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시대 지역 콘텐츠가 답이다' '글로컬'. '글로벌'(Global)과 '지역'(Local)의 합성어로 지역의 특성을 살린 세계화를 뜻한다. 지구촌이라 할 정도로 세계는 모든 분야에서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고 세계화라는 큰 그늘은 지역의 정체성마저 함몰시키고 있다. 이로인해 지역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잠재적 가치를 발굴해 경제효과를 가져오는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많이 들어왔던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글로컬 시대에 가장 부합하는 명제라고 할 수 있다. 본사를 비롯해 전국 주간지와 일간지가 공동으로 '글로컬 시대 지역자원발굴과 활용'이라는 주제로 국내 및 해외사례 발굴 기획취재를 다녀왔다. 굴뚝 없는 공장, 관광에 대한 관심은 끊임이 없다. 21세기에 들어서는 잘 보존된 자연환경 자체가 관광 상품이 되고, 지역 고유의 문화가 관광상품이 돼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여행요소가 되는 추세다. 기획취재지역은 전통 문화유산과 올림픽, 인기 드라마세트장, 재생 레지던스 등을 바탕으로 글로컬 브랜드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강원도 태백·정선, 그리고 강릉과 평창을 비롯해 그린시티로 유명한 독일 프라이부르크, 슬로푸드의 발상지 이탈리아 브라와 지역자산을 소중히 지키고 있는 이탈리아 토리노, 골목관광으로 지역경제를 살린 스위스 루가노였다. 지역의 숨어있는 수많은 문화자산들이 세계적인 관광콘텐츠나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보고 글로벌 브랜드의 가치와 필요성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시간이 됐다. 공동기획취재를 바탕으로 지역자원으로 지역의 가치를 살려 지역경제·로컬 브랜드 모델을 꾸준히 발굴하며 글로컬에 도전하고 성공한 국내외 사례들을 보도한다.
■ 국내 사례-태백, 정선 평창, 강릉■ 해외 사례 ① 음식, 이탈리아 토리노 시민들이 만든 글로컬 브랜드 ②이탈리아 브라에서 먹거리 본질 생각하다 ③독일 프라이부르크 주민, 그린정책과 통했다 ■글로컬 시대, 지속 가능한 보은만의 콘텐츠 찾기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
◆원전 대신 선택한 태양광
프라이부르크는 산림이 우거지고 포도밭이 많은 독일의 조용한 소도시다. 조용했던 이곳이 발칵 뒤집어진 것은 35년 전인 지난 1970년. 프라이부르크와 연접한 바덴뷔르템베르크주가 프라이부르크에서 30㎞ 가량 떨어진 곳에 원자력발전소 건립계획을 밝히면서 부터다.
주민들은 포도생산에 차질을 줄 것이라며 원자력 발전 반대에 나섰고, 여기에 대학생들까지 가세해 원전을 반대하며 친환경을 주장했다.
당시 원전반대와 친환경운동을 주도했던 대학생 랄프 디쉬씨는 '무조건 반대'가 아닌 대안 찾기에 나섰다. 그리고 자신의 전공인 건축학을 살려 원자력을 대체할 에너지로 태양광을 제시했다.
연중 일조시간이 1천 800여 시간에 달할 정도로 햇볕이 좋은 프라이부르크의 천연자연 환경을 대체에너지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디쉬씨의 이같은 제안으로 원전 건립은 무산됐다. 대신 랄프 디쉬씨의 제안이 도시개발에 적극 반영하면서 프라이부르크는 태양의 도시로 거듭났다. 그리고 독일의 환경수도로 선정되는 등 신재생에너지 선도도시가 됐다.
이후 1979년 프라이부르크에 최초의 태양광 건물이 들어섰으며, 1981년 프라운호퍼 솔라 에너지 시스템(Fraunhofer ISE) 재단을 설립해 태양광에너지 연구에도 박차를 가했다.
랄프 디쉬씨 역시 프라이부르크가 조성한 친환경단지 보봉(Vauban)에 건축학을 전공한 자신의 전공을 살려 태양을 따라 움직이는 집 '헬리오토롭'을 만들었다. 집은 둥근 원형으로 됐는데 디쉬씨는 지금도 이 집에 살고 있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터전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원전 반대는 신재생에너지 이용하는 값진 경험까지 이어져, 주민들은 친환경에 대한 의지는 더욱 견고해졌고 프라이부르크도 본격적으로 친환경정책 펼치게 된 것이다.
◆프라이부르크 컨텐츠
20년전 그린시티라는 도시브랜드를 만든 프라이부르크의 환경정책 중 눈에 띄는 것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그것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것이 도시의 이동수단이다.
