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농축협이 없으면 농민들은 참 어렵다. 농산물을 팔아야 하고 영농자금 등 돈을 빌려야 하고 농자재, 생활자재에 장례식까지 농업, 농촌의 전반에 농축협의 역할, 농축협이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더욱이 농산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쌀 시장 개방 및 한미 FTA를 비롯한 FTA 확산에 따른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암울한 농업경제를 전망하고 있어 농민들은 농축협을 더욱 의지할 수밖에 없다. 이같이 농업을 위협하는 환경은 농축협에게도 어려움을 줄 수 있다.
농축협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기 위한 조합원들의 협동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고 있다.
조합원들의 협동의식 고취는 내 농협 바로알기를 위한 교육에 달려있다. 조합의 주인인 조합원들의 깨어있는 의식, 조합경영에 참여하는 의식은 조합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조합원들이 조합경영에 관심을 가진 만큼 조합 경영은 더욱 투명해지고 조합은 조합원들을 동반자로 여기게 되고 조합장은 기관장이나 유지가 아닌 조합원들의 대표로 서게 된다.
이번호에서는 조합의 주인임에도 주인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조합원이 제자리를 찾기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조합원 교육 통해 진정한 조합발전 이뤄야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을 위한 교육지원사업비라는 특화된 사업이 있다. 바로 협동조합의 교육지원사업비는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구현하는 핵심적인 사업이다. 조합원이 조합 경영에 참여하고 조합을 바로 볼 수 있게 교육시킬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조합원이나 대의원, 이사나 감사가 주인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협동조합 교육 등 조합원의 수준을 높이는 교육이 이어져야 한다.
현재 교육지원사업비로는 영농자재를 지원하는 부분이나 농업인 실익을 지원하는 부분, 생산지도 관련 비용을 집행하기도 하지만 해외연수와 선진지 견학 등 인기 위주로 집행하거나 비생산적인 곳에 투입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공짜인 선진지 견학에 현혹돼 교육지원사업비가 제대로 집행되는 것인지 분간하지 않고 즐긴다.
더욱이 교육비가 이사나 감사, 대의원, 영농회나 부녀회 등 일부 조합원 대표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비로 지출되거나 영농기술교육 등의 목적으로 한정돼 쓰이는 것도 짚지 못한다.
조합측은 조합원의 수준을 높이는 협동조합 교육은 기득권을 저해하는 것으로 인식해 교육에 인색하다.
실제로 지난 2007년 보은농협 대의원들이 대의원협의회를 조직해 조합 측에 교육지원사업비를 요구했으나 반영시키지 않은 예가 있다. 당시 대의원협의회는 조합운영에 건전한 영향력을 끼쳤다. 면단위 3명씩 임원진을 구성해 전체 협의회를 조직, 조합에서 추진하는 불합리한 부분에 이의를 제기해 전체 대의원들의 적극적인 지지로 무산시키기도 했다.
결국은 조합원들이 협동조합을 많이 알면 골치아프니까 농협에 대해 조합원들이 많이 알지못하도록 차단한 것이다.
결국 조합운영에 건전한 비판과 감시를 했던 보은농협 대의원협의회는 1년 후 활동을 접었는데 당시 사무국장을 지낸 김인각(53, 산외 산대)씨는 "지역이다 보니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활동하다가도 협의회 소속 대의원들이 대부분 혈연, 지연 등으로 연계된 직원 등에 의해 행동이 위축돼 혁신적인 조직 운영이 어려웠다"며 "당시 사회적으로 보면 시민단체나 마찬가지였던 대의원협의회가 지금까지 유지됐다면 조합운영이 보다 민주적이고 대의원이나 조합원들의 협동조합 의식 고양에도 많은 기여를 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살림을 알아야 조합이 보인다
조합원들은 1년간 어떤 사업을 추진했는지 사실상 깜깜하다. 조합사업의 방향과 흐름을 보지 않고 단순하게 출자배당, 이용고 배당에만 관심이 집중돼 돼 있다.
