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는 함께 굴러가야 한다
수레바퀴는 함께 굴러가야 한다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4.06.11 23:04
  • 호수 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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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행정은 집행부와 지방의회라는 양 수레바퀴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비유된다.
지난 6월 4일 실시된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 보은군 행정을 이끌 양 수레바퀴가 결정됐다. 현 정상혁 군수는 재선의 영예를 안으면서 수레의 한쪽인 집행부 수장을 맡게 됐고, 군의회는 4선의 박범출 부의장을 비롯한 재선의 고은자·최당열·하유정 의원과 초선인 박경숙·원갑희·정경기·최부림 당선자가 나머지 한쪽 수레바퀴가 됐다.

도의원과 군수직을 두루 경험했던 정상혁 군수는 충실히 군수직을 수행할 경륜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또, 군의회도 초·재선 의원들이 적정한 비율로 당선됐고, 40~50대 젊은 의원들로 구성되면서 그야말로 열심히 발로 뛰는 의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적정한 인물들로 양 수레바퀴가 구성됐으나, 중요한 것은 군수와 군의회 간 함께하려는 의지와 소통이다.
하지만 지난 4년간의 보은군정을 되돌아보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전반기 2년간 군수와 군의회가 큰 마찰이 없이 지내는 듯 했지만, 의원들 사이에서는 군수가 군의회를 홀대한다는 의견들이 종종 나왔었다. 골이 깊어지기 시작한 후반기에는 각종 사업과 예산을 둘러싸고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급기야 정 군수의 역점사업들이 군의회와 사전협의도 없이 추진하고 나서, 군의회에 사후 통보를 하고 승인을 받으려한다는 불만들이 군정질의나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표출됐었다. 대표적인 사업이 보안등교체사업이고, 보은군 청사 등 공공시설을 활용한 태양광발전사업이다.

이 갈등은 이번 선거과정에서 극에 달해 상당수 표로 연결되는 현상을 나타내기도 했다.
더욱 우려가 되는 것은 지난 5일 당선증 교부식에서 있었던 정상혁 군수의 당선자대표 발언 때문이다.

당시 군의원 8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 군수는 "이 자리에 계신 당선자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다"라며, "개인의 영달과 명예를 위해서 도를 넘어서는 돌출행동을 한다든지, 집행부와 의회간 갈등을 조장한다든지, 군민을 이간시킨다든지, 그런 것을 못하도록 유권자인 군민들이 철저하게 감시를 해주셔야 한다. 또한, 함부로 언동을 해서 지역에 논란을 일으킨다든지, 사실 무근인 것을 가지고 군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지역발전에 백해무익한 행동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발언했다.

마치 선생님이 제자들이 나갈 길에 대해 훈계하는 듯한 모습이었으며, 재선된 자신은 옳았고 낙선의 고배를 마신 군의원들이 잘못이라는 지적처럼 들렸다. 군의원들도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예산 심의·의결 등의 권한이 부여된 자신과 같은 선출직 공직자라는 것을 잊은 발언은 아닌지 의구심까지 들었다.

군의원 당선자와 선거관리위원들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정 군수의 발언을 듣는 군의원 당선자들의 표정은 일순간 굳어졌고, 몇몇 선관위원들은 "군수 당선자가 군의원 당선자들 앞에서 할 말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지적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수는 군의원들을 자신과는 주어진  역할이 다른 군정의 파트너로 생각해야 한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고 방법이 다르다고 해서 군의회를 가볍게 생각하거나 무시해서는 안된다.

군의회도 집행부에게 힘을 실어줄 것은 확실하게 실어주되, 견제나 통제가 필요한 것은 분명이 선을 긋고 냉정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집행부에 끌려 다니다가 임기를 다보내고 뒤늦게 후회하는 의정활동이 반복되어서는 아니 된다.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보은군 행정을 함께 이끌어 가야 한다.

오는 7월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군수 및 군의원 당선자들은 양 바퀴가 똑같은 크기와 속도로 굴러가야 3만5천 군민들의 희망과 꿈이 실린 수레가 제대로 갈 수 있다는 것을 4년 동안 잊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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