식들이 큰 병으로 시한부를 다투는 부모들에게 야단법석을 떨며 수술을 원하고 방사선 치료와 항암치료 등으로 힘든 과정을 이기지 못해 큰 액수의 치료비만 남기고 운명하는 모습을 볼 때 과연 연명치료가 필요한 것인지 안타까운 심정이다.

이제는 사전 의료의향서이다. 사전 의료의향서를 준비하면 본인은 고통에서 해방되며 가족에게는 물질적 짐이 축소되고 가족들의 죄책감이 감소되고 가족들에게 사랑을 심어주고  의료진들에게 수고를 덜어주며 국가에도 부담을 줄여주는 존엄사의 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호스피스(통증완화) 치료가 이루어져죽음의 질을 높여 주어야 한다.

그럼 호스피스 치료란 무엇인가? 죽음의 질을 높여주는 가장 중요한 치료의 과정이다.  아프지 않고 고통 없이 편안한 죽음을 맞기 위해 필요한 시설이다. 더 이상 적극적인 치료가 듣지 않을 때 통증관리를 하면서 마지막을 기다리겠다고 선택하는 곳이 호스피스 병동이다. 일 년에 7만5천명이 암으로 죽고 있다. 그 고통을 완화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한 호스피스 병동을 늘려 고통 속에 신음하는 환자들의 마지막 삶의 질을 높여 주어야 한다.

웰다잉의 마지막 종결은 우리나라의 장례문화의 문제점이다. 허례허식과 고비용 구조와 형식주의가 되어 고인에 대한 추모는 뒷전이고 체면과 시선을 인식하고 신분을 과시하는 등 장례문화가 형성되어 마지막 길에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도 있다. 이제 장례문화 예식도 사전 장례의향서다. 죽기 전에 작성한 고인의 뜻을 실행한다면, 장례식을 화려하게 치르지 않더라도 불효라는 압박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끝으로, 당신에게 남은 시간이 일년 뿐이라고 의사의 통보를 받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해답은 이 글속에 다 나와 있다.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 웰다잉이다. 오늘을 내 인생의 마지막 날 인 것처럼 살라던 '스티브 잡스'처럼 우리도 죽음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오늘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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