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 수도의 길, 자연의 모습처럼 험하고 어려운 길
인성 수도의 길, 자연의 모습처럼 험하고 어려운 길
  • 편집부
  • 승인 2009.11.19 10:18
  • 호수 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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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구곡시 4곡

四曲荒崖洞(사곡황애동):
사곡은 황애동이라

四曲荒崖草樹深(사곡황애초수심):
넷째구비는 어디인가? 거칠고 비탈진 곳에 초목 울창한데

靑山幽僻晝陰陰(청산유벽주음음):
청산이 깊고 외져서 낮인데도 컴컴하네.

何人劈破羊腸險(하인벽파양장험):
누가 이 양의 창자같이 험한 곳을 쪼개고 깨트릴까?

賴有線陽一路尋(뢰유선양일로심):
겨우 한줄기 햇볕따라 한 길 찾겠구나.

 

▲ 화운선생은 4곡에 들어서니 암벽의 높은 절벽, 울창한 초록, 산이 너무 높고 후미져 낮인데도 어둡다고 했다. 이는 인간의 도덕은 일상생활에서 마땅히 걸어가야 할 길인데 이 길을 찾기가 그렇게 힘들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사진은 황해동에 거주하고 있는 김현수 전 이장으로부터 마을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화운선생은 제4곡 황애동에 들어서서 속리구곡의 아홉 굽이를 단순히 자연을 관상하는 차원을 넘어 선생이 지향한 도의의 세계로 나가는 것을 인식했다.

4곡에 들어서니 양변의 높은 절벽, 울창한 초목, 산이 너무 높고 후미져서 낮인데도 어둡고 또 어둡다고 하였다. 그리고 또 "어느 누가 이 양장 같은 험한 곳을 깎아 고칠 것인가"라고 물었고, 또 "겨우 간신히 한 줄기 햇볕을 따라 한 가닥 길을 찾을 수 있었다"라고 읊었다.

선생의 이러한 표현은 4곡의 실경을 읊었다고 하기보다는 도문에 들어가 만난 상황을 도덕적 차원에서 묘사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 선생은 실의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앞으로 이 험한 곳을 누군가는 열 것이며, 힘들여 겨우 겨우 한 가닥 작은 길을 찾았다라고 하였으니, 이는 도덕의 극치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을 찾았다는 표현이리라.

속리9곡은 아름다운 경관만을 가진 공간이 아니라 선비들이 지향하는 성리학적 도덕수양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인성 수도의 길은 이렇게 자연처럼 험하고 어려움을 표현한 것으로 상상된다.

 

◆현재와 미래에 대한 전망
이곳 황해동에 거주하는 김현수 전 이장의 말에 따르면 이 황해동은 지금부터 약 100여 년 전 경주김씨(이름은 미상)가 처음 이곳에 들어와 집을 짓고 개척을 하면서부터 뒤따라 한 집, 두 집 입주민이 늘어났다고 한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피난민이 많이 들어왔고, 70년 대 이후 마을의 모습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변모했다고 전했다.

"마을 뒤 현무봉 옆에 세 줄로 마을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산 쪽에 위치한 첫 번째 줄은 예전부터 마을을 형성했던 집들이고, 도로 쪽으로 두 줄로 형성된 마을은 70년대 새마을 운동이 시작되면서 새로 건설된 집들입니다. 마을 앞 하천 건너편에는 70년대 당시 울창한 숲을 개간해 밭을 만들어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지게 됐습니다."

마을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큰 변화는 없지만 주민들이 모두 도시로 떠나 지금은 빈집만이 남아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밖에 김 전 이장은 "일제 치하에서는 그들의 치안 주재소가 상판리에 있어 순사들이 공무차 이 마을을 오갈 때면 산 아래 주민들을 동원해 지게에 방석을 깔고 그 위에 앉아 거드름을 피우면서 회넘이재를 넘겨주는 등 강압행위를 했다"고도 전했다.

필자가 현장을 답사한 소감으로는 화운선생의 4곡시 표현만큼 그리 후미지고 험하고, 양장같이 심곡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표현한 것은 인간의 도덕은 일상생활에서 마땅히 걸어가야 할 길인데 이 길을 찾기가 그렇게 힘들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따라서 21세기 현실사회에서 도덕이란 정도는 우리 인간사회를 외면하고 상대적으로 공익보다는 사리사욕과 부정비리가 까막사리처럼 허약한 인간의 몸을 침노하게 하는 것은 아닐는지.

여기서 작가 민화운 선생께서는 이 같은 미래사회 도덕의 해이를 예견하고 이를 경고하는 차원의 시일 것으로 상상해본다.

지금을 사는 우리는 이 속리구곡 자연의 소박함과 경이로움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인식해 평가해야 할 것이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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