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충전소 가람뫼 대표
보은읍 강산리
모든 게 무너졌다. 쌓아 올리긴 힘들어도 허물어지는 건 한순간이다. 다수결에 의한 대의 민주주의의 모순을 말하고 싶지는 않다. 나라의 근간이 송두리째 흔들릴 줄 3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다. 절대군주가 군림하던 시절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백성을 섬겼다. 민심은 무섭고 두려웠다. 신하들의 간언과 견제 앞에 임금도 무릎을 꿇었다. 폐위도 당했다. 시대가 바뀌고 역사가 흘러도 민심은 천심이다. 어느 절대 권력도 부정할 수 없는 진리였다. 왕조시대가 아닌 민주공화국 체제하에서는 더욱 그렇다.
위임받은 권한을 가진 5년짜리 통치자가 폭주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혼군과 폭군의 민낯을 목격하고 있다.
제대로 된 국정철학과 국가 개혁 의지는 애초부터 없었다. 사회 전 분야에서 갈등과 분열을 조장한다. 혐오와 배척만이 최우선 과제로 자리 잡은 듯 하다. 날만 새면 말을 뒤집고 변명하기 급급한 대통령실과 장단을 맞춰 교언영색하는 정부 여당, 이 틈을 비집고 스멀스멀 자신들의 야욕과 영달을 위해 불나방처럼 뛰어든 자들까지 뒤죽박죽 혼돈의 비정상이 판치는 세상이다.
누군가는 뇌물을 받아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나라에서 뇌물죄는 그 효력과 무게를 상실했다. 덕분에 이번 추석부터는 감사의 의미를 담아 비싼 선물을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엄정한 수사를 통해 죄를 묻고 따져야 할 검사들은 자신들의 존재가 얼마나 무의미하고 불공정하며 불필요한지 증명하는 역할에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들의 운명도 머지않았다.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하며 친일을 숭배하는 자들이 국가 기관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하늘이 분노하고 땅이 뒤집어질 일이 정권의 비호 아래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친일파를 단죄하지 못한 역사의 과오가 망령처럼 되살아 났다. 그들의 후손과 몰지각한 세력들이 일본의 앞잡이가 되어 버젓이 활개치고 있다. 이들은 밀정이요 앞잡이다. 일제강점기에도 가장 파렴치한 이들이 밀정이었다. 일본의 충견이 되어 그들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고 독립운동가를 밀고하며 자신들의 부와 안위를 누렸던 자들이 숙주가 되어 지금의 뉴라이트라는 집단을 탄생시켰다. 참담한 일이다. 그들은 일제강점기 황국신민이었음을 자랑스레 내세운다. 식민 지배는 근대화를 앞당긴 치적으로 둔갑시킨다. 나라를 되찾기 위한 모든 독립운동을 불순, 불온한 행위라며 목청을 높인다. 희대의 민간인 학살자이며 부정선거로 쫓겨난 독재자 이승만을 건국 영웅으로 추앙한다. 그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 아직 광복되지 않은 일제 치하의 비겁하고 저열한 앞잡이일 뿐이다.
무턱대고 밀어붙인 의사 증원 2천명으로 촉발된 의료대란은 그 대책과 수습에 아무런 기대와 희망을 가질 수 없다. 국민 개개인이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아야 한다. 경제는 가파르게 뒷 걸음 질 치고 있지만 오히려 역대 최고의 호황이며 모든 지표가 상승하고 있다며 호도한다. 어처구니 없다. 권력의 중심부는 자신들의 호주머니만 가득 채우고 있다.
대통령은 시도 때도 없이 반국가세력이 준동하며 나라를 위기에 빠뜨린다고 외친다. 진짜 반국가 세력은 누구인가? 국가의 3요소인 국민, 영토, 주권을 부정하고 일제의 식민 지배와 국권 침탈을 옹호하고 찬양하는 자들이 반국가세력이다. 엄연한 우리의 영토인 독도를 우리 땅이라 당당히 내세우지 못하는 자들이 반국가세력이다. 국민의 고통과 슬픔을 보듬고 달래줄 가슴과 의지가 없는 권력자들이 반국가세력이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은 광복을 광복이라 부르지 못하는 자들, 헌법 전문에 명시된 삼일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며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의 계승을 거부한 자들이 반국가세력이다. 헌법을 준수한다고 선서한 대통령마저 헌법 전문을 부정하고 있다.
영원할 것처럼 군림하며 온 나라를 혼돈과 퇴행으로 몰고 가고 있는 이 정권의 임기도 길어야 2년 8개월이다. 지금 이대로라면 그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
뜨겁던 여름이 가고 있다. 아스팔트의 열기도 가라앉았다. 폭발 직전의 민심이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는 명확해졌다. 어느 해 가을의 촛불이 선명하게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