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성의 좌충우돌 한국살이 ⑭
베트남 여성의 좌충우돌 한국살이 ⑭
  • 편집부
  • 승인 2013.05.30 00:46
  • 호수 1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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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게 좋은 거라더니…

요 며칠 비가 계속 왔다. 모를 심고 나서 두 번째로 오는 것 같다. 찔레꽃이 활짝 피어서 사람들이 날씨가 가물 거라고 했는데 예상과 달리 비가 많이 왔다.
밭에 있는 채소들이 기분 좋게 목욕을 하고, 하루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있는데 우리는 점점 바빠지고 있다.
한국에 처음에 왔을 때도 이렇게 바쁜 것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었다.
베트남에선 할 줄 아는 것은 공부하는 것과 집안일을 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여기 오니까 내가 해야 할일이 너무 많았다. 살림하는 것은 당연히 내 몫이지만, 그 외는 인생의 새로운 시작이라고 해야 맞는 것 같다.
주변사람들과 대화하고, 친해지기 위해서 한국말을 배웠고, 힘들고, 속상하고 서러울 때는 이겨내는 방법과 화났을 땐 참는 방법까지도 배워야 했다.
요즘처럼 바쁜 철에 낮잠을 푹 자고 싶은 사람들이 있듯이 나도 그땐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어린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을 많이 했었다.
결혼을 하면 나를 사랑해주고 나를 감싸주는 사람이 생겨서 아무걱정 안해도 될 줄 알았는데 막상 하고나니 어른 되는 일이 참 복잡하고 어려웠다. 그것도 내가 태어난 곳이 아닌 한사람만 믿고 온 이곳에서 모든 일을 겪어야 할 상황이다 보니 얼마나 막막했는지 모른다.
그 때 누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바쁜 게 좋은 거"라는 말이었다. 내가 해보지 못한 일들을 경험이 없어도 열정만 갖고 있으면 언젠간 나에게 좋은 결과가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힘들었었지만 모든 일을 극복한 지금은 모든 것에 대해 감사하다. 겨울이면 여름을 그리워하듯 일을 할 수 있을 때, 배울 수 있을 때가 가장 행복인 것 같다.
이해미(리티미, 보은 지산1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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