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교원 일기
포교원 일기
  • 편집부
  • 승인 2014.10.29 21:47
  • 호수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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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춘홍(회인, 불교대학 6기)

10월 16일은 친정 마을에 얼떨결에 내려와 자리 잡기 시작한 지 일 년이 되는 날이다.
친정 부모님이 축사로 사용하던 곳에 작은 황토방 한 칸을 만들려고 했던 공사는 막상 시작하고 보니 처음 계획과 달리 집 모양을 갖춘 황토발효실과 창고건물까지 짓게 되었다.

밥을 짓는 일과 집을 짓는 다는 개념에 대해, 그 의미가 같다고 깨달을 즈음, 도시에서만 살던 내 얼굴은 오지의 센물에 벌겋게 퉁퉁 부어오르고, 일에 길들여지지 않았던 두 손은 마디가 아파 저녁마다 잠을 설치곤 했다. 시간은 나의 의지와는 상관하지 않고 속절없이 흘러갔다.

겨울도 지나 봄, 오지는 어느 곳보다 먼저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해 주었다. 어떻게든 버텨낸 시간에 대해 선물 같은 계절이 온 것이다. 그 선물은 또 다른 곳에서도 발견했는데 그 건 보은 읍내에 자리 잡고 있던 법주사포교원 간판을 눈으로만 보고 다니던 나의 눈에 펄럭이던 법주사 불교대학생 모집이라는 현수막이 보였다. 그동안 나는 절 혹은 불교를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위안쯤으로 생각해왔었다. 초파일이나 백중에 등이나 달고, 아이가 수능시험을 치르는 날엔 법당 한 쪽에 앉아 있는 정도였다. 그러니 부처님께 삼배를 올린다거나 스님을 만났을 때 반배를 올리거나 하는 일은 쑥스러워 어찌할 바를 몰랐다. 짝사랑하는 사람을 사모하듯, 멀리서 옷자락만 씹는 정도였다. 운전하다가 슬쩍 쳐다본 포교원에 걸린 현수막에는 개강이 3월 초라고 쓰여 있었다. 입학식이 코앞인 그 시기는 서울과 보은을 일주일에 한 번씩 오고가며 전쟁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때였다. 전활 했더니, 다행히 사진과 연락처 수강료를 보내면 입학할 수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야호~~^

입학식 날, 입학식이 열린 법당 안은 추워도 너~~무 추워 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 사이 법주사엘 여러 번 다녀가면서도 제대로 법당 부처님께 인사드리지 않았으니 법당의 온도를 어찌 알았겠는가? 여러 행사를 거쳐 주지스님께서 말씀을 시작하셨다. 철학적이라거나 인문학적으로만 받아들여지던 불교가 그것을 뛰어넘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 순간이었다. 즉, 종교로서의 불교가 시작이었다. 개강일, 포교원이 사람들로 가득 했다. 드디어 보은사람이 되어가는 길에 첫발을 내딛는 기분이었다. 그 곳에 모인 여러직업과 다양한 나이의 사람들 소개를 들으며, 같이 살아 갈 사람들이 생겼다는 기분이었다.

템플스테이, 결석을 반복하면서도 시간은 흘렀고, 누군가와 같은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와 인연인가를 생각하게 했다. 예불시간의 법고소리와 스님들의 말씀들과, 백팔배와 새벽하늘, 다함께 마시던 차, 초 한 자루 앞의 참선의 시간, 포행의 경험과 자갈돌 위의 힐링캠프, 모두 같이 걸었던 절 마당과 문화재 해설까지, 다시 떠올리니 가슴이 뿌듯해진다. 워크숍 또한 서로에 대해 더 알게 하고 이해하게 된 기회였다. 대학원과 포교사 공부하는 선배들의 열정과 각자 삶의 바탕에서 불교가 어떻게 작용할 수 있는가와 어떻게 접목시키며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알게 해 준 시간이었다. 

생각하니 벅차오르는 마음을 다 어떻게 표현할까가 고민이다. 그것은 포교원 원장 스님이신 현지스님이 입학한 후 거의 매일 보내주시는 편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처음엔 경구로만 읽혔었다. 그러다, 말씀 한구절한구절 새겨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생활에 지침이 되고 있다. 어떤 때는 참회로, 어느 때는 힘으로 다가오는 이 편지는 나뿐만아니라 동생들까지 삶의 기준이 되고 있다. 매주 수요일이면 포교원엘 간다. 어렵다. 부처님께서 지나셨다는 전생도, 이 세계 말고 천상을 이해하는 일도, 찰나니, 겁이니 하는 시간의 개념도 어렵다.  서울과 보은을 오가는 생활의 안정되지 못하는 환경으로 핑계하기엔 부끄럽다. 그나마 나에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법당에 올라 부처님께 삼배도 올리고, 스님을 뵈면 반배도 하고…. 이제 누가 물어보면 나의 종교를 불교라고 말한다.

11월 5일부터 26일까지 매주 수요일마다 불교대학에서 법주사 주지 현조스님의 특강이 있다. 인문학 강의를 듣는 것처럼 군민들도 참석해 편안하게 특강을 청취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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