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년 새해가 밝은지도 어느덧 두 달, 이제 빨리 겨울이 가고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안달이 났다. 그만큼 올 겨울은 추운 날의 연속이었다.
춥디 추었고 눈도 많았던 이 겨울에도 깨끗한 거리환경을 위해 변함없이 새벽부터 거리청소와 쓰레기 수거를 하고 있는 환경미화원들이 있다. 이분들의 수고로움을 조금이나마 직접 듣고 보고 느껴보기 위해 지난 17일 환경미화원들의 쓰레기 수거현장을 따라 나섰다.
#새벽은 깨어 있더이다
약속시간을 맞추기 위해 5시20분에 일어나 두툼하게 옷을 차려 있고 문밖을 나섰다. 아직은 어둠속, 영하 7도의 찬 기운이 나를 맞아준다.
약속장소인 (합)잠실환경(대표 박태호, 보은읍 죽전리) 사무실로 향하는 차창너머에는 건설현장으로 출발하기 위해 시동을 걸어놓은 15톤 트럭, 문을 열고 손님을 맞고 있는 해장국집, 외지 직장으로 향하기 위해 일찍 출발하는 자가용, 어둠속을 뛰면서 운동을 하는 이들... 춥지만, 새벽은 깨어 있었다.
잠실환경 마당에는 이미 출발준비를 마친 환경미화원들과 시동이 걸려있는 청소차 2대가 서 있다. 박태호 대표님 및 환경미화원 두 분과 인사를 나누고 박 대표로부터 일정변경에 대해 들었다.
쓰레기 수거도 각 조가 짜여 있어서 미화원간 호흡이 맞아야 하며, 청소차가 이동할 때 미화원들은 차량 뒤 난간을 붙잡고 이동하는데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으니 별도의 차량을 타고 현장을 살펴보는 것으로 조정됐다.
아쉬운(?) 마음을 안고 정각 6시, 어둠속으로 출발했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오전 일과를 함께할 미화원들을 따라 도착한 곳은 속리산면 사내리 관광안내소 뒤 여관골목이다. 이곳에서 속리산면을 담당하고 있는 박희봉(53, 속리산면 사내리)반장님과 환경미화원 한 분을 새로이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이들 미화원들은 약 5분정도 박 대표와 함께 안전규칙과 오늘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고 6시30분 청소차에 탑승해 쓰레기 수거를 시작했다.
박 대표가 회의에서 몇 번이고 안전을 강조한 것은 그 나름의 아픔이 있었다. 4년전 쓰레기를 상차하던 미화원이 청소차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박 대표는 당시 마음고생이 무척 심했다면서 속내를 털어놨다.
"그 사고이후부터는 철저하게 안전제일주의로 작업에 임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시간은 많으니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작업을 하고 위험을 감수하고 작업하지 마시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이런 이유로 쓰레기 수거가 시작되는 시간이 여름에는 5시, 겨울에는 6시30분부터이다.
가로등이 없는 면지역에서는 어둠속에서 쓰레기 수거도 어렵지만, 그만큼 위험이 높기 때문에 날이 환해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만만치 않은 하루 일과
속리산면 사내리 코스는 대형주차장에서 출발해 4차선 도로를 따라 쓰레기 수거를 하면서 속리산 잔디공원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면서 쓰레기를 수거한 후, 인공폭포 뒤 골목과 여관촌 골목을 돈 후에 사내4리를 지나 사내3리 민판동까지 갔다가 내려오는 코스로 짜여 있다.
4차선 도로가 군데군데 이미 쓰레기들이 모여져 있는 것이 보인다. 속리산면에서 살면서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미화원들이 새벽에 수거작업을 미리 해놓은 것이란다. 즉 보은읍에서 출발한 청소차가 속리산에 도착하는 것은 오전 6시20분경이지만, 이곳 담당 미화원들이 새벽 5시에 나와 자신의 담당구역을 돌면서 청소차에 싣기 좋게 쓰레기를 모아놓은 것이다.
(합)잠실환경이 책임지고 있는 7개면(속리산·산외·장안·탄부·삼승·마로·내북면)에는 속리산면에 4명, 그리고 나머지 면에는 각 1명씩 미화원이 책임을 지고 새벽에 수거작업을 하고 있다.
이들 미화원들의 하루일과는 새벽 4~5시(여름에는 4시, 겨울에는 5시)에 시작해 1시간 남짓 담당구역의 쓰레기를 약속장소에 모아놓고 청소차가 도착하는 6시30분부터는 청소차에 타고 온 미화원들과 함께 이미 모아놓은 쓰레기를 청소차에 상차작업을 한다.
