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육아 끝, 공동육아에서 행복길 찾다 |
엄마라면 누구나 한번 즈음 찾아오는 우울증. 독박육아 스트레스로 엄마의 우울감은 나날이 증가한다. 내 자식이라 예쁘고 덧없이 행복하지만, 남편이 없는 시간에 찾아오는 스트레스, 사회적 기반이 열악한 보은군, 가부장적인 문화가 팽배한 보은군의 엄마들은 고립되기 마련이다. 견디다 못해 칭얼대는 아이에게 모든 스트레스를 풀어버렸을 때 뒤늦게 찾아오는 자괴감에 홀로 눈물로 보낸 날이 얼마일까? 본보는 보은군의 보육환경을 실태를 조사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기반 형성, 공동육아를 통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보은군 최근 5년간 평균 출생아수는 175명. 불과 10년전만 해도 200명이 훌쩍 넘는 아이들이 축복을 받으며 태어났지만 10년 사이 22%로 급감하고 아이가 줄면서 마을과 학교의 존재마저 위협을 받고 있다.
많지 않은 보은군의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성장하고 있을까?
보은군 취학전 아동은 2017년 기준 1천259명이다. 이중 유치원 240명과 어린이집 483명 총합 723명이 보육기관을 이용하고 있으며, 나머지 42%에 해당하는 536명은 가정내 돌봄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행복하게 성장하고 있을까?
▣ 유모차는 어디로 다닐까요?
3년전부터 한양병원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사방으로 시가지 정비를 했다. 주민들이 인도로 다니지 못해 위험한 차도로 다닌다며 보도블럭을 높여가며 40억 들여 정비했다. 40억이 들어간 인도에 사람들이 다니고 있을까? 교통의 약자인 휠체어나 유모차는 여전히 차도로 다닌다. 차량과 적재된 물건을 피해 차도로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는 일은 쉽지 않다. 또 한번 피해도 다시 등장하는 장애물로 엄마들은 포기하고 아이와 자신의 안전을 차도에 맡겨 버렸다. 또한 일부구간은 높은 경사 때문에 유모차 끌기가 어려워 이용할 생각을 애초에 접는다.
▣ 유아 놀이터가 없어요
보은군의 공공놀이터는 뱃들공원 놀이터가 유일하다. 그러나 색바랜 놀이시설, 우레탄 잔해물들이 곳곳에 널부러저 있어 중금속 오염의 우려로 엄마들의 이용률은 현저히 떨어진다. 특히 여름철이면 고무타는 듯한 역한 화학냄새와 뜨거운 열기로 외면당하고 있다.
아파트의 놀이터는 어떨까? 보은군 30채가 넘는(동으로 계산하면 배이상) 아파트. 3천세대가 넘게 아파트에 살고 연립과 다세대주택까지 합치면 그 수는 몇배가 되지만 놀이터가 설치된 곳은 단4곳.
최근 이평에는 좁은도로에 고층 아파트들은 줄지어 들어서지만 놀이터는 단 한곳만 생겼을 뿐이다. 결국 갈곳 없는 엄마와 아이가 남의집 마당에서 노는 꼴이 돼버렸다. 그마저 놀이터가 있는 아파트로 아이와 엄마가 몰리면서 안전문제와 해당 아파트 아이들이 제대로 놀지 못하는 문제 등 이웃손님이 반가울리 없다. 어떤 엄마는 다른 아이들의 간식을 줄기차게 대면서 놀이터를 이용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 주말 갈곳이 없어요
엄마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주말 갈 곳이 없다는 얘기다. 봄가을이면 그나마 속리산이나 가까운 공원으로 놀러갈 법도 하지만, 추운 겨울과 무더운 여름,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집에만 있어야 한다.
