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에 사는 뉴질랜드인 로저쉐퍼드
속리산에 사는 뉴질랜드인 로저쉐퍼드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3.06.13 09:51
  • 호수 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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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등뼈 백두대간 종주

등산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국립공원, 도립공원, 군립공원 등 공원으로 지정된 산은 물론 크고 작은 전국의 산들이 국민들에게 점령당했다.
일반 등산로 등산은 시시해 등산로가 없는 곳으로 등정으로 하거나 헌준한 준령의 암벽등반, 정맥, 대간 종주는 일반화 됐다.
속리산 사내리에 살고 있는 뉴질랜드 출신 로저 쉐퍼드(47)씨도 대간 종주를 이미 마쳤다. 로저 쉐퍼드씨는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 구간도 밟았다. 한반도 등뼈 백두대간을 밟은 외국인이다.
로저 쉐퍼드씨가 한국의 백두대간에 대해 안 것은 2006년. 3개월의 휴가를 받아 한국 여행에 나섰다가 들은 백두대간 얘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아프리카 사파리 가이드를 할 정도로 모험을 즐기는 로저씨는 즉시 대간 종주탐사 계획을 세우고 2007년 9월부터 12월까지 70일간 지리산에서 설악산까지 민박과 비박을 하며 735㎞의 대간 종주를 했다.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길을 잃었다가 겨우 찾은 민박집에선 허름한 차림의 외국인을 본 주인이 귀신이라고 문을 잠그는 일도 있었고, 소백산 인근에서는 산삼을 찾는 등 많은 에피소드를 쏟아냈다.

◆북한쪽 백두대간 밟은 첫 외국인
남한의 백두대간을 걸으면서 감동과 아름다움을 받았는데, 북한쪽으로 백두대간이 어떻게 이어지고 어떻게 살아 꿈틀대는지 궁금해 하던 로저씨는 북한쪽 대간 종주를 추진했다.
그리고 2010년 가을 뉴질랜드 문화교류 NGO의 도움을 받아 북한을 들어가긴 했는데 전 구간 종주를 하려면 4개월 이상 걸릴 뿐만 아니라 당국이 허가를 받기도 어려워 금강산에서 문필봉까지 거점 산행을 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한국 여성 관광객 총기사건 후 내금강을 찾은 첫 외국인 로저씨는 금강산을 거쳐 고원지역인 식개산과 원산의 두류산을 오르고 양덕 근처의 남대봉과 우라발산, 복대봉, 백산, 민봉산, 철옹산, 문필봉까지 거점 산행을 마쳤다.
곳곳이 군사상 비밀요새일 수 있는 상황에 따라 안내원이 안내하는 곳만 산을 탔는데 순수한 의미의 종주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렇게라도 북쪽의 백두대간을 이었던 사람은 없었기 때문에 나름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양강도 감자, 개마고원에서 먹은 양고기, 도토리 소주가 색달랐다고 회고한 로저 쉐퍼드씨는 남한쪽은 능선이 반질반질 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은 것과 달리 북한쪽은 등산로가 없고 사람이 없는 대신 동물의 길, 자연의 길인 것 같았다며 내년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한반도를 탐사하는 계획을 세웠는데 꼭 실현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했다.

◆김치찌개, 청국장찌개 좋아해
전직 뉴질랜드 경찰 출신으로 2009년부터 상환암에 머물다 2011년 사내리 수정초등학교 앞 동네로 하산해 본격적으로 속리산 주민이 된 로저씨는 “속리산은 영감을 주는 산, 영적인 산인 것 같다"며 “관음봉~묘봉 구간은 매우 어려운 코스이지만 너무 아름답고 환상적"이라며 감탄해했다.
돼지고기 삼겹살, 불고기, 갈비탕, 호박전, 파전, 청국장, 김치찌개를 좋아하고 집에서도 자주 김치찌개를 끓여먹는다는 로저씨는 상판리에 있는 모 식당의 청국장찌개를 특히 좋아한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 토종의 맛에 길들여졌다.
산림청 백두대간 대사와 한국관광공사 명예 홍보대사도 지낸바 있는 로저씨는 “백두대간이 미국의 애팔치아 산악코스와 같은 국제적 관광명소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며 3년 전부터 '백두대간(www.Baekdu-daegan.com)’이라는 영문 웹사이트를 운영, 한국을 찾는 외국인 작가나 사진가 등에게 한국의 산 문화를 알리는 관광사업을 하고 있다.
첫 번째 남북한 대간 탐사 후 사진전을 개최하고 450페이지에 달하는 안내서를 발간한 후 두 번째 책 발간을 준비 중인 로저씨는 “히말라야를 세계에 널리 알려 유명하게 만든 것처럼 백두대간을 널리 알린 첫 외국인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속리산 김은숙 화가로부터 로저 쉐퍼드씨에 대한 얘기를 듣고 취재를 한 것으로 통역은 보은군에 살고 있는 이은(가명)씨가 맡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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