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변덕스러운 날씨로 인해 채소농사에 악영향을 미쳤다. 수확량은 줄어든 반면, 채소값은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예년에 비해 오이를 비롯한 채소가 2배정도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지난 8월 30일 막바지 오이를 수확하고 있는 수한면 거현1리 최명하(60)씨 농장을 찾아 오이수확을 함께했다.
#계절은 가을의 문턱을 넘어서고
새벽 5시 30분, 해가 짧아진 탓 인지 밖은 아직 어둠이 남아 있다. 새벽안개가 자욱한 길 주변의 논에는 누렇게 변하기 시작한 벼이삭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계절은 가을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었다.
최 씨의 오이농장은 거현1리 마을 제일 안쪽 산비탈(거리고개)에 자리 잡고 있었다. 도착하고 보니 새벽 5시 30분부터 수확을 시작해 이미 3상자 째 수확을 하고 있었다. 장갑을 끼고 가위를 들고 함께 수확에 나서는 찰라, "오이는 물이 많은 생물로, 수확할 때 상처가 나면 상품성이 떨어진다. 꼭지를 약 1㎝정도 남기고 조심해서 잘 수확해야 한다"고 충고를 하신다. 다른 현장체험과 달리 손이 조심스러워진다.
#1천평, 내외가 하기에는 딱이야
최씨는 이곳 약 1천300㎡(약 400평)의 밭과 인근 약 600평 규모의 밭에서 20년째 오이를 재배하고 있다. 2m이상 자란 오이넝쿨에 탐스러운 '백다다기' 오이가 곳곳에 매달려 있다.
이 넓은 오이밭을 혼자 감당할까싶어 "혼자서 농사지으세요?"라고 묻자, "오이밭 1천평이면 집사람과 둘이 하기에 딱 맞아. 근데, 집사람이 과로를 했는지 아프다고해서 병원에 보냈어"라고 어두운 표정으로 답을 한다.
부인 임행자(57)씨는 대전 모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데, 그동안 고된 농사일로 고생만 한 부인을 위해 최씨는 이참에 건강검진을 받도록 강요(?)를 했다.
#오이농사 비법은 철저한 관리
올해처럼 궂은 날씨에도 별다른 병충해나 기상재해 없이 최상품의 오이를 키워낸 비법은 바로 '철저한 관리'이다. 오이모를 식재한 후부터는 수시로 밭을 찾아 오이넝쿨의 성장을 살피면서 밭고랑에 깔린 급수관을 통해 물, 거름, 약품 등을 적절하게 공급하는 것이다. 여기에 또하나 중요한 것이 노력으로, 전문가가 된 최씨지만 요즘도 오이농사 잘 짓기로 소문난 곳이 있으면 멀리 강원도까지 찾아갈 정도이다.
"나는 올해 평년작 정도는 했어. 근데 다른 사람들이 오이농사를 망쳐서 오이값은 많이 올랐지!"라는 말속에서 최씨의 오이농사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진다.
출근 준비를 위해 오후 2시경 선별 및 포장작업을 할 때 다시 찾아 올 것을 약속하고 거현리를 나왔다.
#가시가 떨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오후 2시경 최씨의 자택에 도착했을 때, 이미 작업은 막바지에 있었다. 오후에 다른 볼 일이 있어 점심식사도 대충하고 부지런을 떨어 약 1시간정도 일찍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고.
오이는 최상품으로 치는 것이 25㎝안팎으로 이보다 작거나 크면 상품가치가 떨어져 박스에 담지를 않는다. 또한 선별·포장시 오이표면에 촘촘히 나있는 가시를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조심한다. 90% 이상이 수분인 오이는 작은 가시상처로 인해 쉽게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상품으로만 납품하겠다는 최씨의 고집과 정성이 느껴진다.
이렇게 오늘 하루 수확하여 선별 및 포장을 마친 오이가 23박스이다. 이 오이는 오후 4시쯤 남보은농협의 트럭에 실려 대전중앙공판장으로 향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최씨의 오이는 최상품으로 대접을 받고 있다.
"예년에 박스당 1만7천원에서 2만원에 거래되었는데, 올 여름 1박스에 3만원에서 4만5천원선에 거래되었고, 요 며칠은 5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오이농사 20년동안 이런 시세는 처음 겪어본다"면서 박스 포장작업을 마쳤다.
오이 하나하나의 상품성 때문에 조심스러워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 오히려 미안한 마음임을 전하고 빠른 시일내에 부인이 퇴원하여 함께 오이수확을 하시기를 기원하고 다시 거현리를 떠났다.
가는 여름이 아쉬운지, 비가 그친 들판에 뜨거운 햇볕이 내리쬔다. 저녁에 시원한 오이냉국이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