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한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한다.
  • 편집부
  • 승인 2014.01.08 23:07
  • 호수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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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규 인 보은향토문화연구회/보은장신

새 해가 시작된 지 벌써 열흘이 가까워 옵니다. 새로운 각오와 희망으로 새 해를 맞이했지만 세상사는 늘 그렇듯이 밝음과 어둠이 교차합니다.

북미지역에서는 유례없는 폭설과 한파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유럽에서는 겨울 홍수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중국의 노동자들이 밀린 임금을 받기위해 고공농성을 하는 모습은 장소만 다를 뿐 벼랑 끝으로 내몰린 삶의 절박함은 우리나라의 그 경우와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발달된 통신기술은 이렇듯 지구촌의 문제를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전달해주지만, 우리 대부분은 여전히 자신만의 좁은 이해의 틀 속에 갇혀 그저 하루를 분주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올해의 큰 관심사는 지방자치선거입니다. 약 5개월 남은 선거 일정 때문에 관계있는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난 후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뀔 시간이 지났지만 선거운동 모습은 별반 바뀌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어김없이 입후보 예정자가 나타나서 공손하게 머리 숙이며 악수를 청합니다.

며칠 전에 마을총회가 있었습니다. 현역 지방의회 의원을 비롯하여 도의원 출마 예정자, 군수 출마 예정자 심지어는 현역 국회의원까지 마을회관을 찾아 주민들에게 새해 인사를 올리는 것입니다. 반갑고 고마운 마음 한 편으로 안쓰럽고 불편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마을회관까지 와서 민초들에게 인사를 올리는 외적 공손함 속에는 표가 되는 일이라면 염치 불구하는 초조감과 무례함이 배어있기 때문입니다. 초대받지 않은 곳을 찾아오는 사람의 심정이 얼마나 다급한 것인지 공감이 가면서도 과연 이런 방식의 선거 운동이 지속되어야 하는지 답답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지방자치를 불필요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발견됩니다. 아마도 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보다 그 제도의 운영 실태에 대한 실망이 쌓이면서 이런 정서가 형성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선거 전의 후보자 태도와 선거 후의 당선자 태도가 다른 것이 어찌 지방자치 영역 뿐 이겠습니까. 국회의원은 물론 대통령의 경우에도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지만, 가장 가까운 곳이 군의원과 군수이다 보니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선출직에 나가는 사람들의 자질과 초지일관의 자세입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고 또한 축제이기도 합니다. 꽃이고 축제라면 향기롭고 유쾌해야 하는데 실상은 거리가 멉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엄격하기만 한 선거법도 한 가지 원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행 선거법 이전에 실시하였던 합동 소견발표회를 다시 부활시켰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법정 선거운동 기간 중 읍엸면별로 군의원, 도의원, 군수후보자가 모두 한자리에 모여 3회 정도 소견발표를 하고 발표한 소견에 대하여 유권자가 즉석에서 공개적인 질문을 할 수 있도록 하면 자연스럽게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질 수 있고 후보자들 또한 마을 경로당과 관광버스를 찾아가는 불편함과 비굴함을 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각종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보다 더 많은 장점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문제는 혼탁한 선거풍토와 지나치게 엄격한 선거법이 이들이 지닌 장점을 발휘하는 데 장애가 된다는 점입니다. 유권자 또한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제대로 된 선택을 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이렇게 혼탁하고 어려운 선거를 거듭 거듭 치르다 보면 정치인보다는 정치꾼이 양산되면서 선거 자체가 유권자들로부터 멀어지게 되는 정치적 무관심 현상이 심화된다는 점입니다.

밝은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불합리한 제도 개혁도 필요하지만 개개인의 각성과 분발이 더욱 필요합니다. 나날이 늘어나는 각종 범죄와 비리는 소득을 높이는 일 못지않게 도덕적 품성을 높이는 일이 우리 사회에 더욱 긴요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인 지방자치 선거가 있는 올해 우리 모두가 새로워져야 하겠습니다. 후보자는 초심을 그대로 유지하고 주민들은 시대가 요구하는 기준으로 지지자를 선택하는 지혜로운 유권자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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