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을 함께 한 사랑하는 아내에게
38년을 함께 한 사랑하는 아내에게
  • 편집부
  • 승인 2009.12.03 09:51
  • 호수 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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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결혼한 지 38년이 지났군요.
오늘 당신과 함께 하여 온 지나온 세월, 흘러간 추억을 잠시 회상해 보려 합니다.

중매인이 당신을 내게 소개하기 전에는 당신도 나도 서로가 모르는 아니 꿈에도, 상상도, 우연한 환상에도 없었을 것입니다.

당신과 나, 전생부터 정해진 인연인데 그것도 모르고 당신은 사주 받기를 거절하고 사주를 되돌려 보내왔고, 장인어른께 인사를 드릴 때도 등을 돌려 인사를 받지 아니하던 당신과 나였습니다.

우여곡절의 절차와 시간이 지난 후 우리는 운명의 절차에 따라 결혼을 하였지요.
뜨거운 사랑을 하며 죽고 못 사는 사랑을 하는 사람들과 달리 우리는 미치도록 사랑하지도 않았으며, 죽도록 좋아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한 평생 헤어지지 아니하고 오늘까지 긴긴 세월을 고비 고비 곡예사처럼, 아슬아슬하게 땅에 떨어지지 않고 오늘까지 용케도 왔네요.

처음 당신을 대했을 때. 중매인은 근처 고을 안에서 칭송이 자자한 제일가는 처자라고 하였어요. 중매인의 말처럼 당신은 하늘 아래 땅 위에서 오로지 하나뿐인 당신이었어요.

아름답게 꽃 피어 벌 나비가 앞 다투어 당신의 아름다움에, 당신의 그윽한 향기에 취할 수 있는, 아니 천하의 벌 나비들을 다 모을 수 있는 아름다운 향기를 내는 꽃이었어요.

꽃 중에 꽃이요, 선녀 중에 선녀였어요.
새싹보다 더 보드랍고, 신선하고, 깨끗한 당신은 정말 고귀하고 아름답고 향기로웠어요.

그런 당신이 결혼의 울타리 안에서 삶의 시련과 고통을 함께 하면서 영원히 변하지 않은 당신의 모습도 아름답고, 새롭고, 신선하네요.

건강하고 건강하던 당신이 결혼하고 몇 년이 되지 않아 건강에 이상이 생겨 500m 거리를 두세 번씩이나 쉬면서 가야했고, 몸이 부어 몸을 누르면 손마디 두세 개씩 들어가고, 숨을 한 번 멈추면 숨을 쉬지 못해 두세 시간씩 의식을 잃기도 했다 깨어나기를 수없이 반복하기도 했죠.

병원과 무속인의 굿을 번갈아 가면서 살아온 당신의 삶은 인생을 사는 게 아니라 병속에서 사는 거였습니다.

30여년이 넘는 인생을 아픔과 고통과 살아온 당신. 그렇게 괴롭고 고달픈 고통 속에서도 가정의 행복을 위해 모든 것을 앞에서 이끌어온 당신.

얼마 전부터는 취업을 해 63세의 나이에도 매월 백만 원 넘게 월급을 받아오면서 기뻐하는 당신을 볼 때 기적이 일어난 것 같아 정말 기쁩니다.

기적 같은 삶을 사는 당신께 감사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당신 앞에서는 쑥스럽고 겸연쩍어 말 못하지만 편지와 같은 형식으로 살아온 마음 한 부분을 옮겨 봅니다.

오랜 세월을 나와 함께 하여 준 거룩한 당신.
당신의 마음이 넓고 넓어 세상보다 넓고, 바다보다 깊고 바위보다 굳은 당신이었기에 그렇게 어렵고 괴로운 세월에도 사랑이 떠나지 않게 행복이 깨어지지 않게 갈무리 하면서 오랜 세월 참고 이겨준 당신께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살아오면서 이런저런 사연도 많았지만 눈물이 있고 땀이 있었기에 험하고 험한 인생가시밭길 헤치고 살아온 세월의 추억이 값지고 세월의 향기가 더욱 짙으며, 그 수많은 사연들의 어려움도 세월 지난 오늘 와서 보니 약 중에 약, 보약이 되었나 봐요.

오늘을 있게 해 준 당신을 사랑합니다.
영원히 당신을 사랑합니다. 영원토록.
당신의 신랑 홍순묵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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