상차작업이 끝나고 청소차가 떠나는 시간이 9시에서 9시30분경 이후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오후 2시30분까지 담당구역이나 책임지고 있는 면지역의 곳곳을 다니면서 쓰레기 수거 및 재활용 분리와 도로청소 등을 실시한다.
#여름 휴가철만 생각하면 한숨이
미화원으로서 가장 힘든 때는 바로 여름이다. 각종 악취와 매일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물량에 여름철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올 정도.
박 반장님은 "여름철에 면에서 면으로 이동시 청소차 앞좌석에 3명이 함께 타면 옷과 장갑에서 나오는 악취로 인해 숨쉬기가 곤란할 정도이다"며 "물량도 만만치 않아 여름에 3~4배정도 증가하는데, 서원계곡과 만수계곡에서만 매일 1차분량의 쓰레기가 수거될 정도이다"면서 미화원으로써 애로사항을 말했다.
미화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청소차가 지나가기에 빠듯한 길에 차를 떡 하니 세워 놓은 경우,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는 경우, 일반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가 섞여있어 수거하지 않는 경우에 군청에 전화해 집 주변이 지저분하다고 민원을 넣는 경우 등 몸보다 마음을 힘들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렇게 힘든 일이지만 (합)잠실환경을 떠나지 않고 박 대표와 10년간 동고동락한 미화원들이 3명이 있다. 박 대표는 이들 미화원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전하면서 조만간 10년 재직을 기념해 행운의 열쇠를 세 미화원들에게 전할 계획임을 밝혔다.
#꿀맛같은 커피타임
오전 8시30분. 사내리 지역을 돌고 민판동까지 다녀오고 나니 5톤 청소차가 거의 채워지고 있다. 추위도 녹일 겸 잠깐의 커피타임이 시작됐다. 장소는 수정초등학교 앞 운성상회. 이 상점주인인 추순덕(59, 사내4리)씨는 10년이 넘게 미화원들에게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아무튼 10년은 넘은 것 같다"며 "춥거나 덥거나 내 집앞 내 마을 쓰레기를 청소해주시는 분들에게 커피한잔 대접하는 것을 수고라고 할 것도 없다"고 말씀하시면서 손수 타 내놓으시는 커피한잔이 아주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더해져 뜨겁게 느껴진다.
10분정도 커피타임을 마치고 속리천을 따라 내려오면서 쓰레기 수거를 끝냄으로써 사내리에 대한 쓰레기 수거는 마무리하고, 대형주차장 맞은편에 있는 재활용쓰레기 집하장으로 이동하여 약 3시간동안 수거한 재활용품을 내려놓고 이미 수거되어있던 쓰레기를 실으니 5톤 청소차가 꽉 채워진다.
매일 모여지는 재활용품들은 수집상들에게 팔아 그 수익금으로 직원들의 명절 떡값이나 휴가비 등 후생복지 용도로 사용된다.
오늘은 2월17일로 홀수일이다. 가연성 쓰레기를 한 가득 실은 청소차는 소각로가 있는 용암환경자원사업소로 방향을 잡았다.
#환경미화, 아름다운 세상을 유지하는 일
용암환경자원사업소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차량무게를 잰다. 보통 한 차에 실린 쓰레기 무게가 1천~1천200㎏정도 된다. (합)잠실환경이 이렇게 1년 중 3~7일 제외하고 매일 실어 나르는 쓰레기가 총 2천760톤 정도가 된다. 보은군에서 1년에 발생되는 쓰레기량은 가연성 불가연성 포함해 약 6천400톤 정도에 이른다. 이 쓰레기량을 줄이기 위해 재활용 쓰레기에 대한 분리수거가 좀 더 철저히 이루어져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합)잠실환경 사무실로 되돌아 온 시각이 오전 10시가 다 되어 간다. 다음 수거지역인 장안면으로 출발하기 위해 청소차를 점검하고 있는 환경미화원 두 분에게 수고하셨다는 인사를 전하고 박태호 대표에게 바쁜 시간을 내주신 것에 대해 고마운 인사를 전하고 4시간의 쓰레기 수거체험을 마쳤다.
보은군의 거리와 집 앞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잠실환경의 16명의 직원들과 충북환경의 19명의 직원들이 수고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드리며, 아름다운 세상을 유지하는 가장 가치있는 일을 하시고 있음을 환경미화원들에게 전하고 싶다.
우리 곁에 환경미화원들이 있는지 없는지 그 존재감은 미미할지 모르지만, 그들이 있어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상의 아름다움이 유지됨을 잊지 말자.