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율이 심각한 농촌지역은 저 출산 현상까지 겹쳐 인구감소가 더욱 심각하고 지역 황폐화로 나타나고 있다. 보은군도 예외는 아니다.
8월말 현재 보은군의 주민등록상 인구는 3만672명에 불과하다. 지난 2023년 8월 말 기준 대비 496명이 감소 등 매년 500명 내외로 감소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인구감소 숫자로 보면 1년 전후 보은군 인구 3만명대의 둑이 무너질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자치단체로서의 존립기반이 점점 취약해져 독립적인 자치를 할 수 있을까도 걱정이 될 정도다. 청년인구 감소는 더욱 심각하다. 이는 보은군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인 현상으로 각 지자체마다 빠져나가는 청년인구를 붙잡고 청년을 유입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본보는 보은군의 정책이 청년들에게 현실적인지 살펴보고, 공동취재단을 꾸려 취재한 청년·문화 로컬콘텐츠로 청년 정책을 펼치는 국내·국외 사례를 보도한다.
기획의 마무리는 보은군이 청년들에게 ‘노잼’ 도시가 아닌 살만한, 미래를 투자해도 될 ‘꿀잼’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청년들과 토론회를 개최해 청년들의 의견이 보은군의 정책에 반영되고 청년들이 수용하며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정책방향을 모색해 본다.(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
▶ 1. 희망청년, 그들을 잡기위한
보은의 정책
2. 청년들의 아지트 청년시청
운영하는 익산시
3. 청년의 로컬리즘 ‘술익는 마을’로
살리는 군산 구도심
4. 청년희망도시 전주, 주민·청년
공유공간 ‘둥근숲’ 등
5. 청년 다섯이 10만명을?
경북 문경에 굴러온 기적
6. 젊은 여성이 열쇠
일본 도쿄 도시마구
7. 인구 3천여명 시골에 관광객 20만명이
찾는 일본 군마현 가와바무라
8. 청년들이 꿈 펼칠 토양 만들기
보은의 청년들과 토론회
공동취재단 : 보은사람들 송진선, 남해시대 전병권, 담양곡성타임즈 김고은, 담양뉴스 장광호, 성주신문 이지은, 영주시민신문 오공환, 태안신문 신문웅, 해남신문 노영수, 홍주신문 한기원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물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보은군 감소인구 대부분 청년인구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것은 그만큼 청년 인구가 적은 것을 의미한다.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보은군 전체인구(3만672명)에서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1만2천440명으로 고령화율이 40.55%를 보이고 있다. 종전 39%대에서 40%대를 상회할 정도로 보은군은 초초고령사회로 전환됐다.
청년인구 감소는 경제활동인구, 생산인구가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지역경제도 피폐해지고 결국은 지역의 공동체 붕괴로도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방안 마련은 정말 급하다.
보은군청년기본조례에서 정하고 있는 청년나이는 만 18세~45세이다. 8월말 기준으로 보은군의 청년인구는 5천571명이다. 총 인구 3만672명 대비 18.1%대에 불과하다.
청년인구는 2020년 6천884명, 2021년 6천490명, 2022년 6천229명, 2023년 5천910명, 2024년 5천571명으로 계속 줄고 있다. 지난 5년간 1천31명이 줄었다. 장안면 전체인구(8월 기준 1천391명) 정도가 줄어든 것이다.
또 인구통계상 지난 5년간 보은군 총인구가 1천880명이 감소했다. 여기에는 18세~45세에 해당하는 청년인구 감소분이 73.98%나 된다. 결국은 보은군 감소인구의 대부분이 청년인구가 감소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청년인구의 인구감소는 하위 연령층의 지속적인 감소를 가져온다. 초등학령 인구의 감소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는 특히 면 지역 작은 학교의 폐교를 불어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출생아 수의 지속적인 감소로도 이어진다. 2022년엔 연간 80명이었던 출생아수는 2023년엔 연간 68명에 그쳤다. 올해 8월까지 출생아 수는 43명에 불과하다. 결국은 이들이 초등학령 인구가 됐을 때 15개 초등학교 중 입학생이 단 한 명도 없는 학교의 속출로 이어질 수 있다.
청년인구 감소는 노동기반마저 약화한다. 일할 사람이 부족하니까 기업은 지역을 떠날 것이고 기업이 떠나니 지역에 일자리가 없어지게 되고, 일자리가 없으니 청년인구는 돌아올 수 없게 된다. 악순환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청년들의 지역 내 정착을 유도하고 청년인구 유입을 위해 보은군은 각종 당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보은군 청년정책에 662억 투입
보은군 행정기구에 인구관련 팀이 생긴 것은 2018년 1월 1일자이다. 당시는 팀장과 팀원 단 2명에 불과해 부서에서 생산적으로 상업을 기획, 발굴하고 실행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인구문제를 군정의 주요정책으로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은 2023년부터라고 할 수 있고 올해 크게 확대됐다.
추진 부서는 미래전략과 인구정책팀과 미래정책팀, 지역개발과 농촌개발팀, 농업기술센터 인력교육팀, 스마트농업과 농정팀, 경제정책실 기업지원팀과 일자리지원팀, 복지정책과 조사관리팀 및 희망지원팀에서 각각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2024년 6월 기준 총 31개의 청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보은군의 청년관련 예산은 온누림풀랫폼,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 등 29개 사업에 648억257만여원이다.
