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경 그리고 힐링
서울 구경 그리고 힐링
  • 편집부
  • 승인 2013.11.21 09:43
  • 호수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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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호(청주대성초교장/산외면탁주)

아 ~ 시골영감 처음 타는 기차놀이다. 차표 파는 아가씨와 실갱이 하네
아 ~ 이세상에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딨어. 깍아달라 졸라대니  아이구 내팔자 ...
우 하.. 하하하하   하 하 하 하 하 -, 우 하.. 하하하하   하 하 하 하 하 -
우 하.. 하하하하   하 하 하 하 하 -, 우 애.. 해해해해   하 하 하 하 하 ...... 

지금은 고인이 된 코미디이자 가수인 서영춘님의 '서울 구경’이란 제목의 노래로 1970년대에 한창 유행하던 노래이다. 노래의 첫 구절을 따서 '시골 영감 처음 타는 기차놀이’라고도 한다.

이제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 두 내외가 모처럼 '서울 구경’을 해 봤다. 바쁘다는 핑계로 둘이서 함께 구경같은 구경은 한 번도 못해 보고 모임이나 여행사의 패키지를 따라다니며, 마시고, 부르고, 두드리며 즐거워하던 그런 여행에서 벗어나, 모처럼 오붓이 마음 편하게 보내고 싶은 생각에 짧지만 힘든 일 내려놓고 둘만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주중에는 학교 근무도 있지만 집사람이 손자와 손녀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내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금요일 오후 늦은 시간, 손자 손녀를 아들 내외에게 맡기고 1박 2일의 일정으로 서울 구경길에 올랐다. 발길 닿는 대로 정처 없이 떠나는 정말로 마음 편한 여행을 계획했다. 가다가 힘들면 쉬어도 가고, 배가 고프면 허기도 달래고, 해가 저물면 자면 된다는 생각에 예약을 해준다는 것도 마다하고 차를 끌고 용감하게 길을 나섰다.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 문을 서울의 관문으로 삼았다. 늘 서울로 직행만 했지 수원화성은 좀처럼 들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수원화성에 도착하니 늦은 여섯시, 화성의 성곽과 문을 비추는 형형색색의 조명이 황홀한 장안문을 올라 성곽 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화홍문에 이르렀다. 누각 아래로 흐르는 물과 경치는 타임머신을 거꾸로 되돌린 듯 마냥 마음이 편안하고 정겨웠다.

둘레가 6Km이긴 하지만 만리장성이나 오사카성에 뒤지지 않는 문화유산이라 자부하고 싶다. 걷는 내내 속세를 벗고 온 산사의 느낌도 받았다.

수원 갈비를 마다하는 아내와 청국장으로 저녁을 마친 후 네비게이션에 인사동의 한 주차장을 찍고 무작정 상경했다. 겁 없이 차를 모시고 가는 서울은 '사서 가는 고생’ 길이었다. 휴발류 값에다 통행료, 비싸도 너무 비싼 주차료는 '나는 바보인가 봐’라는 말로 대변된다.

인사동에 도착하니 밤 아홉시, 멋진 방을 찾으니 33만원인 고급호텔도, 12만원인 비지네스호텔도 방이 없단다. 일본 학생들이 많이 묵는 민박형 5만원짜리 호텔(?)에 여장을 풀고 인사동 밤거리와 청계천의 등불축제를 보러갔다. 금요일 밤의 인사동은 포장마차의 천국인 듯, 네온사인 불빛과 총천연색 포장마차가 어우러져 휘황찬란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우리 내외는 결혼 후 둘이서만은 처음으로 갈매기살을 구워놓고 소주를 서로 권하며 서울 구경의 첫날밤을 보내고 있다. 거나(?)함에 둘은 손도 잡고 청계천을 거닐었다. 화려한 등불 축제에 지쳐 소등한 민낯 등축제의 아름다움에 취하다 새벽이 돼서야 숙소로 돌아왔다.

새벽잠 없는 노인(?)들이라 아침 일찍 일어나 택시를 타고 남산에 오르려는데, 택시가 통제되어 남산행 시내버스에 몸을 실었다. 아침 일찍 남산의 맑은 공기를 즐기는 서울 시민의 행복함이 느껴졌다. 남산에서 본 서울은 자연과 어우러진 세계 7대 도시의 위용을 당당히 보여주고 있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남산골 한옥마을로 내려왔다. 이른 아침인데도 중국 단체 관광객들로 붐볐다. 저들은 우리의 한옥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하고 묻고 싶었지만, 돌아올 중국어가 무서워 입을 꼭 닫았다.

대한민국 일 번지 명동에 들러 호텔 옆 지하실로 가는 좁은 계단의 긴 줄을 보니 시장기가 돌았다. 죽 전문점인데 고객 모두 일본사람들이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단다. 다시 남대문으로 발길을 돌려 겨울옷과 모자 등 월동장비를 사고 숙소인 인사동으로 돌아왔다.

어제 밤보다 더 많은 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서울시내 외국인은 다 모인 것 같았다. 아주 비싼 곳도 있지만 2천원 짜리 자장면이나 3천원 짜리 칼국수 등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의외로 많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 보은이 그리고 속리산이 이곳처럼 많은 관광객으로 붐비는 그런 날을 그려보며 이 글을 써내려 간다.

'땅 속으로만 그리고 빨리빨리’ 기계처럼 다니던 서울이었는데 이번 '서울 구경’은 나의 마음을 편하고 기름지게 하는 힐링으로 채워졌다. 내 인생 누가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 내가 살아간다는 생각을 했다.

가끔은 몸과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비싼 돈 들이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힐링의 릴레이를 하려고 한다. 다음은 '나의 살던 고향 속리산’으로 힐링을 떠나고 싶다. 청주 영감(?)의 '속리산 구경 그리고 힐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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