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북초등학교 전교 학생들과 김율 학생과 인사
도시든 농촌이든 아이가 귀중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시골학교의 학생 한 명이 차지하는 비중은 도시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학생 한 명 부족으로 폐교될 수도 있고 한 명이 전학을 옴으로써 분교로 전락할 위기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내북초등학교도 작은 학교다. 아토피 친화 학교여서 청주시내 아이들이 진학, 비교적 안정적으로 본교를 유지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없는 시골에 위치해 새로 입학할 학생이 있을지 조마조마하게 매년을 보낸다.
그런 내북초등학교에 경사가 생겼다. 바로 수도권인 경기도 남양주 별내 한별초등학교에 다니던 학생이 2학기부터 내북초등학교를 다니겠다고 농촌유학을 온 것이다.
이름은 김율. 내북면 법주리에 사는 윤석주(75)씨의 외손녀로 방송작가로 활동하는 김율 학생의 어머니와 함께 외갓집으로 이사와 내북초등학교 1학년 2학기를 다니고 있다.
지난 2일에는 내북초등학교 전교학생과 교사들이 농촌유학을 온 김율 학생을 환영하는 작은 축하이벤트를 가졌다. 학교 안에 울려 퍼지는 박수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컸다.
김율 학생이 농촌유학을 옴으로써 1학년은 5명으로 늘었고 김율 학생 덕분에 여학생과 짝꿍이 된 김말리카 학생은 “친구가 생겨서 무척 좋다”며 환호하고 있다.
이래저래 김율 학생은 내북초등학생들에게 선물같은 존재가 됐다.
농촌에서는 교육을 이유로 도시학교로 전학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김율 학생은 도시에서 내북초등학교로 유학을 왔는데 이는 김율 학생 스스로의 결정이었다고 한다.
법주리 외갓집을 자주 왔던 김율 학생은 “외갓집 마당에서 놀고 싶다”고 했고, “시골이 좋다, 더 있고 싶다”고 했고 자고 일어나면 산책가자고 할 정도로 시골을 좋아했으니 이번 결정이 색다르게 보이지만 김율 학생에게는 당연한 결정이었을 것.
천상 시골과 궁합이 잘 맞는 김율 학생이 외갓집에 살게 되면서 외할아버지 윤석주씨는 “등교시간, 하교시간에 맞춰 통학버스 태우러 데리고 나가요. 율이에게 누굴 만났는지, 선생님이 무슨 얘기를 해주셨는지, 짝꿍과 무얼했는지를 묻는 자신을 보며 나도 초등학교 아이가 된 듯 새로워요”라며 율 학생과 대화하고, 노래도 듣고 함께 산책하면서 생활에 활력도 찾고 건강하게 보내게 됐다며 반겼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끊기고 아이의 재잘거림이 없는 시골마을의 적막도 김율 학생이 깨고 있다. 아이가 활력소인 것. 이렇게 도시학생들의 농촌유학은 인구감소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마을도 살리고 작은 학교도 유지하게 한다.
군내 초등학교는 읍소재지인 동광초등학교와 삼산초등학교를 제외하면 전교생이 20명이 안되거나, 많아도 30명이 조금 넘는 정도의 작은학교들이다. 초등학생수는 지역, 마을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해결방안의 하나로 농촌유학생이 제시되고 있다. 광역 교육청간의 업무협약으로 농촌유학이 이뤄지는데 최소 6개월 한 학기 정도 유학하거나, 길게는 중학교 2학년까지 계속 시골지역 학교를 다닐 수 있다.
학교도 살리고 마을도 살리고 지역도 살리는 농촌유학 도입은 소멸위험에 처한 보은군이 선택할 수 있는 생산적 방안이다.
내북초등학교로 농촌유학 온 김율 학생으로 인해 번지는 그 효과가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