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재료가 다 떨어져서 반찬 더 달라고 하시면 드릴게 없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저녁 무렵 들른 외갓집 돌솥비빔밥 주인장의 첫 일성이다. 오픈식 없이 가게를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되었다.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로 하루 준비한 재료가 다 떨어져 가는 순간이다.
그곳에서 만난 손님인 디자이너는 “너무 맛있어요. 잘 오셨어요”라 인사를 건넨다. 오색잡곡 돌솥 밥이 나왔다. 은행, 대추, 율무, 흑미 등 건강식 밥이다. 밥을 공기에 푸고 둥글레차 물을 넣는다. 구수한 냄새가 올라온다. 넘치지 않는 깔끔한 반찬에 갈치와 조기 등 생선과 제육볶음이다.
“저희 식당은 반찬이 한결같지 않고 자주 바뀌어요. 날마다 먹는 사람들이 같은 것만 먹으면 얼마나 지루하겠어요. 그리고 싱싱한 물건이 들어오면 그걸 사거든요”라며 주인장은 말한다.
돌솥밥집의 본향은 풍취리에 있는 영빈관이다. 부산이 고향인 전은경씨는 서울에서 생활하다 자매를 키우고 20년 전 친정엄마를 모시고 보은으로 내려왔다.
술집, 노래방 등을 운영하다 손주들 때문에 6년 전 영빈관을 차렸다. 중화요리 전문점이다.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코로나가 터졌다. 손님이 뚝 떨어지고 빚이 많이 생겼다. “지금도 빚이 많이 있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한다.
차돌짬뽕과 낙지짬뽕이 유명세를 타고 손님들이 모여들었다.
보은의 김치공장에서 생산하는 국산김치만 사용하고, 공깃밥을 덤으로 주니 인심을 더해 사람들이 몰렸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 3년 전 서울에 있는 둘째 딸과 사위를 불러 내렸다. 이선화•강문구 부부다. 젊은 부부는 힘을 합쳐 자리를 잡았다.
느끼하지 않고 달달하지 않은 짜장도 인기 만점이다.
자식과 사위가 자리를 잡자 읍내에서 배달 중화요리를 하려고 먹자골목에 가게를 얻었다.
배달 비를 손님에게 1천원만 부담하게 하고 나머지는 사장이 부담하려 했다. 그런데 주방을 책임질 실장과의 의견대립으로 아예 종목을 바꾸었다.
“차라리 잘되었어요. 아침 6시에 나와 준비하는 것 빼곤 다 좋아요”라며 만족 해 한다.
올 9월 말 정도면 먹자골목의 간판이 정비되고 앞 유리 그래픽으로 환하고 깔끔해 질 예정이다.
누군가가 들어오면 다양하고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돌솥 밥 하나쯤은 필요한 공간이다. 부담 없는 가격과 깔끔한 맛으로 승부를 보려한다. 탁 트인 주방에서 손님과 하나 되어 가는 공간 먹자골목의 새로운 강자 외갓집 돌솥 밥의 미래를 그려본다.
*식사주문은 ☎043-544-8221로 하면 되고 주소는 보은읍 삼산로 1길 25-3이다.
박연수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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