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1. 도심흉물 폐공장이 예술단지로 거듭난 인천 아트플랫폼
②-1. 도심흉물 폐공장이 예술단지로 거듭난 인천 아트플랫폼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3.11.21 10:03
  • 호수 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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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공장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면서 인천 구도심 생기
▲ 일제강점기 창고와 공장이던 건물을 인천시가 매입해 복합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 시킨 곳이다. 예술작품을 보기 위한 관람객 및 최근 한류의 영향을 타고 중국관광객들도 찾는 등 지역이 활력을 찾고 있다.

▣ 글 싣는 순서
① 예술, 쇠락한 지역 탈출구될까
→② 예술을 통한 지역재생, 어떻게 가능한가(국내외 사례 찾기)
 □ 철공소 골목에 예술가들이 몰려든 서울 문래동
 ▣ 도심흉물 폐공장이 예술단지로 거듭난 인천 아트플랫폼
 □ 전통문화에 현대예술 입힌 지속가능 창조도시 일본 가나자와
 □ 예술입힌 작은섬, 관광명소로 활력 찾은 일본 나오시마

경제개발로 꽃피운 우리나라의 산업화는 급속한 도시화를 수반했다. 이로인해 우리고장과 같은 농촌은 농업을 등진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이주함으로써 빈자리가 발생하고 그 빈자리는 또 다른 젊은이들이 채운 게 아니고 빈자리로 남았다. 인구는 급격 감소해 지역의 생산 기반마저 무너졌고 소비인구의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70년대 말 13만명에 달했던 보은군 인구는 2013년 10월말 현재 3만4천295명으로 10만명 가까이 감소했다.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9천826명으로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는 인구구조를 갖고 있다. 그 어느 분야에서도 지역의 활력을 기대할 수 있는 면이 없다. 이같은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11개 읍면마다 적게는 2개, 많게는 4, 5개 까지 있었던 초등학교 수가 현재는 1면 1개교에 보은읍과 마로면, 삼승면이 2, 3개교가 유지돼 15개교에 불과하다. 지역에 있던 각종 공공기관, 금융기관은 폐쇄하거나 인근 지역과의 통폐합되는 등 지역은 점차 쇠락하고 상권은 위축되는 실정이다. 보은군 중 가장 번화가이면서 인구가 집중된 군청 소재지역도 저녁 7시만 되면 상가를 다니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유령의 도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속리산 국립공원 등 지역 내 소재한 유명 관광지를 찾는 유동인구가 있긴 하지만 지역에는 여전이 아무도 살지 않아 방치된 무너진 빈집들이 상존하고 있고 오랜 역사를 갖고 있던 근대문화유산 정도의 공공기관 청사는 정부의 재산관리 계획에 의해 매매돼 여지없이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부서지고 있다. 이같이 우리고장은 더 이상 후퇴할 곳이 없을 정도로 쇠퇴의 막다른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본보는 문화예술이 어떻게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어떻게 지역을 재생시키는지, 8월21일~23일, 8월 28일~9월 1일까지 취재한 국내외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지역 재생의 지향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 편집자주-

 

낡고 오래된 건물을 일단 부수고 보자. 새마을운동, 산업화로 인해 갖게 된 건물에 대한 인식인 것 같다. 우리고장에 100년 이상된 학교가 2개교나 되고 90년이 넘은 학교도 있지만, 근대 건축문화 유산이 될 그 때 그 시절의 학교는 모두 없애버렸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기독교가 전파돼 100년이 넘는 교회도 있지만, 개화기 시절 개화의 물결을 엿볼 수 있는 교회 건물 하나 없다.

없어진 그 자리에는 무엇이 있을까? 초창기 시멘트 건물이 오래돼 부순 후 그 자리에 세웠다는 게 별 수 없이 시멘트덩어리다. 건물의 디자인과 외형이 약간 다를 뿐 특별할 것도 없다.

오래되고 낡은 것은 무조건 부수고 새로 지어야 할까? 없애야 하는 것으로만 생각했던 경제개발, 도시개발 전쟁에서 일단 정지를 하고 그 안에 문화예술을 채우니 사람이 꼬인다.

