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예감
이별예감
  • 김수진
  • 승인 2024.06.13 09:21
  • 호수 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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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철순
시인
마로면 관기약국

밭에는 10년 넘게 키운 삽살개 두 마리와 흰둥이 한 마리가 있다. 친정에서 가꾸던 묵은 밭을 포크레인으로 다듬고 농막도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농사일을 시작할 즈음이었다. 아는 분이 삽살개 한 마리를 주셨다. 검은 털을 가진 수놈이었다. 우리는 녀석에게 검둥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얼마 지나서 산속에서 검둥이 혼자는 심심하다며 남편은 삽살개 암놈을 구해왔다. 얼마나 순하고 미련할 만큼 참을성이 있는지 곰순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 둘이 낳은 강아지를 하늘이라 이름 지어주고 10년 넘게 키우고 있다. 그 동안 처음에 왔던 검둥이도 두 번째 왔던 곰순이도 세상을 떠났다. 10년 넘게 살고서,
그런데 지금 하늘이가 많이 아프다. 10년 넘게 살았으니 적지 않은 나이지만, 그래도 더 살아줬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일주일에 한번 주말에 밭에 가서 사료도 넉넉히 주고 밭도 둘러보고 오는데, 지난 주말엔 저녁때쯤 밭에 갔더니 사료도 먹지 않았고 숨을 몰아쉬면서 꼬리만 흔든다. 앉았다 일어나는데 힘들어 해서 자세히 보니 눈꼽도 끼고 심상치 않은 예감이 든다. 그 동안 남편이 밭에 들렀다는데 아픈 걸 감지하지 못했나 보다. 밤이라 녀석을 두고 오는데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밤새 뒤척이며 하늘이 생각을 했다. 얼마나 아플까, 얼마나 외로울까 싶어서.
아침에 일어나서 소고기를 넣고 북어도 넣고 닭가슴살도 넣고 쌀을 넣어 죽을 끓였다. 아픈 녀석이 기운을 차렸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남편은 동물병원에가서 약을 지어왔다. 그렇게 끓인 죽도 잘 먹지를 못한다. 내가 떠서 먹이며 먹어야 산다고 얼른 먹고 기운차리라고 말해주었지만 조금 받아먹고 그만 둔다. 옆으로 누워서 고맙다는 인사인지 그래도 꼬리는 흔든다.
하늘이의 아픈 모습을 보는데 3년 전 하늘나라로 간 반려견 은비가 떠올랐다. 아무리 애를 써도 이별은 막을 수 없나보다. 은비는 몇 번을 동물병원에 입원시키고 아무리 살리려고 해도 끝내 이별은 찾아왔다. 아직도 은비가 떠나던 3년 전의 그 여름을 잊을 수가 없다. 너무 더운 여름이었고 은비는 말없이 내 품에서 떠나갔다. 아무리 울어도 아무리 슬퍼해도 은비는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 달에 나올 두 번째 동시집엔 은비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은비를 생각하며 쓴 시도 있고 시인의 말은 온통 은비 이야기다. 은비가 처음 나에게 온 이야기부터 말없이 내 곁에 있으면서 너무 많은 걸 가르쳐준 이야기. 이 세상에 사는 모든 것을 사랑하게 만든 이야기까지. 그리고 아픈 이별까지. 
하늘이의 아픈 모습을 보면서 이별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감한다. 밭에 가면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다가오던 녀석을 어찌 잊으랴. 주사도 맞히고 약도 먹이고 아무리 좋은 거 먹여도 다가오는 이별은 어쩔 수 없으리라. 조금만 더 살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어보지만 말이다. 
집에도 안에서 키우는 나이 많은 반려견 두 마리가 있다. 한 마리는 딸아이가 키우던 것을 집에 데려다 놓았다. 외국출장이 잦아서 갈 때마다 데려다 놓고 데려가더니 분리불안까지 와서 아예 우리 집에서 키우고 있다. 14년 된  시츄로 뚜비라는 이름을 가졌다. 걸음을 잘 걷지 못하고 눈도 어둡고 귀도 어둡지만 겨우 걸어서 패드 깔아놓은 곳에 가서 오줌 똥을 누고 물도 먹고 온다. 18년 4개월을 나와 함께 산 은비처럼 살지는 모르지만 사는 날까지 정성껏 보살펴 주리라. 
또 반려견 한 마리는 말티즈종인데 이름은 솔비다. 어느 날 식당에 갔다가 파양된 강아지를 데려왔다. 정확한 나이를 모르니 7~8년쯤으로 추측해본다. 처음 데려올 때 남편은 은비가 심심할 거라며 친구하라고 데려온다고 했다. 근데 은비가 워낙 조용하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해서 은비에게 친구가 되어주었는지는 모르겠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인연을 맺으면 언젠가는 이별은 찾아온다. 나는 아직 마음이 단단하지 못해서 그런지 담담하게 이별을 받아들이지는 못한다. 살아가면서 겪는 어쩔 수 없는 일인데도 말이다. 하늘이와의 이별이 또 두렵다. 얼마쯤 살아봐야 이별이 두렵지 않은 날이 오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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