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더 예쁘고 보기 좋고 좋은 인상을 갖기 위해 사람이 성형을 한다면 나무의 수형을 만들어 보기 좋은 나무를 만드는 작업이 분재라고 생각한다.
드라마를 보면 고급주택 거실이나 기업의 회장실, 회사 로비 등에 자리잡고 있는 멋들어진 분재를 종종 본다. 자연상태의 나무가 100만원이라면 사람의 손재능을 거쳐 다시 태어난 분재는 수천만원도 호가한다.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넘사벽의 세계. 분재를 자유자재로 만들고 마술을 부리는 사람, 분재의 대가가 우리 보은에 있다는 것이 놀랍다.
마로면 세중리 이강희(62)씨가 주인공인데 이강희씨는 지난 9일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열린 한국 분재대전에서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상을 탔다. 작품은 국립세종수목원에 전시돼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출품작은 소나무. 100년 넘은 수령의 소나무의 주 가지는 죽었는데 주 가지 옆의 곁가지를 키워 우산형태로 수형을 잡았다. 특이하다 못해 신기한데 자꾸만 눈길이 가는 아름다운 소나무다. 아마도 자연에 있는 소나무라면 살아있더라도 골골한 모습일 수 있을텐데 이강희씨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분재 소나무는 꼿꼿하고 푸른 기상을 띄는 늠름한 군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장관상 수상으로 그는 전국대회에서 농림식품부 장관 상만 다섯 번이나 받았다. 이외에도 해외분재우호연맹회장상 등 하도 상을 많이 타서 한때는 수상 자격의 작품을 출품했는데도 다른 후보자에게 상을 양보할 정도로 상을 휩쓸었다. 그냥 자신의 작품을 전시해 관람을 할 수 있는 기회만 제공했었던 것.
36년 관록의 분재 대가 이강희씨가 분재에 관심을 가진 것은 보은농고(31회) 원예과 재학 때이다. 당시 원예과는 과수, 채소, 화훼조경분야가 있는데 이강희씨가 선택한 것은 조경분야다.
초등학교 때 미술반에서 활동을 했을 정도로 예술분야에 소질이 있었던 이강희씨는 나무에 자신의 예술적 감성을 실은 조경을 공부하며 분재업에 관심을 가졌다. 고등학교 졸업전 대가가 운영하는 분재원에 들어가 물주기, 나무의 특성을 익히기 분재기술 배우기 등 3년간 사사하고 분재원에 취업해 일하다 87년 청주에 자신의 이름을 건 분재원을 내고 3년 전 고향인 마로면 세중리로 귀농하기 전까지 분재원을 운영했다.
사사생으로 분재기술을 배워 스승과 함께 처음 분재한 단풍나무가 에버랜드로 고가에 들어간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뿌듯함은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국내 최고의 분재 대가가 되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했다.
그 다짐 때문인지 그는 한눈팔지 않고 37년간 분재 외길을 걸어왔고 분재 대가로서의 지위도 얻었다. 그의 손을 거치면서 정성을 들여 만들어진 분재들은 국내는 물론 일본까지 건너갔고 전남 신안군의 분재공원에도 그가 만든 분재가 있고, 강원도 양구군의 DMZ생태공원에는 분재전 1등작품인 향나무 분재가 있다.
왕성하게 활동했던 청주에서 펼친 분재기반을 접고 3년전 고향 세중리로 들어왔는데도 명성을 듣고 분재기술을 배우기 위해 세중리까지 찾아오는 문하생들이 상당하다.
세중리 분재원에는 50여종의 분재들이 이강희씨의 손을 거쳐 세월을 먹으며 자신들을 단련시키고 있다. 작품들이 즐비한 분재원에 들어서면 눈이 놀라고 입이 벌어진다.
소나무와 향나무뿐만아니라 사과나무의 원종이라고 할 수 있는 아그배나무, 일반인의 눈에는 느티나무처럼 보이는 소사나무, 철쭉, 모과나무, 장수매 같이 보이는 명자나무, 등나무 등등. 울타리 나무로 알려진 쥐똥나무도 훌륭한 분재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100년, 150년 넘은 소나무도 10년, 30년의 분재기술을 적용하니 키가 1미터 남짓하다. 자연에서 10여미터 이상 큰 나무가 커봤자 1미터 남짓이니 실내에서 두며 감상하기 그만이다.
또 씨를 뿌려 싹을 틔워 하우스에서 키운 후 야생이 가능할 정도로 단련되면 밭에 내서 밑동의 둥치를 키우고 이를 다시 화분에 옮겨 심어 모양을 잡고 있는 분재목들.
자세히 보면 나무 중간 위로 뻗은 가지를 살펴 중간부분에 뿌리를 내리게 하는 신기한 것도 볼 수 있다. 잎을 이식받는 고도의 시술(?) 현장인 향나무도 보인다. 가능할까 싶은데 그게 가능하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생각하는 대로의 분재를 얻기위한 이러한 과정이 장인들이 하나의 완성된 작품을 얻기 위한 그것과 어느 것이 위이고 어느 것이 아래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똑 닮았다.
한국분재조합 충북지부장, 중앙회 이사로 활동해온 이강희 대가는 현재는 국가시험 자격증 검증위원회에서도 출제위원,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심사위원을 맡으면서도 출품작 중 등위에 들지 못한 작품은 자신의 눈썰미로 재해석하고 그 한 수를 출품자에게 전달, 출품자의 고민을 해결해주기도 한다.
충북생명산업고등학교에는 멘토로도 출강해 후배들을 지도하고 그의 분재원은 후배들의 견학실습장으로 기꺼이 활용토록 하는 등 먼저 분재기술을 익힌 선배로서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역할을 자처하기도 한다.
세중초 32회, 보덕중학교 24회, 보은농고 31회인 이강희씨는 이번 국립세종수목원에서의 전시가 끝나면 12월 1일부터 청주 예술의전당에서 자신을 가르친 미호원의 사제전에도 작품을 출품하고, 내년 봄에 개최될 전국 분재작가들의 작품 전시회, 그리고 청풍전 전시회도 예정돼 있다.
4계절 중 3계절은 20여종의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사에 전념하고 겨울이면 그의 손길을 기다리는 분재와 시간을 보낸다. 올겨울 그는 벌써 작업장인 마로면 세중리 분재원에 또아리를 틀 듯이 들어앉아 하루해를 보낸다. 그의 손길이 지나갈 때마다 나무는 또다른 모양으로 용트림을 하며 생명력을 키운다. 줄줄이 예정된 분재전에 그의 작품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