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이 보은읍 시가지 보행권 확보를 위한 교통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용역을 시행할 예정이다. 지난 1회 추경에서 5천만원의 군비를 확보했다. 이 사업을 수행할 용역사를 결정하지 않았는데 그동안 용역을 시행하지 않아서 성과가 없었던 것이 아닌데 용역을 시행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 예견된다.
그동안 읍내 시가지 보행권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꼽을만한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장애인단체, 그리고 유아차를 운영하는 부모 등 단체가 나서서 시가지를 돌며 캠페인을 전개하기도 했었다. 시가지 인도에서 판매행위를 노점상들이 구 화랑시장에서 농산물 판매행위를 할 수 있도록 지도하기도 했다.
또 주정차 단속을 하는 상근인력을 채용해 특히 장날 차량과 사람으로 혼잡해 막히기 일쑤인 시가지에서 단속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장날 주정차 단속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같이 보행권을 확보하기 위한 보은군의 정책은 수십년간 되풀이하면서 이어오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인도에는 노점상들이 노점을 열고 판매행위를 하고 여기에 상점에서 내놓은 물건들까지 인도를 점유해 가뜩이나 좁은 인도는 더욱 좁다.
이것이 그동안 보은군이 시가지 주정차 질서를 바로잡고 보행권을 확보하겠다고 벌인 것의 결과이다. 아무리 용을 써도 별다른 효과가 없었던 것.
보은군은 군민보행권 확보 추진단(단장 부군수)까지 만들어 지난 2023년 10월에는 보행권 확보 관련 회의도 개최했다.당시 회의에서는 보은읍 삼산로 노점상 및 불법 적치물 등 정비방안, 삼산로 차없는 거리, 일방통행, 노점상 이전 및 인도 볼라드 설치, 펜스설치 등의 안건을 다뤘다. 그러나 이 회의에서도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군은 추진단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용역을 추진해보는 것으로 결정하고 지난 4월 1회 추경에 보행권 확보 관련 용역비 5천만원을 확보했다.
그러나 보행권 확보는 군 행정 의지의 문제로 지적됐다. 무단으로 인도를 점유하고 노상에 물건을 적치한 부분은 적발해서 과태료를 부과하면 해결되는 문제다. 민원과 교통팀에서는 주정차 단속을 하는 상근인력을 운영하고 안전건설과 건설행정팀에서는 노점상 및 노상적치물 단속하는 기간제 근로자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다. 과태료 부과하는 등의 강력한 행정행위가 이어졌다면 현재와 같이 인도가 노상 가게로 전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보은신협 앞과 맞은 편은 그나마 인도 폭이 넓어서 보행자가 인도를 걸을 수 있지만 보은농협 중앙지점 앞은 인도를 아예 점유했는데도 강력한 단속행정이 이뤄지지 않으니 법 따라 행위 따로이다. 보행권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노점을 펴는 사람들이 노점을 하지 않으면 생계가 위급할 정도로 취약계층일까? 지역의 리더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의 가족도 나와서 노점상 하는 것을 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남편은 농산물과 농작물의 모종을 실어다 주고 부인은 그것을 판다.
노점을 펴지 못할 정도의 일기만 아니면 1년 열두달 노점을 연다. 팔다 남은 것은 포장을 덮고 다음날 포장을 걷고 다시 그 자리에 앉는다. 마치 가게의 폐점시간에 맞춰 문을 닫고 다음날 가게 문을 여는 것과 마찬가지다.
보행자가 다녀야할 인도를 점유했는데도 미안함도 없는 것 같다. 이러한 폐습은 노상 적치 및 노점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과태료를 물리지 않았기 때문에 고착된 것이다.
확대해석하면 보은군이 일종의 배임을 해왔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제와서 해결방안을 강구한다고 5천만원의 거액을 투입,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용역과업엔 보행권 확보방안을 비롯해 차없는 거리, 일방통행 등이 포함되겠지만 보은군이 해결할 수 있는 것까지 용역에 포함하는 것인 아닌지.
노상적치 및 노점상 문제는 확보한 인력을 통해 단속하면 될 일이다. 노점이 없어짐으로 인해 판매하던 농산물은 로컬푸드 매장에서 수수료를 내고 판매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면 된다.
남은 것은 공영주차장 진출입 문제, 택시진출입, 시내버스 진출입 문제까지 포함한 차없는 거리나 일방통행 과제는 담당 부서가 공청회를 주관해 난상토론으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차없는 거리 운영이나 일방통행 등은 용역을 수주한 시행사가 여론조사를 통해 얻은 결과를 반영하겠지만 현장에 적용되지 않은 이론을 결과로 납품하는게 될 수 있다.
그보다는 오히려 주민들의 집단지성을 통해 찾은 방안이야말로 용역사가 내놓는 대책보다 주민들에게 훨씬 더 효능감을 줄 수 있다.
외부용역이 능사는 아니다. 공무원들이 주민과 머리를 맞대고 내놓는 대책이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대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