가까운 증평과 진천에는 여름철 무료 야외물놀이 시설로 아이들의 천국이다. 청주에는 사계절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과학체험관과 미취학 영유아를 위한 실내놀이터가 시설이 있다. 많은 엄마들이 평일과 주말 이곳을 이용한다. 옥천에는 어린이 전용 놀이터가 지난해에 생겼고, 영동 송호관광지 물놀이장은 어른 2천원, 어린이 1천원이면 워터파크 부럽지 않게 물놀이를 즐긴다. 단양 아쿠아리움은 어른 1만원, 어린이 6천원이면 입장이 가능하다. 이는 다른 곳 몇만원씩 하는 비용에 비해 시설도 뒤지지 않아 많은 이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다.
▣ 있는 공공시설 활용도 못하고 있어...
보은도서관 1층에 있는 유아열람실은 미취학 유아들에게 더없는 공간이다. 유아를 위한 수많은 책과 안전한 시설. 그러나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정식 개방한다. 공교롭게도 이시간은 아이를 보육기관에 맡기는 시간이다. 엄마들이 필요로 하는 방과후나 특히 주말에는 열리지 않는다. 그나마 올해 새로운 관장이 부임하면서 엄마들이 모임을 만들어 사전에 신청하면 토요일에는 쓸 수 있다. 그러나 직장맘이나 면지역에 사는 엄마들에게 친구만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간혹 주말 개방을 한다고 해서 문의를 하지만 모임을 만들어 신청하라고 하니... 확대되기란 어렵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주말 상시개방의 필요성이 요구된다.
보청천 인라인 스케이트장은 그늘 하나 없어 이용률이 현저히 떨어지고, 2014년 53억원을 들여 신축한 보건소 1층에는 작은 수유실이 있다. 너무 작고 환기도 잘 되지 않아 엄마들의 이용률이 떨어져 먼지만 쌓이고 결국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구 보건소는 9억원으로 리모델링을 해 여성회관으로 쓰고 있다. 여기서 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강좌가 실시되지만 아이가 놀 공간도 아이를 돌봐주는 서비스도 없어 칭얼대며 엄마와 이웃 이모와 함께 배우거나 포기하기 일쑤이다.
▣ 엄마들의 로망, 북카페
최근 지자체마다 공동육아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세종시에는 동마다 공동육아지원센터를 건립해 저비용 파트타임 아이돌봄, 이마저도 부담으로 느끼는 엄마들은 서로 품앗이 육아를 통해 급한 일이나 자기개발을 위한 수업을 듣곤 한다. 연회비 1만원이면 모든 장난감 대여가 가능하고, 이 공간에서 주말 가족프로그램은 물론 엄마들을 위한 강좌와 아이를 위한 강좌도 열리고 있다.
제주도는 마을회관, 복지관, 아파트 유휴공간을 확보해 수눌음육아센터를 개설하고 있다. 리모델링비 5~6천만원 지원하고 이후 운영비는 연간 600만원은 지원하지만 엄마들, 주민들에 의해 다양한 배움터와 간식, 품앗이 육아등을 하고 있다.
서울시도 예외는 아니다. 공동육아센터는 물론, 엄마와 아이가 마음놓고 이용할 수 있는 북카페가 유행처럼 주민들 자치형태로 늘고 있다. 아이는 친구들과 간식 먹으며 놀고 엄마들은 한켠에서 뜨개질을 배우거나 옆 강의실에서 다양한 강좌를 듣는다.
▣ 엄마들의 바램이 욕심인가요?
지난 지방선거에서 모든 군수 후보들은 보은군 소멸위기를 얘기하며 앞다퉈 인구증가, 행복보은을 말했지만, 육아맘을 위한 공약은 전무했다.
행복한 엄마 밑에서 행복한 아이로 자라고 행복한 가정이 꾸려진다.
남편이 출근하고 난 뒤 아이와 단둘이 남게 되면 우울해져 아이에게 짜증만 내는 자신이 싫어 무작정 유모차 끌고 밖으로 나왔다던 엄마. 막상 나와보니 갈 곳이 없어 보청천 맴돌다가 한없이 울었다는 엄마. 지금은 유치원에 입학해 그때보다 한숨을 돌렸지만 그때 얘기만 나오면 눈물부터 글썽이는 그 엄마의 간절함이 잊혀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