대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조합살림의 기초적인 자료가 되는 조합의 예산과 결산 자료는 대부분 복잡한 수치로 구성돼 있는데다 분량이 많고 또 글씨크기도 작아서 어지간해서는 해독 자체가 힘들다. 산출기초를 담은 예산서의 경우는 100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방대하고 복잡하다.
자료는 보통 총회 1주일 전에 전달, 대의원들이 미리 나눠준 자료를 면밀히 살펴봐야 하고, 또 해당마을을 대표하기 때문에 조합원들과 함께 자료를 살피며 총회에서 문제제기 할 것을 찾아내야 하고 책임있는 답변도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관심있게 자료를 보는 대의원이 많지 않다. 결산자료를 갖고 마을내 조합원들과 협의하는 대의원도 없다.
심지어는 미리 나눠준 자료를 총회 석상에 가져오지 않는 대의원도 상당수다. 당연히 총회에는 성원을 채우는 역할, 거수기 역할에 그치기 일쑤다.
거기다 총회꾼인 것 같은 사람도 있다. 이들은 조합 의지대로 상정안이 의결되도록 대의원 방해작업을 한다. 조합사업에 문제제기를 위한 대의원들의 발언을 지겨워하기도 하고 발언을 제한하자고 제동을 거는 대의원도 있다. "밥먹고 합시다"와 같은 수준의 발언으로 총회 분위기를 희석시키는 등 방해, 조합 측이 의도한대로 총회를 이끌어가게 하는것 같은 모습이 읽혀지기도 한다. 현재 우리지역 협동조합 대의원과 조합원의 수준이다.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경영진단을 할 수 있는 감각을 키우는 교육이 요구되는 것이 바로 이때문이다. 교육을 받음으로서 인해 타성에 젖은 예산 편성과 집행이 눈에 들어오고 문제점이 보이고 개선방안도 찾을 수 있는 효과도 거둘수 있다.
◆조합원 스스로 공부 모임 운영
최근에는 협동조합을 알기 위한 공부모임들이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음성군농민회는 협동조합개혁위원회를 조직, 일부 이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조합원교육을 주관하고 있다. 조합의 살림조합의 설립 목적, 회계, 조합 운영 등이다. 이중 제일 주된 교육은 회계. 음성군 농민회는 향후 대의원협의회도 구상 중에 있다.
전남 영암군농민회도 수년전 산발적으로 진행했던 조합원교육을 2013년부터는 2주 1회씩 정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영암농민회는 농민세상이란 소식지까지 발행해 관련 내용을 게재해 회원들이 농협에 대해 공부하게 하고 있다. 향후 조합원협의회 구성을 준비하는 등 조합원들이 조합운영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영천시 임고면 농민들은 농협을 공부하는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운영한 지 1년이 넘은 공부방을 통해 농민 조합원들의 의식이 크게 고양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회원들은 "생산자가 농협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려면 스스로 농협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공부모임을 결성했는데 농축협의 역할, 정관, 규정, 경영사례 등을 폭넓게 공부함으로써 협동조합에 대해 좀 더 많이 알게 되고 조합에 더욱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협동조합은 의사결정의 주체인 조합원의 수준만큼 발전하게 돼 있다. 조합원이 똑똑해야 조합이 발전한다. 따라서 조합원을 교육시켜, 함께 경영하는 조건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는 우리가 군의원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처음엔 군정 감시는 물론 예산도 볼 줄도 모른다. 하지만 군의원 스스로도 공부를 많이 하고 의회사무과에서도 연찬회를 갖고 의원들을 트레이닝 시킨다.
농축협도 대의원들을 교육시켜야 한다. 조합원, 대의원들을 교육시켜 제대로 사업 내용을 파악해 의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
농축협은 조합원 한명 한명이 출자한 것을 자본으로 각종 사업을 벌인다.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가도 모르는 조합원들이 상당하다. 교육의 필요성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