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따라 변화무쌍한 날씨 때문에 우리처럼 농사를 짓는 분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늘(4월 20일)도 눈이 왔었다. 며칠 전 만해도 땀을 뻘뻘 흘리며 고추 망을 쌓았었는데 오늘은 눈이 오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다.
새파란 싹이 나온 감자나, 파, 마늘잎을 하얀 눈이 덮었다. 감자싹 절반은 얼었다. 벚꽃 위에 눈꽃도 피었다. 보기는 아름답지만 그 뒤에는 공포가 숨어있다.
무슨 얘긴가 하면 눈이 내리던 그 때 마침 우리는 못자리 하우스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5시간 이상 끊임없이 내린 눈 때문에 하우스가 무너질 뻔 했다. 다행히 하우스가 무너지지 않았는데 봄에 이렇게 눈이 오고 계절이 거꾸로 가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지구가 아파서 이런 일이 생긴 거라고 말했다.
나는 이런 날씨를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솔직히 모르겠다.
평범한 주부로서는 오늘 같은 날이 괜찮다. 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뼛속까지 시린 겨울이었는데, 이렇게 따뜻한 봄날에도 볼 수 있는 눈은 초록색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베트남에서는 이런 풍경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더욱 더 신기했다.
내 고향에는 기후가 이상이 있을 때도 항상 같은 온도에 비, 바람이나 태풍이 발생한다. 소나기는 있어도 눈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사를 짓는 농민의 입장에는 이런 날씨 때문에 마음을 놓지 못한다.
나는 한국에서 사는 동안에 이런 신비로운 것들을 얼마나 많이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난 오늘 이시간이 아름답고 소중하다.
지구가 빨리 건강해져서 나 같은 농민 분들을 도와줬으면 좋겠다.
이해미(리티미, 보은 지산1리)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