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하고 동네 뒷동산에 솔잎을 뽑으러 같이 갔다.
그런데 친구들 이야기가 손자들이 전통음식을 안 먹으니까 제사상에 놓을 음식을 조금씩만 하라고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우리집 며느리도 똑 같은 말을 했다. 시장에서 다 만들어 놓은 송편도 한 접시만 사다놓자고 했다.
그래도 나는 손자들이 안 먹어도 제사에 놓을 음식을 조금씩만 다 만들 걸 준비하느라고 바빴다.
송편 고물거리로 녹두를 따다가 맷돌로 갈아놓고 참깨도 볶아놓고 손자들이 좋아하는 청국장도 띄워서 만들어놓았다.
우리 손자들은 청국장에 김치면 밥은 잘 먹어서 김치만 맛있게 만들어 놓았다.
지금은 신세대들이 맞벌이를 하고 살기 때문에 시집와서 제사 음식을 만들 수가 없다.
손자들이 어릴 때는 부침개와 튀김을 만들어 놓기가 바쁘게 가져다 먹었는데 지금은 주는 것도 먹지 않고 게임만 한다.
지금은 명절이라도 명절 같지 않다.
그러나 명절이 되면 손자들이 대문을 열고 “할머니"하고 들어오는 생각에 마음이 부풀어 있다.
임재선(73, 수한 질신, 흙사랑 한글학교)
저작권자 © 보은사람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