프라이부르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수십대, 많게는 수백대가 서있는 자전거 거치장. 도심으로 들어갈수록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는 적고 노면전차인 트램(tram)이 자리하고 있다. 자전거 27%, 도보 23%, 대중교통 18%나 차지하고 32%만이 자동차를 이동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실제 도시 전역에는 420㎞의 자전거 도로가 조성돼 있고 대형 쇼핑몰이 몰려 있는 중심가는 차도 대신 트램이 지나다니는 레일이 깔려있다. 이같은 대중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어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시민들은 그만큼 자동차 소유의식도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자가용 소유 비율이 인구 1천명당 423대로 독일에서 가장 낮다는 통계로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시가지는 차도가 거미줄처럼 엉켜있고 골목골목마다 자동차가 차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이곳에선 트램이 1, 2분 간격으로 오가고 있다. 속도가 빠르지 않아 전혀 위험하지 않으며 트램과, 자전거, 그리고 보행자가 한곳에서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오고간다.
차량이 꽉 차가 오도가도 못하는 우리나라 도심의 도로나 휴일 고속도로의 모습을 이곳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또 주차장도 아닌데 차도변이 아무렇게나 차를 주차해놓는 불법 행위도 이곳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프라이부르크에서는 정확한 주차장소가 없으면 도심에서 차를 이용할 수가 없고 또 불법주차를 할 경우에는 즉시 견인되며 다른 도시에 비해 무거운 벌금도 물린다.
하지만 프라이부르크 시민들은 이에대한 불만이 없다. 왜냐하면 모두가 친환경 도시 그린시티를 원하기 때문이다.
또 에너지 효율성이 떨어지는 노후 건축물은 개보수를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신축 건물은 에너지절약형 주택(패시브하우스)을 적용하도록 시 차원에서 저리의 대출도 지원하고있다.
폐기물관리에도 시민들이 적극 동참해 재활용률이 69%에 달하며 1인당 쓰레기 배출량도 독일 평균을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라이부르크 면적의 43%에 달하는 숲을 보존하기 위해 프라이부르크 소유의 산림 90%를 경관보호구역으로 정하고 이중 15%는 생물권보존지역으로 보호하고 있다.
◆친환경 마을 보봉
프라이부르크의 그린시티는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친환경마을로 조성된 보봉(Vauban)에서 완성된다.
과거 프랑스군 주둔지였던 곳에 태양광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마을을 조성했는데 보봉 친환경마을은 1990년 시작해 1992년부터 입주했다.
대부분 공동주택들로 입주자들끼리 의견을 모아 설계 단계부터 에너지소비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건물에 적용해 완성한다.
몇몇 건물들은 브릿지로 연결돼 엘리베이터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등 생활 곳곳에서 에너지 절감을 실천하고 있다.
현재 태양광 연립주택이 들어선 이 마을에선 트램이 외곽으로 이어지고 있고 차량 대신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해야 한다. 실제 보봉입구에는 대형 주차장이 있어 마을 주민이나 방문자들은 이곳에 차를 주차해야 하며 일부는 카플 방식으로 차를 공유하는 이들도 있다.
프라이부르크가 그린시티를 표방하며 태양광에너지정책을 이끌었던 만큼 보봉에서는 지붕 전체를 태양광전지판으로 뒤덮은 패시브하우스를 만들어 자체 소비전력을 생산해 사용하는 가구도 많다.
과거에는 자체 소비전력에 비해 생산량이 많고 희소성이 있어 이를 판매해 소득을 올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패시브하우스가 늘면서 판매단가가 다소 낮아졌다고 한다.
보봉 입구에서 처음 만나는 이색적인 풍경은 온통 색색의 담쟁이 같은 잎으로 뒤덮힌 콘크리트 건물이다.
이 건물의 용도는 호텔로, 앞쪽에 늘어뜨린 잎은 태양의 직사광선 등 외부 열을 가리기 위한 것으로 추운 겨울에는 모두 낙엽으로 떨어져 보온효과를 높이도록 했다.
프라이부르크 시의 산하기관으로 '그린시티'를 총괄하는 베른트 달만 대표는 "환경도시는 정부나 지자체가 주도한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고 주민들 스스로 인식을 갖고 실천해야만 진정한 친환경도시가 될 수 있으며 서두르지 말고 굉장히 길게 보고 가야한다“조언했다.
달만 대표는 또 "최근 경기도 수원시와 자매결연을 맺었는데 '그린시티'에 대해 긍정적이고 지속적인 제안과 관심을 표명해와 감동했다"며 "그린시티가 전 세계적으로 10곳에 불과한데 한국인의 끈기와 열정이 오늘의 자리를 만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달만대표는 이어 "보통 한 달에 150명, 이틀에 한 번꼴로 오는 방문단은 그린시티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기업들은 자신들의 콘셉트를 뺏길까 두려워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지구촌에 친환경이 확산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방문객에게 응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