과거의 낡은 것을 현재적으로 재해석하고 새로운 것으로 탄생시켜 활력을 잃은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은 예가 많다.  이번호에 소개할 인천 아트플랫폼도 그 예이다.

인천 아트플랫폼은 구한말 일제강점기 창고와 공장으로 사용했던 건물을 2009년 인천광역시가 구도심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인천시가 매입해 복합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 시킨 곳으로 KBS를 통해 방송된 드라마 '학교’ 촬영지이기도 하다.

'공장’ 또는 '형무소’와 같은 외관과 달리 속내는 따뜻하고 다양한 예술작품이 자리하고 있다. 입구에 마련된 나무로 만들어 놓은 의자나 철재로 만들어진 나무 등은 관람객들의 편안한 휴식공간이 되고, 사진 촬영의 명소가 된다. 곳곳에는 익살스러운 모양의 작품이 전시돼 있어 보는 두 눈이 즐겁다.

◆흉물스런 창고, 예술공간으로 태어나
인천아트플랫폼은 구도심 개항장 부두의 허름하고 낡은 건물들을 철거하거나 버리지 않고, 그것이 지닌 역사성과 향수를 활용해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공간이자 예술가들의 창작 인큐베이터로 재창조한 곳이다.

근대 인천항, 즉 현재의 인천 중구 해안동 일대 옛 부두지역은 근대문물의 전초기지다. 부산항 개항(1876년)보다 7년 늦은 1883년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개항한 인천항은 서울에서 가깝고 중국과도 인접해 근대문물이 국내로 유입되는 통로 역할을 했다. 국내 최초의 등대인 팔미도 등대(1903년)가 인천에 세워진 것도 우연이 아니다. 1888년 일본 우선 주식회사와 대한통운을 비롯해 19세기 후반부터 이곳 부두에 창고와 무역·해운업체 사옥들이 속속 들어선 곳으로 근대 우리나라 경제 중심지였다.

그러나 70년대를 거쳐 탈산업화 바람이 불면서 인천항 주변의 구도심이 쇠락해갔다. 생산과 유통의 중심에 서있었던 인천항을 중심으로 한 중구 해안동 일대 부두지역은 문전성시였던 영화를 뒤로하고 건물은 하나, 둘 흉물로 방치됐다.

낡은 것을 부수고 고층 건물을 세우는 재개발이 아니고 있는 그대로 우리나라 근대 역사를 간직한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것은 인천의 도심재생 사업으로 가능했다.

옛 부두 창고와 80~120년 된 방치됐던 건물들이 예술 창작공간으로 탈바꿈했는데 그게 바로 인천아트플랫폼이다.

인천아트플랫폼의 시작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레지던시(입주) 개념조차 생소할 무렵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이 인천시에 옛 부두 개항장의 창고와 건물들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첫 반응은 거절이었다. 시 당국을 설득한 주인공은 건축가 황순우였다. 그는 1999년 지역 보존과 활성화를 위한 정책 제안을 받아 지구 단위 계획, 미술문화공간 건립 계획을 수립하는 등 설계 이전부터 프로젝트 전반을 주도하면서 건물을 최대한 보존해 각각의 연륜으로 예술가들을 맞이하도록 신경 썼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2000년 11월 인천시는 해안동 일대의 근대 건물과 산업유산 건물 밀집공간을 매입해 문화공간으로 지정했다.

이렇게 인천아트플랫폼의 첫 단추는 2003년 인천시가 근대 건축물 복원에 착수하면서부터다. 1886년에 세워진 구 일본우선회사 사옥을 비롯해 대한통운 창고, 대진상사, 삼우인쇄소, 양문교회 등 모두 13채의 붉은벽돌 건물을 복원엸리모델링엸증축 등을 통해 옛 모습을 최대한 살린 것이다.

2009년 10월 총 223억 원을 투입해 총면적 5600㎡ 규모에 다양한 형태의 전시장·공연장·예술교육관을 마련했다. 예술가들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20∼50㎡ 스튜디오와 20개소의 공방, 그리고 해외작가·큐레이터를 위한 게스트 하우스 9곳도 꾸몄다. 외벽을 유지한 채 내부 공간을 현대적으로 개조하거나 옛 벽돌 벽에 대비되는 유리 건물의 건축, 건물과 건물의 동선 유도를 위한 브릿지 설치 등도 이뤄졌다.

