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성의 좌충우돌 한국살이 ②
베트남 여성의 좌충우돌 한국살이 ②
  • 편집부
  • 승인 2013.03.06 22:33
  • 호수 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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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담갔어요

오늘(3월 5일) 장을 담겼다.(담갔다)
베트남에서 시집에 오고난 후 계속 해본 일이다. 매년 음력 2월에 말(馬)날이 되면 어머님께서 장담그기를  하신다.
왜 말 그림이 있는 날에만 장을 담그는지 알 수가 없지만 이날 온 동네 모두 오늘의 날짜로 장을 담긴다.
매년 똑같은 양에, 똑같은 방법으로 해왔는데도 매번마다 기분이 다르다.
나는 알고 싶은 답이 하나가 있었다. 무엇이 때문에 이날을 정해져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어머니께 여쭤봤지만 돌아온 답은 하나 뿐이다. "나두 배운 그대로 따라한거야"라고 하신다.

아주 커더란 솥에 콩과 소금 탄 물을 8시간이상 끓인다. 여기서 콩의 색이 변한 후 양동이에 건저 자루나 비닐봉지 안에 담아 으깬다. 다 으깬 콩을 가지고 네모 모양으로 메주를 만든다. 청국장도 콩을 끓인 후 소쿠리에 담아 온도가 따뜻한 곳에 놓고 덮어서 띄운다.

한국에서 된장을 만들기 위해 콩을 끓이는 과정이 베트남에 있는 '뜨엉’이라는 음식과 많이 유사했다.
나는 뜨엉을 직접 만들어보지 못했지만 베트남에 있을 땐 엄마의 심부름으로 공장에 갔더니(갔다가) 우연히 뜨엉 만드는 걸 본 적이 있다. 뜨엉은 한국의 된장처럼 오이 등을 찍어먹는다.

된장과, 청국장, 그리고 베트남의 뜨엉 세 가지 음식은 맛이 다르지만 같은 재료와 비슷한 과정을 걸쳐(거쳐) 정성을 드려서 만들어낸다. 상상해 보지 못 한 일을 하니 실수를 반복한다.

해마다 해본 일이지만 호기심이 많아 자꾸 캐묻고 싶다. 장을 담고 나서 장단지 안에 숫(숯)과 고추를 넣는다. 그리고 단지 바깥에는 짚으로 만든 쌔끼 한 가딱을(새끼 한 가닥으로) 돌려 묵는다.(묶는다)

그거도(그것도) 왼쪽으로 꽈서 만들고 중간 중간에는 고추과(와) 숫(숯)을 끼운다. 참 나에게 글로 설명하면(내가 글로 설명하기엔)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왜 숫(숯)과 고추를 이용하냐고 어머님께 여쭤봤다. 그것은 오래 저장하기 위해, 좋지 않을 것을 막기 위해서 하는 거라고 대답해 주신다.

올해 장담기는 생각보다 잘 마쳤다. 항상 이 실수 저 실수 때문에 어머니한테 혼났었는데 오늘은 아무말씀도 안하신다. 말없으신 어머니의 침묵은 잘했다는 표시다.

이번 장 담그는 일을 통해서 한 가지 문화를 발견되었다(발견했다). 달라도 너~~무 다른 베트남과 한국의 문화 중에 또 어떤 것을(것이) 닮았을까. 살면서 한번 찾아보고 싶다.

나는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한국의 문화를 배우고 양국 문화의 차이점을 찾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정말 좋다. 앞으로도 많은 것을 찾아내서 아이들한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
(  )안은 맞춤법에 의해 표기한 것입니다
이해미(리티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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