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사랑 한글학교 할머니의 일기
흙사랑 한글학교 할머니의 일기
  • 편집부
  • 승인 2018.12.20 00:38
  • 호수 4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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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018년 12월 11일 화요일

요즈음 한겨울에 접어들어 추워졌다. 오늘은 눈이 많이 내렸다. 학교에 공부를 하고 큰딸이 점심을 먹자고 전화가 와서 점심을 먹는데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다. 길이 미끄러워 일찍 집에 와서 짐승 밥 주고 눈이 많아 눈치우고 나니 해는 서산에 넘어가고 어둠이 내렸다. 땀이 흠뻑 젖어 목욕을 했다. 저녁을 먹고 일기를 쓴다.

김순옥(70, 탄부 벽지, 흙사랑한글학교)

2018년 12월 14일 금요일

오늘도 길이 많이 미끄러웠다. 나는 학교에 가서 수학 공부를 하고는 집에 오려고 했는데 집에 와서 누워 있다가 저녁때가 되서 저녁을 먹고 연속극을 보고 잤다.

전갑순(74, 보은 삼산, 흙사랑한글학교)

2018년 12월 15일 토요일

들녘에 있는 비닐하우스가 찢어졌다. 비닐로 하우스를 덮어야 하는데 남편이 부탁했는데도 안와서 아는 아저씨하고 다고 했다. 나는 늦게 가서 비닐을 잡고 남편은 흙으로 덮는데 땅이 얼어서 고생을 많이 했다. 하루해가 다 갔다.

전갑순(74, 보은 삼산, 흙사랑한글학교)

2018년 12월 15일 토요일

오늘은 학교를 안가는 날이라고 아침 여덟시까지 이불속에 누워 둥글 거렸다. 학교라도 안가면 날마다 그러고 지낼 건데 공부는 머릿속에 안 들어와도 아침 먹으면 갈 곳이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살아간다. 일어나서 세수하고 아침 챙겨먹고 빨래 널고 있다 보니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앞에 동 사는 형님이 커피를 먹으러 오라고 해서 너무 반가웠다. 하던 일을 집어치우고 가서 커피도 먹고 놀다가 점심도 얻어먹고 종일 놀다가 저녁 다섯 시에 집을 돌아와서 저녁을 챙겨먹고 앉아 생각하니 오늘 하루도 아무 일없이 무사히 잘 지나가서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이옥순(76, 보은 교사, 흙사랑한글학교)

2018년 12월 16일 일요일

토요일, 일요일은 너무 심심하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아침먹고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 앉았다보니 한나절이 금방갔다. 점심을 국수를 삶아 먹고났더니 막내 딸이 전화가 와서 둘째 딸집을 가자고 해서 강변아파트를 가서 이것저것 얻어먹고 놀다가 네시가 넘어 집에 오다가 시장에 들려서 순두부를 가지고 와서 저녁을 먹었다. 먹어보니 그것도 별로 맛이 없다. 그럭저럭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지나가서 고마웠다.

이옥순(76, 보은 교사, 흙사랑한글학교)

2018년 12월 18일

나는 오늘 흙사랑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고 집에 왔다. 말없이 택배가 박스를 놓고 갔다. 주소가 안보여서 뜯어봤다. 노골노골한 오징어다. 그래서 아들한테 전화를 했는데 모른다고 해서 다시 넣어 밖에 내다놨다. 토요일날 갖다 놨는데 말없이 월요일날 가져갔다. 택배 기사들가 잘못 갔다 놨나보다. 오늘도 하루가 다갔다.

전갑순(74, 보은 삼산, 흙사랑한글학교)

2018년 12월 18일 화요일

오늘은 까치산악회에 관광을 가는데 하상 주차장에 산악회에 가는 사람이 참 많이 왔다.

딴 곳에서도 산악회 가는데 차가 두 대가 와서 양쪽 차에 80명이 넘게 갔다.

우리 까치 회원은 순천으로 가기로 했는데 해가 짧아서 멀리 못 간다고 해서 공주 박물관으로 해서 대천으로 가기로 했다. 대천에 가서 바다 구경을 하는데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점심은 회집에서 먹으며 가몰 가몰한 지평선을 보는데 한해가 가는 게 아쉬웠다.

세상은 노인들한테는 좋은 세상이었다. 젊어서 못 다니던 관광을 산악회에 가면 다 달이 갈수가 있다. 그런데 세상이 거꾸로 됐다. 나는 관광을 하고 저물게 집을 들어가는데 미안하면서 들어갔는데 영감이 이제 오느냐고 하더니 저녁상을 들고 왔다.

나는 생각도 못한 저녁상을 차려 와서 정말 황송했다. 마지막달에 잊지 못한 즐거운 관광을 했다.

임재선(75, 수한 질신, 흙사랑한글학교)

2018년 12월 18일 화요일

아침일찍 보은에 갔다. 시간이 많아 한양병원에서 있다가 엄간숙을 만나서 같이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고 점심을 먹고 집에와서 조금 쉬었다. 짐승먹이 주고 저녁밥을 먹고 일기를 썼다.

김순옥(70, 탄부 벽지, 흙사랑한글학교)

2018년 12월 18일 화요일

아침밥을 먹으며 아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철없이 비가온다.

조성분(75, 보은 죽전, 흙사랑한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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