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성의 좌충우돌 한국살이 ⑫
베트남 여성의 좌충우돌 한국살이 ⑫
  • 편집부
  • 승인 2013.05.15 22:57
  • 호수 1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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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이름으로…

5월 8일은 한국의 어버이날이다. 전날 저녁에 사다놓은 카네이션을 아침에 어머님께 달아 드렸다. 오늘도 거침없이 어머님이 나에게 고맙다는 말 대신 "이런 것 뭐하러 사오니"라는 말을 하셨다. 항상 그랬다.

처음엔 많이 서운했었는데 몇 년 함께 살다보니 이젠 그 말의 뜻을 알게 되었다. 자신을 잊고, 온 마음을 다해서 자식을 짝사랑 하는 게 엄마들의 특징인 것 같다. 우리 어머님도 그 많은 엄마들 중에 하나다. 나는 몰랐었는데 우리 신랑이 그랬다.

어머님이 나한테 “야~"라고 부르는 것이 내가 싫어서가 아니라 어머님 엄마가 되기 전에 며느리였었고, 시댁식구한테 자신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게 당연한 호칭이라고 생각하신다고 한다.

요즘 우편함에 있는 쪽지(우편물)들을 보고 자신의 이름이 있으면 마냥 신기하신 눈치다. 그 쪽지들이 어디서 왔는지,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 하신다. 그럴 때 보면 어머님이 어린아이가 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죄송스럽다.

어려운 시절에 태어나 엄마가 되고 자식에게 가난을 몰려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 자신의 꿈은 꿔보지도(펼쳐보지도) 못한 채 세월을 보내신 어머님이다.

베트남에서 살았을 때를 기억해보면 우리 외할머니나 우리 친정엄마가 외숙모에게 누구엄마라고 부르지 않았다.

무조건 이름으로 불렀다. 형제나 자매지간서부터 동서지간까지 윗사람이 아랫사람한테 모두 이름을 부른다. 아랫사람은 윗사람한테 호칭대로 부르지만 거기서 이름을 붙여서 부른다.

나는 이제라도 어머니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엄마라는 이름 말고 자신의 이름으로 사시면 좋겠다.
이해미(리티미, 보은 지산1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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