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 '김장문화’
김치와 '김장문화’
  • 편집부
  • 승인 2013.12.11 23:38
  • 호수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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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호(산외탁주/청주대성초교장)

김장김치 담그는 날은 동네 잔칫날이었다. 모든 농사일을 마치고 더 추어지기 전에 먹을 것과 입을 것 그리고 난방 등의 월동준비를 하였다. 먹을 것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배추와 마늘 고춧가루 등 다양한 재료가 함께 어우러진 부식인 김장김치를 담그는 날은 이웃간의 축제였다. 마당 한 가운데 산더미만큼이나 엄청난 양의 배추를 가족은 물론 이웃이 함께 힘을 합하여 하나하나 손질을 한 다음 소금물에 절인 뒤, 깨끗이 씻는 모습은 정겹고 행복한 한 폭의 그림이었다.

주재료인 배추에 마늘과 고춧가루 생강, 무, 갓이나 파와 함께 각종 젓갈류, 찹쌀풀 등 다양한 양념을 버무려 김치를 만들었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김치 속에 들어가는 양념이 해산물과 육류, 과일 등 다양한 재료가 가미되어 각 가정의 취향에 맞는 김치로 발전해 가고 있다. 배추 속에 들어간 각종 양념은 영양가가 아주 풍부할 뿐만 아니라 김치가 발효되면서 생기는 유산균이 풍부한 김치는 우리 조상들의 생활발명품이다. 선조들의 지혜에 절로 고개가 숙여져 감사함을 표하게 된다.

김치는 그 자체로도 훌륭하고 자랑스럽지만 김장을 담그면서 가족과 이웃이 함께 사랑하고 소통을 하는 공동체 삶의 꽃을 피우는 계기가 된다는 점이다. 김장김치는 울타리를 넘나들며 이웃 간의 사랑과 배려, 그리고 나눔을 실천하는 정겹고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이다. 이와 같은 전통은 오늘날에도 이어져 각종 사회단체나 봉사단체를 중심으로 더욱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천연재료로 담가 자연발효시키는 김치가 가족과 이웃간의 사랑을 실천하고 마을공동체의 소통과 삶의 결속력을 공고하는 '김장문화’란 이름으로 유네스코 지정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가 확정되었다. 그동안 16개에 달하는 우리의 유무형 인류문화유산이 유네스코에 등재되었지만 음식에 관한 것은 처음이고, 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등재된 것이란다. 우리는 이제 매 끼니마다 세계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마주하며 살게 되는 행복을 누리게 되었다. 오늘 따라 김치가 더 위대해 보이며 우리 조상님들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하지만 김치의 이런 영광 뒤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일본사람들은 김치를 보면 마늘냄새가 난다며 손사래를 치더니 1988년 서울올림픽 공식식품으로 지정되자 '기무치가 김치의 원조’라며 대내외적인 홍보전을 펼쳤다. 1993년에는 일본을 방문 중인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공식 만찬에 기무치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런 일본은 우리의 김치를 기무치(キムチ)로 창씨 개명하여 빼앗아 가려고 3번이나 시도했었다.

1차는 1996년 기무치(kimuchi)를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 표준등록하려 했으나 김치의 '종주국’인 대한민국에 패하고, 기무치(kimuchi)도 김치(kimchi)로 표기하도록 했다. 2차는 김치의 규격이었는데 '젓갈을 넣고 발효’시키는 한국의 김치가 표준으로 인정받았다. 마지막으로 2005년 중국산 김치의 기생충 알 파동은 한ㆍ일 네티즌 간 민족 분쟁으로 비화해 일본 네티즌이 올린 기이한 뇌 사진을 “김치를 먹은 한국 사람의 뇌"라며 “기생충 알이 발견된 김치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음식"라고 비하했다. 하지만 이런 우여곡절에도 끝내 김치는 유네스코지정 인류무형유산으로 당당하게 등재되면서 일본의 '기무치가 원조’라는 꼼수는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요즈음은 중국의 김치가 우리의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김치를 담글 때의 재료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김치를 담그는데 필요한 인건비가 적게 드는 중국에서 만든 김치가 우리의 밥상을 공격하고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우리 김치의 중국식 이름을 신치(辛奇)로 정해 중국 등지에 상표 출원을 했다. 이에 따라 향후 중화권에 수출되는 국산 김치의 명칭은 모두 신치(辛奇)로 통일했다고 한다. 신치(辛奇)의 새로운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우리의 김치가 그동안의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며 명예의 전당에 오르게 된 것을 축하하며, 그동안 김치에 대해 너무 무심했던 것을 반성한다. 어디 김치뿐이겠는가! 독도와 위안부문제, 이어도와 북방영토 문제 등 우리가 사전에 노력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을, 대세가 기운 다음에 어렵게 일을 처리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의 한사람으로 부끄럽게 생각한다. 이제 영토는 물론 우리의 문화나 전통을 우리 스스로 알아서 잘 지키려는 노력과 지혜가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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