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다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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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부
  • 승인 2014.07.24 09:48
  • 호수 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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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의 차로 정을 나누다
▲ 지난 5월 보은노인장애인복지관이 주최한 어버이날 행사에서 은다례 회원들이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차 한잔을 대접하고 있다.

일상 속에서 집에 손님이 찾아왔거나 우리가 누군가를 만났을 때 흔히 건네는 인사가 "차 한 잔 하실래요?"일 것이다.

하지만 차보다는 요즘 많은 이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를 대접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 차는 저마다 고유한 색과 향과 미를 지니고 있다. 이 세 가지가 조화로워야 좋은 차가 된다.

한 잔의 차로 차 향기를 나누고, 정을 나누고, 자연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모인 차 동아리가 보은에도 있다.

'은다례(恩茶禮)'는 동아리를 결성한 후 6년 동안 지역사회에서 차문화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12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이성숙 회장과 손정숙 총무, 이유남, 이교순, 김영숙, 김정숙, 이종영, 김홍순, 조금순씨가 활동하고 있으며, 얼마 전 신규회원으로 우순제, 황영이, 양길례, 이희임, 손영희, 정영숙씨가 새롭게 참여해 앞으로 15명의 회원들이 다례전도사가 되어 다례문화 알리기에 앞장설 것이다.

20여 년간 차와 함께하는 인생을 걸어온 이성숙 회장에게 다례를 배운 회원들은 기회가 되면 다례를 가르치고 싶어 차예절사와 다래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으며, 김정숙씨와 김홍순 씨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학생들에게 다례를 가르치고 있다. 신규회원들은 여성회관에 장소를 마련해 지도를 받고 있어 앞으로 다례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은다례는 그동안 대추축제, 속리축전, 오장환 문학제, 이 외에도 크고 작은 지역행사에서 손님들에게 정성을 담아 직접 달인 차를 대접하는 자리를 마련하거나 시음회 등을 주최해왔다.

한번은 대추축제를 앞두고 어떤 차를 준비할까 고민하던 회원들이 대추잎으로 차 만드는 것을 생각해냈다고 한다. 그래서 대추잎(텃순)을 따서 덖고 차를 만들어 시음을 해본 후 손님들에게 선보였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한다. 대추잎차는 떫은맛은 없지만 녹차와 비슷한 맛이 나며, 회원들은 대추축제 때 쓰기 위해 매년 대추잎차를 만들어 보관해놓고 있다.

회원들은 행사 때 필요한 차거리를 직접 준비해서 사용하는데, 지역에서 나오는 연꽃과 연잎을 이용하기도 하고, 산속이나 청정지역을 찾아가 쑥, 생강꽃, 찔레꽃, 민들레, 칡꽃, 맨드라미 등을 채취해 와 차를 만든다.

바쁘게 살다보니 회원들이 모두 모여 차 재료를 채취하러 다니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철에 따라 몇몇이 모여 다니고 있다.  좋은 재료를 채취하기 위해 깊은 산을 다니다보면 뱀을 만나 놀라는 일도 여러 번 생기는데, 이성숙 회장의 경우 칡넝쿨만 봐도 놀랄 정도로 겁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겁이 별로 없는 김홍순씨가 먼저 앞장서서 가면서 뱀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면, 다른 회원들이 뒤따라가면서 재료 채취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어렵게 구하고 정성을 다해 만든 차를 회원들은 행사 때마다 아낌없이 나누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함평 국향대전 전국 국화꽃차 품평회에서 국화금상을 수상한 이성숙 회장은 삼산초 병설유치원과 삼산초, 속리산중학교 등에서 학생들에게 다례를 가르치고 있는데, 자라나는 아이들이 다례를 접하고 이를 통해 예의범절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일에 남다른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회원들 또한 차로 보은을 홍보하고, 지역에 차문화를 알리는 일에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고 있다.

바쁜 생활 속에서 차 한 잔은 우리를 쉬어가게 해준다. 차는 여유롭고 평화롭고 각박하지 않다. 차와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가는 은다례 회원들은 저마다 차를 닮은 모습이다.
김춘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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