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주의보로 많은 비가 내린 후이고 잠깐 소강상태를 보이는 동안 산과 들은 푸른 빛깔의 선명한 풍경이 펼쳐진다. 보은읍 학림교회 옆에는 소나무와 참나무 그늘, 황토 길이 어우러진 노란 팻말에 ‘장수의 길’이라는 쓰여진 새로운 산책길이 생겼다.
주변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여러 종류의 꽃이 피어있고, 작게 일군 텃밭에는 가지, 오이, 토마토, 옥수수 등이 자라고 있다.
장수의 길을 만든 이근태(79) 전 목사는 1980년 6월 학림에 정착, 학림교회를 개척하고, 2004년부터 담을 허물고 정원을 만들어 나갔다. 그 안에는 그가 직접 지은 은촌당(隱村堂)이라는 황토방이 있다. 그곳에서 겨울이면 장작불 지피고, 호롱불을 밝혀 책을 읽는다. 국전 입선 서예가인 그는 그곳에서 서예작품에도 몰두하며 의미 있는 삶을 살며 또 하나의 새로운 꿈을 꾸었다. 이번에 새롭게 조성된 장수의 길이다.
장수의 길은 500평 정도 규모에 200미터 길이의 산책길이 있고, 소나무와 참나무 200그루가 심겨져 있다. 그 옆에는 180평 규모의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황토방 鶴巢樓(학소루)가 있다.
장수의 길에는 참나무와 소나무가 그늘을 만들고 있다. 참나무는 2016년 지인에게 받은 도토리(선비도토리)로 싹을 틔워 묘목에 물을 주고 길러서 식재한 것이고, 소나무는 금강장례식장 뒤편에 있던 것을 가져다 심었다. 또 여기에 놓인 돌은 상주고속도로 개설시 40여년 동안 그대로 방치되어 있던 돌을 재배치해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어냈다. 잔디가 깔린 길에는 맨발로 장수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전라도에서 황토 흙도 공수해와 황토길도 만들었다.
이근태 전 목사의 거칠어진 손마디를 보니 장수길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땀방울과 손길이 그곳에 닿았는지 얼마나 진심이었는지가 느껴진다.
하지만 이근태 전 목사는 소나무도, 자연석도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갖춘 정원이 된 것도 모두 주변사람들의 도움이 컸다고 말한다.
왜 이렇게 정원 조성에 진심이냐고 물으니 이근태 전 목사는 “사람은 거지같아도 꿈은 크다.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해 누구나 와서 즐기고 자연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 포부라고 밝혔다.
40년 목회 활동을 접고, 새벽에는 동네 쓰레기를 줍는 것으로 운동을 대신하고, 저녁 5시에는 장수의 길을 1시간가량 걷고, 서예 작품 활동을 하며 자연인으로 살고 있는 이근태 전 목사.
그의 정원에는 3월에는 산수유 꽃이 피고, 5월에는 찔레꽃과 영산홍이 6월에는 목단 꽃이 피고, 한여름에는 능소화가 핀다. 또 가을에는 붉은 단풍으로 사계절의 꽃을 볼 수 있다. 겨울에는 하얗게 쌓인 눈으로 아름다운 한 폭의 풍경화가 되기도 한다.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는 은촌 이근태 전 목사의 정성이 배어있고 땀방울로 빚은 정원이 그의 소망처럼 공원으로 발전해 누구나 찾아와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