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 공익사업장 내 축사만 대상, 가축사육 관련조례 개정안 입법예고
축사신축 반기는 곳 없어, 온라인 공개 아닌 공론장 마련 필요
농업진흥지역내 규제가 풀리며 농지내 축사 신축이 가능해지자 축산인들이 우후죽순 농경지에 축사를 신축하면서 마을주민간 갈등을 심하게 겪은 곳이 보은군이다.
각 읍면의 밀집된 신형이자 대형축사들이 대부분 주민과의 갈등, 아니 주민들이 ‘빡세게’ 막았지만 현행법상 금지할 수 없으니 들어선 축사들이다.
어느 면이라고 특정할 수 없이 군내 전체에 대형축사들이 들어서 미관저해는 물론 악취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 제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래서 한 지역을 축사단지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그런데 보은군이 공익사업 대상지내 기존축사를 일부 제한지역으로 이전해야 하는 경우 5호이상 마을의 주택부지와의 직선거리가 250미터이상 떨어져야 한다는 것으로 가축사육제한조례일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대상축종은 소와 젖소, 말, 양, 사슴이다.
보은군은 관련 조례를 9월 12일자 보은군청 누리집을 통해 입법예고했다. 10월 2일까지 의견을 제출해달라고 부기했다.
문제는 입법예고기간이 추석연휴를 포함한 20일이어서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데 한계가 있다. 또 주민들의 관심사가 아닌 곳은 방문자가 거의 없는 것이 누리집의 실정이어서 주민의견 수렴이 부실할 수 있다. 예고기간이 7일 정도 남은 25일 확인결과 조회수 23건에 불과하다. 일반 주민이 얼마나 이 내용을 확인하고 인지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입법예고기간이 끝나면 군의회와 의정간담회를 갖고 후에 군의회에서 상임위 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직접적으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대상이 공익사업장내 축사, 그리고 소와 젖소, 말, 양, 사슴 축종에 한한다고는 하지만 조례가 입법예고된 대로 시행되면 종전처럼 동네 가까이에 대형축사가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축사신축에 따른 민민갈등이 또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
앞서 밝힌대로 보은군은 대형축사 신축으로 상당한 민민(民民)갈등을 겪었다. 2016년경 보은읍 중동들에 대형 축사들이 들어서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해 지역마다 축사신축으로 인한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주민들은 주거지와 축사와의 거리가 가까워서 환경저해 등 주민생활권이 침해된다며 크게 반발했다. 축사신축지로 알려진 곳에는 펼침막을 내거는 것은 보통이고 농기계로 진입로를 막고 집회를 열기도 하는 등 집단행동도 불사했다.
집단행동으로도 막을 수 없자 2019년 주민들이 아예 입법운동에 나섰다. 관련조례안을 대폭 강화하는 것을 청구한 것.
당시 소·말은 150미터, 젖소 200미터 이내 사육금지로 돼 있는 것을 소와 말을 비롯해 모든 축사는 주거지로부터 1㎞ 이내에 들어올 수 없도록 제한하고, 특히 보은읍만 도시지역으로부터 1㎞로 돼 있고, 삼승면과 마로면은 350m로 돼 있는 것도 도시지역 거리제한은 모두 1㎞로 강화하는 것으로 조례 개정안을 보은군의회에 청구했다.
조례개정 청구 취지에 동의 서명자수가 950명만 넘으면 보은군의회는 주민청구를 수용해야 하는데, 주민 2천300여명이 서명에 동참했을 정도로 축사신축 제한에 대해 주민들이 크게 공감했다.
보은군의회는 주민이 청구안 조례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2019년 11월 가축사육제한조례심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조례안 심사와 주민의견 수렴절차에 돌입했다. 각 지역 이장협의회 등 주민간담회를 열고 의정자문위원회도 열어 주민의견을 청취했다. 공청회도 개최해 찬반토론에서 보다 많은 주민들의 의견이 표출되도록 했다. 군의원간 토론도 펼쳐 조례안을 심사했다.
난상격론 끝에 지난 2020년 1월 29일 군의회 제338회 임시회에서 주민들이 요구한 개정안에 축산관계자의 의견이 반영된 가축사육제한조례개정 청구안을 수정 의결했다.
축사신축으로 인해 축산업자와 주민간 갈등이 본격화된 지 5년여 만에, 그리고 군의회가 주민청원을 수용한 지 3개월여만에 결론을 내린 것이다.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면서 최선이 아닌 차선으로 대책이 마련됐다.
이같은 절차를 이행하는 동안 많은 축산업자들이 종전의 조례에 근거해 축사 신축허가를 받아놓았다. 들녘 곳곳에 빼곡하게 들어선 축사들은 대부분 이때 허가를 받아놓은 것이다.
축산업자들은 이렇게 대책을 마련했지만 지역적인 피해는 여전하다. 곳곳에 축사들이 들어서면서 보은에 대한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 귀농귀촌인들은 축사 없는 곳을 찾는다는데 예비귀농귀촌인들도 많다. 또 땅을 알아볼 무렵에는 축사가 없어서 귀농귀촌했는데 후에 축사가 신축돼 축산악취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귀농귀농친인도 많다. 또 대형축사가 들어선 곳은 땅 매매가 잘 안된다는 지역민들의 불만도 크다.
이같이 축사는 매우 민감하다. 군청 누리집에 공개하면 되는 정도로 사안이 단순하지 않다.
공익사업장에 축사가 있어서 공익사업을 추진하지 못할 경우 축사를 옮겨 공익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것이 맞다. 대안이 필요한 것도 맞다.
그러나 축사를 옮길 지역을 찾았는데 그 지역이 당신이 사는 동네라면 반길 것인가? 충분한 사회적 공론이 요구되는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