◆예술가와 시민과의 교류도 이어져
이같이 1999년부터 10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 끝에 탄생한 인천아트플랫폼은 미술엸공연엸문학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와 연구자들의 레지던시를 통해 창작활동에 전념하도록 지원하는 '문화 인큐베이터’다.

초창기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생소하던 시절 인천시는 동아시아 문화허브도시를 주창하며 국내·외 아티스트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창작공간 부족에 허덕이던 젊은 예술가들의 숨구멍 역할을 자임한 것이다.

현재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이곳에서 생활하며 창작 작업을 한다. 1년 내내 전시와 공연, 아트마켓이 끊이지 않는다. 현재 이곳에 입주한 국내·외 작가는 대략 40여 명. 국내는 물론 해외 작가도 입주해 있는데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 단위로 입주해 창작 작업을 한다.

그리고 인천은 물론 인근 도서 지역의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직접 강사를 맡아 예술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거의 매주 토요일마다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학교와 연계한 전시, 공연 뿐만 아니라 방학 중에는 예술 캠프도 운영하는 등 예술가와 시민, 학생간의 거리를 좁혀 시민들이 인천 아트플랫폼에 대해 긍정마인드를 갖게 하기도 한다.

◆차이나타운과 연계 중국 관광객 코스
인천아트플랫폼 인근 해안동 일대는 개항 직후부터 자리를 잡은 차이나타운과 최초의 근대식 공원인 자유공원 등이 있다. 최근 아트플랫폼과 차이나타운 등을 연계한 관광벨트화 작업이 한창이다.  우선 아트플랫폼 옆 한중문화관이 눈에 띈다. 이곳에는 한국과 중국의 교류 역사와 문화 등을 전시물과 영상물로 비교해 볼 수 있는 문화전시관이 있다.

이곳에는 인천에서 가깝고 교류도 활발한 칭다오엸항저우엸다롄 등 중국 8개 도시의 역사와 특산품 등을 알려주는 우호도시홍보관, 중국 유명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기획전시실 등도 갖추고 있다.

아트플랫폼에서 도로를 건너 자유공원 쪽으로 10분쯤 걸어가면 차이나타운이 있다. 최초의 짜장면 탄생지로서, 100년 이상 역사를 자랑하는 소문난 룏공화춘(共和春)’을 비롯한 수십 곳의 대형 중국음식점이 관광객들을 이끈다. 또 인천 중구청이 65억 원을 들여 인천시 등록문화재인 건물을 변신시킨 룏짜장면 박물관’도 있다.

이런 연계상품화의 노력 덕분에 인천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차이나타운과 아트플랫폼은 필수 방문 코스다. 그런가하면 연중 개최되는 아트마켓과 전시회 공연 등을 보기 위해 서울에서도 많은 시민이 찾고 있다.

이같이 활력을 잃었던 개항장 주변 지역 구도심은 문화예술교육이 중심에 서 있는 인천아트플랫폼으로 인해 활력을 찾고 있다.

미술을 전공한 큐레이터로 활동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인천아트플랫폼 이승미(52) 관장은 “인천지역 활성화의 새로운 모델로서, 예술의 창작 유통 향유 교육에 이르는 전 과정을 아우르는 문화예술 창조공간이 인천 아트플랫폼"이라며 “앞으로 이곳을 중심으로 주변을 거대한 스트리트 뮤지엄으로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장은 또 “인천아트플랫폼이 개관 4년 만에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구도심 재생 프로젝트의 성공 사례로 손꼽히게 된 것은 명확한 목표와 전문가들에 의한 운영, 인천의 국제교류 상징으로 키우겠다는 행정적 의지가 맞물린 결과"며 "4년이 지역을 비교하면 차이나타운, 신포시장이 활성화 되고 유동인구가 많아졌고 인천 아트플랫폼이 인천의 가볼만한 곳으로 선정되고 재방문율이 높고 또 해외 유명작가의 입주로 이어져 도시의 국제화에도 기여하는 등 도심을 재생시키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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