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일기
  • 편집부
  • 승인 2015.02.12 16:57
  • 호수 28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 식전에 큰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는 몸이 안 아픈 데가 없는데 아들이 감기 안걸리셨느냐고 물었다. 아팠던 몸이 아들 전화가 약이었다. 팔십 줄에 들어서고 보니 나도 모르게 자식들한테 기대고 싶어진다. 이제야 시어머님이 나한테 애기처럼 했던 게 생각이 났다. 사람이 그립다고 하시며 내가 시장에 가면 *삽짝에 앉아서 나를 기대리다가 내가 가면 그렇게 반가워하셨다. 내가 학교를 다니느라고 나가면 “또 어디가” 하면서 차타는 곳까지 따라오기도 했다. 시어머님이 그렇게 외로워하신 걸 이제서 알았다. 그래서 시어머님한테 잘못한 것을 이제서 알게 되었다. 며느리를 기다리고 어디 가는 걸 싫어했는데 그걸 몰라주어서 죄송했다. 나도 자식들 오는 것이 기다려진다. 시어머님 하고 똑같아져 간다. 설날 시어머님 묘에 가서 용서를 빌어야겠습니다.
*삽짝 : 나뭇가지들을 엮어 만든 문짝을 말한다.
임재선(73, 수한 질신, 흙사랑 한글학교)

2015년 2월 4일 수요일
오늘 마을회관에서 점심을 먹었다. 꺾쇠 할머니가 누룽지를 끓여주었다.
왕할머니 딸은 할머니 좀 보살펴달라며 빵을 사왔다.
연남이 엄마는 배를 한 짝 가지고 왔다. 우리 회관에는 먹을 게 넘친다.

2015년 2월 5일 목요일
오늘부터 영어하고 한자를 배우기 시작했다.
시작을 했으니 열심히 해야 하는데 용기가 안난다.
그래도 열심히 해야지.

2015년 2월 6일 금요일
오늘은 아침 일찍 목욕탕에 갔다.
오는 길에 장날이라 장을 봤다. 이모님 생신이라 저녁에 생신상 차리려고 생선도 사고 소고기도 샀다.
미역국 끓이고 불고기도 하고 갈치도 굽고 배추 겉절이도 하고.
이렇게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서 가족 모두 같이 먹었다. 이모님 생신 축하도 해드렸다.
홍종예(64, 보은 교사, 흙사랑 한글학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