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수첩
  • 편집부
  • 승인 2013.11.13 16:48
  • 호수 2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0월 13일 속리산 잔디공원에서 풍물경연대회에 참석했었다. 트럭에서 옷을 갈아입고 우리 팀은 두 번째 출전하여 일찍 끝나고 점심만 먹은 후 볼일이 있어 바로 보은으로 왔다. 그런데 보은 와서 보니 전화기가 없다. 아들이 사준 스마트폰이었다.
핸드백 속에 있는 수첩을 열어보니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아니 내가 수첩은 왜 가지고 다니나? 어쩜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고 머릿속은 텅 비어 전화번호도 생각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어찌어찌 겨우 생각난 것이 딸 전화번호 끝자리다. 나랑 같으니까. 딸에게 전화해 엄마 전화기 잃어버렸으니 계속 전화하라고 했다. 여러 가지 사연을 거쳐 전화기는 저녁 늦게 찾았다. 저녁에 나는 비어있는 수첩에 전화번호를 써넣었다. 가방 속에 넣어가지고 다니지 말고 열심히 무엇이든 적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수첩에게 그동안 미안했다고 말해본다.
조혜숙(69, 보은 교사, 흙사랑한글학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