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
  • 보은사람들
  • 승인 2024.05.30 09:40
  • 호수 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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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최 생 호
문화충전소 가람뫼 대표
보은읍 강산리

언제부턴가 국가적 재난으로 인한 죽음 앞에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책임져야 할 자들은 하나같이 뒤로 숨고 거짓과 변명으로 일관한다. 빈약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천금 같은 양심과 목숨 같은 명예를 헌신짝처럼 내던진다. 사실을 은폐, 왜곡하고 축소하기 위해 어떤 일이든 서슴지 않고 자행한다. 무서운 세상이다.
꽃다운 나이에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죽음들의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어느 것 하나 해결되지 않고 있다. 유가족들의 피를 토하는 외침과 애끓는 호소는 철저히 외면당한다. 지켜보는 우리는 여전히 야만의 시대를 살고 있다.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가 그랬고 해병대원 순직 사건이 그렇다.
지난여름 수해현장에서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다 순직한 해병대원 사건의 실체는 조직적인 수사 방해와 은폐로 얼룩졌다. 대통령과 대통령실 참모들, 국방부 장관과 국방부 관계자들, 해병대 사령관과 소속 부대 사단장까지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 누가 더 비겁하고 거짓된 사람인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절차대로 수사하며 책임자를 밝혀내려 했던 수사단장은 오히려 ‘항명 수괴 죄’로 법정에 섰다. 그들의 인면수심을 지켜보는 시간들은 고역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 재표결 과정에서 부결됐다. 예상은 했지만 참담하다. 국민들의 대다수가 찬성한 법안에 대해 보란 듯이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라고 호기롭게 외쳤다. 채상병 특검법의 수사 대상인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면 특검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스스로 죄가 없다면 당당하게 특검에 응해 결백을 증명하면 된다. 지금의 여당도 대선을 앞두고 상대 당 후보에 대한 특검을 주장하며 똑같은 구호를 당사에 내걸었다. 특검법에 당론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며 표결에 참여한 그들도 공범이다. 울부짖는 유가족과 분노하는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다. 죽음 앞에 무감각하고 이해득실만을 따지는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뻔뻔함과 무도함에 경악한다. 
역사는 되풀이된다. 역사의 교훈은 준엄한 심판의 역사를 기억하라 가르쳐 준다. 역사는 현재를 보는 거울이다. 역사를 보며 현재를 견디는 힘을 얻는다. 더디지만 진보하는 역사의 힘을 믿는다. 역사를 보면 죽음을 앞에 놓고 진실을 외면하며 자신들의 안위만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그들의 미래가 보인다. 
1960년, 3.15부정 선거 규탄 시위에 참가했던 마산상고 1학년 김주열 학생은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바다에 던져졌다. 얼마 후 낚시를 하던 어부에 의해 시신이 건져 올려졌고 분노한 시민들은 거리로 몰려나왔다. 시신이 발견된 후에도 사건을 은폐하고 시신을 몰래 빼내 강제로 매장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승만 정권의 몰락을 부른 4.19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1987년 1월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한 대학생이 숨졌다.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사건을 축소, 은폐 조작하려 했지만 물고문에 의해 사망했다는 진실은 곧 드러났다. 분노한 시민들은 다시 거리로 나섰고 이는 전두환 정권을 굴복시킨 6월 항쟁의 불꽃으로 타올랐다. 역사가 증명했다.
누구에게든 억울한 죽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 죽음을 은폐하고 조작하며 이용하려는 것은 만행이다. 죽음의 이유는 명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또 다른 어이없는 죽음을 막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 이루어지는 게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국가의 시스템이다. 억울한 죽음의 당사자는 모두 우리의 아들, 딸이며 손자이고 손녀이다. 
해병대원의 무고한 죽음은 역사가 됐다. 죽음의 진실과 책임을 묻는 역사의 법정에서 준엄한 심판이 내려질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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