보은읍 죽전리에 240억원을 투입 2026년 완공할 온누림플랫폼 4층에 청년센터가 들어서고 70억원 규모로 2026년까지 신활력플러스 사업이 연차적으로 추진되는데 청년창업지원사업도 포함돼 있다.
이중 인구정책팀이 추진하는 청년 사업이 눈길을 끈다.
청년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다양한 아이템이 성공적인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로컬크리에이터 지원 사업이 그 중의 하나다. 이 사업은 지난해 처음 시행한 사업으로 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위탁해 진행 중인데 1인당 2천만원씩 총 5명에게 지원했다.
지난해에는 청년업체 △더린넨2017 △본밀 △㈜부성 △카페 해든 △숲결에서 지원을 받았다.
올해는 사업을 확대했다. 신규업체 선정 외에 지난해 선정업체 중 평가를 거쳐 3개 대상업체를 선정해 고도화 사업자로 지원하고 있다.
신규업체는 △둥그레팜 △작은책방 남만서점 △IT 및 AR 기술접목 농장체험 △대추를 이용한 전통떡·전통디저트 개발 △잡화점으로 위장한 바(Bar)다. 고도화사업자는 △더린넨2017 △㈜부성 △숲결이 선정돼 고도화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 청년 공동체 활성화와 문화·여가활동 등 청년동아리 지원 사업은 청년들의 다양한 청년문화를 키울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사업은 지난해 처음 5개팀을 선정해 동아리당 200만원씩 지원했다. 보은고 교직원과 학생들로 구성된 밴드인 핫(HOT) 바지, 낚시 동아리 더 헌터(The Hunter), 스포츠 동아리 보은 영거FC, 환경보호 실천 동아리 보은초록맘, 핸드메이드 공예 동아리 수한수작(手作)이 선정돼 지원을 받았다.
올해는 동아리당 지원 사업비를 2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증액 지원하고 있다. 선정 동아리는 △트레킹 동호회 걸어보은 △오케스트라 동호회 보은위드앙상블 △청년 소상공인 동호회 소담소담 △청년독서모임 북적북적 △청년농업인 모임 보청천이다. 보은군은 청년들의 반응이 좋은 동아리 지원 사업은 내년에는 1개팀을 더 선정해 6개팀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밖에 대상자에게 1년간 월 30만원씩 지원하는 청년소상공인 임차료 사업은 청년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해에는 5명을 지원했는데 올해는 6월까지 15명을 지원하고 있다.
이같이 청년들에게 창업뿐만 아니라 문화 활동 및 동호모임에도 예산을 지원하면서 활동에 윤활유가 돼 청년들의 활동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청년, ‘파편’에서 단체로 뭉치며 ‘청년들’로 발전
사실 그동안 보은의 청년조직은 농업 인력과 관련된 4-H회, 후계농업경영인회와 사회단체인 청년회의소(JC) 정도에 불과했다. 보은군에서 트렌드가 반영된 청년조직이 생겨 활동한 것도 2023년에 본격화했다고 할 수 있다.
보은청년네트워크가 그것인데, 원래 청년네트워크는 청년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보은군이 만든 청년 소통·참여 기구다. 2022년 조직한 보은청년네트워크는 행정이 만든 태생적 한계에 머물지 않고 이들이 본격 활동을 한 것이 2023년이다. 처음 45명에서 출발해 지난해 54명, 올해는 97명으로 늘었다. 보은의 규모 있는 청년단체로 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청년축제도 개최해 다양한 문화·여가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들의 소통하고 청년 커뮤니티를 활성화한 것은 물론 그들만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는 기회가 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평리 뱃들공원에서 스스로 기획한 축제를 개최했다. 청년들은 방관자가 아닌 주도자로서 행사를 진행하며 만족도를 높였다. 더욱이 올해는 청년들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축제에 참여해 즐거움을 만끽, 청년축제가 보은을 대표하는 축제로 성장할 수 있는 싹수를 보였다.
또 하나의 청년단체는 라이더타운 회인ㅎㅇ이다. 1천665명에 불과한 회인면을 기반으로 한 라이더타운 회인 ㅎㅇ는 행안부 공모에서 3년간 2억원씩 지원되는 회인 청년마을만들기 사업이 선정돼 지난해부터 휠러스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올해는 말티재 휠 클라임 자전거대회와 어린이 자전거대회로 구성된 휠러스페스티벌을 개최했다.
빈집으로 방치됐던 회인면어린이집을 라이더유치원으로 리모델링한 라이더타운 회인 ㅎㅇ는 지난 7월 25일 단 하루 회인면 특산품인 마늘이 들어간 수제 버거를 파는 팝업식당을 운영해 큰 인기를 끌었다.
라이더타운 회인 ㅎㅇ는 피반령 구불구불한 길을 거쳐 회인에 닿는 도로는 주말이면 라이더 수백명이 찾아오자 작은 시골 마을 회인을 오토바이와 자전거 동호인들을 위한 라이더 타운을 만들자는 프로젝트인데 당초의 의도가 맞아떨어지고 있다. 고령화 마을에 청년문화가 숨쉬는 다양한 사업으로 마을에 활력이 생기고 있는 것.
30억원을 투입, 2025년 청년마을 회인 공유주거지가 조성되면 회인은 청년들에게 기회의 땅으로 발전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군내 곳곳에서 실험정신이 있고, 창의적인 사고가 반영돼 지역의 변화를 꾀하는 청년들의 문화 활동이 지역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